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Parnassia palustris L.‘강원도의 힘’을 또다시 절감하는 가을입니다. 앞산 뒷산은 물론 전국 곳곳의 산과 계곡이 울긋불긋 물들건만 모든 이들이 강원도로만 설악산으로만 향하는 양, 굽이굽이 돌아가는 차도는 막히고 산길과 계곡에는 인파가 가득합니다. 여름 내내 그늘을 만들어 무더위를 피하게 해주었던 숲이 노랗고 붉게 물드니 별천지가 따로 없습니다. 설악산을 비롯한 크고 작은 산마다, 계곡마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은 꽃보다 더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니, 강원도 길마다 행락 차량이
수선화과 상사화속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Lycoris radiata (L’Her.) Herb."털썩, 주저앉아버리고만/이 무렵//그래선 안 된다고/그러면 안 된다고//안간힘으로 제 몸 활활 태워/세상, 끝내 살게 하는//무릇, 꽃은 이래야 한다는/무릇, 시는 이래야 한다는// (오인태의 ‘꽃무릇’) 지독하게 더웠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랐던 마음을 헤아린 탓인지, 단풍보다 더 일찍, 단풍보다 더 붉게 꽃무릇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아니 타오르기 시작한 지는 벌써 오래전, 지난 주말 한창때를 지나더니 이제 석양이 서편
열당과의 한해살이 기생식물. 학명은 Aeginetia indica L.추석 연휴 막바지, 드디어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립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내린다고 하지만, 이 비 그치면 그야말로 길고 무더웠던 ‘2016년의 여름’도 어느덧 과거로 물러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기다렸던 가을이 오면 세상은, 그리고 자연은 ‘껍데기는 가라’는 어느 시인의 외침처럼 껍데기를 버리고 본연의 색을 드러낼 것입니다. 하늘은 푸르고 푸르러질 것이고, 땅은 갈색으로 더 갈색으로 짙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갈색의 땅에서 노란 갈색의 꽃
용담과의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 학명은 Halenia corniculata (L.) Cornaz.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주여, 때가 되었습니다/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던져주시고/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살찌도록 분부해 주시고/그들에게 이틀만 더 따뜻한 날씨를 베풀어 주소서/열매들이 익도록 재촉해 주시고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단맛이 들도록 하여 주소서.“(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에서) 높은 산 정상에서 하늘
수련과의 한해살이 수초. 학명은 Euryale ferox Salisb.참으로 여러 번 보는 이를 놀라게 하는 식물이 있습니다.맨 처음에는 큰 이파리에 놀랍니다.누구나 첫 대면 때에는 물 위에 떠 있는 동그란 이파리부터 보게 되는데, 그 이파리가 마치 연못을 가득 메우기라도 할 듯 널찍합니다. 작은 것은 지름이 20cm 안팎에 불과하지만 큰 것은 무려 2m에 달하니 우리나라 식물 중 가장 큰 잎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두 번째는 이파리는 물론 줄기와 뿌리, 그리고 꽃받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Hanabusaya asiatica (Nakai) Nakai정말 더운 여름입니다. ‘가장 무더운 8월’로 기록될 것이라고 너나없이 호들갑을 떨듯 올 여름은 쉽사리 물러나질 않습니다. 입추·처서까지 지났건만 늦장 부리고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노염(老炎)이 참으로 길고 짜증스럽지만, 늘 그렇듯 달이 차면 해가 기우는 법. 지루하고 혹독한 폭염 속에서도 이미 가을은 무르익고 있습니다. 여름과 가을의 경계가 유독 긴 때문인가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Lychnis wilfordii (Regel) Maxim.옛날 옛적 높은 산 인적이 드문 암자에 주지승과 동자승이 살았답니다. 어느 겨울날 주지승이 탁발하러 여염에 내려갔다가 그만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제때 암자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천애 고아였던 동자승은 자신을 돌봐주던 주지 스님이 이제나 오시나 저제나 오시나 하고, 암자 밖으로 나와 기다리다 그만 얼어 죽었습니다. 이듬해 봄 동자승이 죽은 자리에서 주황색의 꽃이 피어났는데, 그것이 바로 동자꽃이라고 합니다.
수련과의 여러해살이 수초, 학명은 Nymphaea tetragona var. minima (Nakai) W.T.Lee사상 유례 없는 불볕더위가 온 나라를 뒤덮으며 전 국민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남덕유산 정상의 분홍색 솔나리가 7월의 뙤약볕을 물리치고, 가야산 정상의 백리향이 8월 초순의 무더위를 씻어냈건만 예년이면 가을바람이 선들 불어야 할 8월 중순에도 40도까지 육박하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해서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심정으로 산으로 향하던 발걸음에 급제동이 걸립니다. 그리곤 여름이 제철이건만 한사코 모른 척
꿀풀과의 낙엽 활엽 반관목, 학명은 Thymus quinquecostatus Celak.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5.7도를 기록하면서 폭염 경고가 발령됐던 지난 4일. 경남 합천군에 있는 해발 1,430m의 가야산을 올랐습니다. 경북 성주군의 백운동 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해 서성재와 칠불봉을 거쳐 정상인 상왕봉까지 3시간 만에 도달했습니다. 출발 지점부터 정상까지 4km 산길을 오르고 또 오르면서 목표로 삼은 것은 오직 하나. 한여름 폭염 속에서 피어나는 백리향(百里香)을 만나는 것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무난히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학명은 Sarcanthus scolopendrifolius Makino. 난초과의 상록성 여러해살이풀.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또다시 굴러떨어질 걸 알면서도 온 힘을 다해 산꼭대기까지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시시포스. 감히 신에 맞서고 신을 기망했다가 신들의 눈 밖에 나 평생 바위를 밀어 올리라는 영겁의 형벌을 받았던 그리스 신화 속 인물. 바로 그 시시포스란 사내의 바위를 떠올리게 하는 야생난초가 있습니다. 바로 지네발란입니다. 머리 위로 손을 뻗어 둥근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와 집채만 한 바위를 안고 살아가는 지네발란. 시
여름 남덕유산 정상엔 솔나리, 백두평원 가는 길가엔 큰솔나리솔나리/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Lilium cernuum Kom.큰솔나리/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Lilium tenuifolium Fisch.여름 더위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즈음입니다. 수은주가 30도를 훌쩍 웃돌면서 동네를 어슬렁거리던 개나 고양이들이 그늘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축 늘어져 낮잠을 즐기는 광경이 종종 눈에 들어옵니다. 가로수는 물론 화단의 풀꽃들도 활기를 잃고 헐떡이는 듯 보입니다. 한여름 불볕더위가 살아있는 모든 것들
난초과의 여러해살이 부생식물, 학명은 Cymbidium macrorrhizum Lindl.“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문득 이육사의 시 의 마지막 구절이 가슴을 치고 지나갑니다. 필자뿐 아니라 아마 야생화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느닷없이 순백의 꽃과 맞닥뜨릴 순간 부지불식중에 떠올리는 시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꽃 찾아 산과 계곡을 누비고 다니다 보면 흰 얼레지, 흰 앵초, 흰 솔나리, 흰
진달래과의 늘푸른 활엽관목, Rhododendron aureum Georgi산 정상이 늘 흰 눈에 덮여 있어 ‘흰머리산’이라는 뜻의 백두산(白頭山)이라 불리는 산. 그곳에도 6월부터 8월까지 사이에 새싹이 움트는 봄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어느새 여름 · 가을이 한꺼번에 밀어닥칩니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300여 종에 이르는 북방계 야생화들이 앞을 다퉈 피어나면서 수목한계선 위쪽 고산 툰드라 지대가 천상의 화원(花園)으로 변모합니다. 그런데 하늘을 향해 삐죽 빼죽 솟아오른 높은 봉우리 사이사이 음지 곳곳에 남아있는 만년설과는
진달래과의 늘푸른작은떨기나무, 학명은 Andromeda polifolia for. acerosa C.Hartm.해발 2,750m의 백두산을 단 한 번이라도 오른 이는 압니다. 그것은 정상의 화산 호수, 천지(天池)를 본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걸 말입니다. 해발 1,950m의 한라산을 가장 높은 산으로 알고 살아온 우리에게 백두산을 오르는 일은 이제까지 겪지 못한 고산의 생태를 처음으로 보고 느끼는 각별한 여정입니다. 소나무와 잣나무 등 침엽수와 자작나무 등이 울창한 삼림지대로부터 시작해 사스래나무라 부르는 자작나무과의 고
노루발과의 늘푸른여러해살이풀, 학명은 Pyrola asarifolia subsp. incarnata (DC.) Haber & Hideki Takahashi.민백미꽃과 개정향풀에 못지않게 분홍색 꽃이 일품인 분홍노루발. 폭염의 여름을 향해 치닫는 달, 6월을 관통하는 야생화의 색이 마치 분홍색 하나인 듯 3주째 연달아 분홍의 꽃색을 자랑하는 야생화를 소개합니다. 그런데 이번 주의 주인공인 분홍노루발은 국내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풀꽃이 아닙니다. 해발 2,000m 이상의 고산이 즐비한 함경도 및 평안도 산악지대에 가서 눈으로 확인하는
협죽도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Tranchomitum lancifolium (Russanov) Pobed.당신의 마음속 봄은 무슨 색일까요?눈 내리는 겨울은 하양, 파도가 넘실대는 여름은 파랑, 울긋불긋 단풍 드는 가을은 빨강, 그렇다면 봄은 빨주노초파남보 중 무엇일까요? 그때그때 시대를 풍미하는 유행가는 대중들이 자신도 모르게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특정한 이미지에 빠져들게 하곤 합니다. 가령 “봄바람 휘날리며/ 흩어지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를 부르며 찬란한 봄을 보내는 요즘의 세대들은 나이 든 훗날에
박주가리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Cynanchum ascyrifolium (Franch. & Sav.) Matsum.녹음이 짙어지면서 자잘한 풀꽃들은 흔적도 없이 스러집니다. 황량한 숲에 생기를 불어넣었던 봄꽃들이 사라진 자리엔 산앵도나무와 쪽동백, 박쥐나무 등 나무 꽃들이 붉거나 노랗거나 하얀 꽃들을 풍성하게 피우며 어느새 숲의 주인 행세를 합니다. 이에 질세라 큰앵초와 감자난초 등 풀꽃들도 제법 키를 키우며 벌·나비를 부르는 경쟁 대열에 합류합니다. 큰 것은 1m 이상 자라는 민백미꽃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훤칠한 키에 꽃송이를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Trientails europaea L.연두색 숲이 날이 갈수록 진초록으로 그 색을 바꾸어 갑니다. 녹음은 짙어가고 계절은 여름을 향해 달려가는 6월 초순 산비탈을 조금만 올라도 벌써 등줄기에선 땀방울이 흘러내리지만, 발걸음을 멈출 수 없습니다. 저 높은 산등성이에서 황진이가 울고 갈 만큼 곱디고운 순백의 꽃송이가 어서 올라오라고 손짓하기 때문입니다. 전초는 7~25㎝, 꽃의 지름은 1.2~2cm라는 게 도감의 설명인데, 쉽게 말하자면 엄지손가락만 한 키에 약지 손톱만 한 흰 꽃이 꽃대마다 한 개, 또
열당과의 여러해살이 기생식물, 학명은 Orobanche filicicola Nakai무성한 연두색 풀 사이에 청보라색 꽃 방망이가 불쑥 솟아나 지나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풀 속을 헤집어가며 자세히 살펴보니 수직으로 선 길이 10~30cm의 황갈색 꽃대에 청보라색 통꽃 10~30개가 이삭 형태로 다닥다닥 달렸습니다. 통 모양의 꽃은 입술처럼 위아래로 갈라지는데 윗입술은 청보라색, 아랫입술엔 흰색이 넓게 번져있습니다. 수술은 4개이고, 1개인 암술머리는 2갈래로 갈라져 있습니다.
미나리아재빗과의 여러해살이 수생식물, 학명은 Ranunculus kazusensis Makino.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야트막한 산과 계곡에 녹음이 짙어지고, 한라산과 가야산 등 높은 곳에 설앵초가 피어나니 잠잠하던 물속 식물들도 긴 침묵에서 깨어나 ‘여기도 생명이 있다, 꽃이 있다’고 소리칩니다. 그 선두에 흰 눈이 내린 듯, 섬진강변 날리던 매화 꽃잎이 어지러이 내려않은 듯 질척한 논에 가득 찬 흰 꽃이 있습니다. 바로 매화마름입니다. 계절의 여왕인 5월 강화도를 비롯해 서해안 일대 일부 논이나 수렁 등에서 풍성하게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