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Primula modesta var. fauriae (Franch.) Takeda.산중의 봄은 더디게 옵니다. 5월 초순 어느덧 도시에선 초여름의 무더위가 느껴지지만, 높고 깊은 산에선 이제 겨우 봄기운이 감돌 정도입니다. 해발 1,950m의 한라산. 해발 2,744m의 백두산을 비롯해 2,000m를 넘는 산들이 북한 땅엔 제법 있지만, 남한에선 이보다 더 높은 산이 없습니다. 남한 제일의 고산답게 5월 초의 한라산엔 아직도 겨울과 봄, 초여름 3계절이 공존합니다.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한낮은 도심처럼
‘한국판 양적완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총선 때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공약으로 제시했던 한국판 양적완화는 한국은행이 산업금융채권(산금채)과 주택담보부증권(MBS)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풀어 가계부채 문제와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와 한은, 금융위원회 등은 지난 4일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 첫 회의를 열고 부실기업 구조조정용 재원 마련 방안에 관한 논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조선·해운업 부문 부실기업에 지원할 자금을 정
[신동수의 그림에세이]'완생(完生)을 향하여!'우리 사회 곳곳에 미생(未生)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곳에서 그림에세이를 시작하는 그 또한 이 시대 미생 중 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대학 시절 공학도였으나 그림에 빠져 그것을 업으로 삼은 그는 무명과 불만스런 현실, 그리고 미래 불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의 삶에 곧 찬란한 서광이 비칠 가능성도 높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그림 그리는 일을 포기하지 않은 채 자신의 길을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대중
지난 3월 6일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는 유례 없는 장면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당 대표가 자신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이한구 위원장을 필두로 한 공천관리위원들 앞에 다소곳이 앉아 공천 면접에 응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면접장 안에 준비된 의자에는 팔걸이가 있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옆의 다른 예비후보들처럼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채 공손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얼굴이 명함'이라 할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왼쪽 가슴에는 ‘김무성’ 세 글자가 선명히 보이는 이름표도 붙어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Calanthe discolor Lindl.“와~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정말 야생에서 이렇게 많은 난초가 절로 자라 꽃을 피운단 말인가?”봄이 온다고, 봄이 왔다고 동네방네 알리는 보춘화(報春花) 한 촉 나지 않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나고 자랐으니, 야생 난초가 풍성하게 핀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동차 길에서 불과 100여m 숲으로 들어갔을 뿐인데 마치 난대식물원에 들어온 듯 자생 난들이 여기저기에 피어 있어 첫 번째로 놀랐습니다. 게다가 한 송이, 두 송이 피는 게 아니라 수십, 수백
정부가 강력한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빈사상태에 빠진 조선과 해운은 물론 석유화학과 철강, 건설 등 5대 취약 업종에 대해 정부가 과감히 메스를 댈 태세다.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라는 악재에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6일 금융위원회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협의체 3차 회의’에서 “경쟁력이 없는 산업과 기업은 경쟁력을 보완하거나 시장에서 퇴출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산업구조로 변화하는 것이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은 여전히 구호에 불과한가. 법을 어긴 재력가가 자신의 혐의를 회피할 목적으로 법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도록 돈을 마구 뿌려댄 사실이 하나 둘씩 확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을 비롯해 재판부와 변호사 사회 등 법조계가 돈의 사슬에 묶여 부당한 행위를 일삼은 듯한 정황들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 과정이 좀 더 필요하지만 국민들과 언론의 시선은 이미 또 하나의 대형 법조비리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해외원정 도박혐의로 구속 수감된 정운
문제는 패권정치였다. 20대 총선에서 거대 양당의 성패를 좌우한 가장 중요한 내부 변수 하나를 꼽으라면 그 답은 단연코 패권일 것이다. 제1야당은 친노패권을 과감히 청산하려는 시도를 통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고, 여당은 친박패권을 무리하게 강화하려다 처절한 패배를 맛봤다. 순수하게 유교적 관점에서 보자면 본래 패권은 충(忠)보다는 의(義)를 기반으로 삼는다. 그래서 패권정치는 늘 이합집산의 개연성을 안고 있다. 일례로 ‘소학’(小學)은 패자(覇者)가 의를 상실하면 신하가 언제든 그 휘하를 떠날 수 있다고
으름덩굴과의 낙엽 활엽 덩굴식물, 학명은 Akebia quinata (Thunb.) Decne.무위자연(無爲自然)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야생화의 매력에 빼져 들면 그저 길을 나서기만 해도 온통 시선이 땅바닥을 향하기 마련입니다. 동네 한 바퀴를 돌더라도, 깊은 계곡에 들더라도, 높은 산을 오르더라도 하늘은 올려다보지도 않고 온 정신을 길섶의 풀들에 집중하게 됩니다. 자칫 한 치 앞을 내다보지도 않아 위험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무위자연은 또다시 말없이 가르침을 건네줍니다. 위도 쳐다보라고, 하늘도 바라보라고
국가기관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도 종종 그 존재 이유를 망각한 채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국민들의 분노를 사곤 한다. 해외 여행시 응급상황이 발생했는데도 현지공관에 파견된 공무원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더구나 국내에서조차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할 경우는 더욱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검찰 수사가 시작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지켜 보면서 과연 국가가 국민들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행 신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은 지난 21일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은 노조가 신임 금통위원들의 첫 출근길에 “낙하산 줄을 끊어라.”라며 피켓 시위를 벌인 탓이다. 노조는 “신임 금통위원들 역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현직 공무원이 임명된 경우도 있고 친정부 연구기관 출신도 있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에서 말을 갈아탄 김기석 전 새누리당 국민통합위원회 기획본부장이 며칠 전 신용보증기금 감사에 선임됐다. 지난 달에는 김영준씨가 한국예탁결제원 예탁결제본부장에 임명됐다. 서병수
역천자망(逆天者亡). 새누리당에 시선을 고정시켰을 때 20대 총선 결과를 이 이상 적절히 상징적으로 압축할 말이 또 있을까? 이 말은 과거 서당에서 천자문을 막 뗀 학동들이 한문(漢文) 입문서로 채택했던 ‘명심보감’에서 너나 없이 접했던 명문구다. 필자 역시 서당 세대였던 선친의 영향으로 학창 시절 ‘명심보감’에서 이 문구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순천자존’(順天者存)과 대구(對句)를 이루는 이 구절은 쉬우면서도 메시지가 강렬했던 까닭에 뇌리에 뚜렷이 남아 있다. '명심보감'이 본디 여기저기서 좋을 글귀를 그러모아 엮
한국 경제는 여러 면에서 일본 경제와 닮았다. 제조업과 수출을 중시하는 일본과 유사한 경제발전 모델을 받아들여 산업화를 이룬 까닭이다. 2차 세계대전으로 패망한 일본은 정부 주도로 한정된 재원을 특정 산업과 기업에 쏟아붓는 성장 모델을 채택했다.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수입한 중간재를 가공해 해외로 수출하는 방식이다. 한국 역시 일본의 소재·부품을 들여와 이를 조립해 내다파는 패턴인 만큼 한국 경제도 일정 시간 시차를 두고 일본 경제를 뒤따르는 형국이다. 수출 주도로 고속 성장 가도를 질주해온 일본 경제
학명은 Anemone flaccida F.Schmit. 미나리아재빗과의 여러해살이풀.변산바람꽃으로부터 시작해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들바람꽃, 나도바람꽃, 회리바람꽃 등이 연이어 피었다가 지면서 찬란한 봄 ‘바람꽃들의 향연’이 끝나갈 즈음 대미를 장식하려는 듯 또 다른 바람꽃이 화사한 꽃잎을 열기 시작합니다. 바로 남바람꽃입니다. 찬바람이 남아 있던 3월 이미 피고 진 만주바람꽃에서 만주 벌판을 누비는 남정네들의 거친 숨소리를 들었다면, 한여름의 무더위마저 느끼곤
공무원 선발시험에서 희대의 조작 사건이 드러났다. 사건 수사과정에서 수능시험까지 부정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는 등 각종 국가 시험의 허술한 관리와 정부청사의 보안시스템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번 사건으로 세계 1위의 전자정부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는 국가적 자부심 뿐만 아니라 공무원 시험관리에 대한 공신력마저 크게 떨어지게 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 무단 칩입해 ‘2016년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선발전형’ 필기시험 성적 등을 조작한 혐의(건조물침입 및 공전자기록위작 등)
대통령의 일상 업무와 선거 개입 행위 사이에 경계선을 구획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아직까지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는 듯하다.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만 보아도 기준의 모호성을 짐작할 수 있다.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 법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다는 점이다.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9조와 공무원의 선거관여 금지를 규정한 동법 85조가 그 근거다. 단, 법의 몫은 거기까지다. 특정 행위가 선거 개입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사람
검사장급 법무부 인사의 비상장 주식 거래에 온 국민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직위를 이용한 부당거래 및 탈세 가능성이 짙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관련자 사퇴로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등 제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급기야 청와대까지 나서 진상규명 후 법과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조사에 착수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은 지난 3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과정에서 주식매각으로 재산이 급등한 사실이 알려졌다. 게임
4·13 총선을 눈 앞에 두고 여·야 각 당이 내놓은 공약을 보면 점입가경이다. 물론 선거 때마다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어서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각 정당과 후보들이 ‘일단 당선되고 보자’며 실현 가능성은 따져 보지도 않은 채 유권자들이 반할 만한 공약만 내놓는 바람에 매표(買票) 행위가 관행화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야 각 당이 제시한 공약 가운데 상당수는 부실 공약, 선심성 공약, 재탕·삼탕 공약이라는 비아냥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공을 들인 일부 공약마저도 ‘막장 드라마’
앵초과의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로 학명은 Anagallis arvensis L.“깽깽이풀도, 얼레지도 없는 제주도에 뭐 하러 와요? 4월엔 육지에 좋은 꽃들이 더 많이 피는데….” 이른바 ‘춘사월(春四月)’ 제주도는 얼마나 좋을까 싶어 지인에게 제주의 봄 야생화 소식을 묻자 되돌아온 즉답입니다.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늦추위에 봄꽃의 개화 소식이 의외로 늦더니 일주일여 전 며칠째 이상고온이 이어지면서 깽깽이풀이니 얼레지, 모데미풀 등이 한꺼번에 피어난다고 야단들인데 난데없이 제주행이라니 핀잔 받을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