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Primula modesta var. fauriae (Franch.) Takeda.산중의 봄은 더디게 옵니다. 5월 초순 어느덧 도시에선 초여름의 무더위가 느껴지지만, 높고 깊은 산에선 이제 겨우 봄기운이 감돌 정도입니다. 해발 1,950m의 한라산. 해발 2,744m의 백두산을 비롯해 2,000m를 넘는 산들이 북한 땅엔 제법 있지만, 남한에선 이보다 더 높은 산이 없습니다. 남한 제일의 고산답게 5월 초의 한라산엔 아직도 겨울과 봄, 초여름 3계절이 공존합니다.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한낮은 도심처럼
으름덩굴과의 낙엽 활엽 덩굴식물, 학명은 Akebia quinata (Thunb.) Decne.무위자연(無爲自然)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야생화의 매력에 빼져 들면 그저 길을 나서기만 해도 온통 시선이 땅바닥을 향하기 마련입니다. 동네 한 바퀴를 돌더라도, 깊은 계곡에 들더라도, 높은 산을 오르더라도 하늘은 올려다보지도 않고 온 정신을 길섶의 풀들에 집중하게 됩니다. 자칫 한 치 앞을 내다보지도 않아 위험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무위자연은 또다시 말없이 가르침을 건네줍니다. 위도 쳐다보라고, 하늘도 바라보라고
학명은 Anemone flaccida F.Schmit. 미나리아재빗과의 여러해살이풀.변산바람꽃으로부터 시작해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들바람꽃, 나도바람꽃, 회리바람꽃 등이 연이어 피었다가 지면서 찬란한 봄 ‘바람꽃들의 향연’이 끝나갈 즈음 대미를 장식하려는 듯 또 다른 바람꽃이 화사한 꽃잎을 열기 시작합니다. 바로 남바람꽃입니다. 찬바람이 남아 있던 3월 이미 피고 진 만주바람꽃에서 만주 벌판을 누비는 남정네들의 거친 숨소리를 들었다면, 한여름의 무더위마저 느끼곤
앵초과의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로 학명은 Anagallis arvensis L.“깽깽이풀도, 얼레지도 없는 제주도에 뭐 하러 와요? 4월엔 육지에 좋은 꽃들이 더 많이 피는데….” 이른바 ‘춘사월(春四月)’ 제주도는 얼마나 좋을까 싶어 지인에게 제주의 봄 야생화 소식을 묻자 되돌아온 즉답입니다.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늦추위에 봄꽃의 개화 소식이 의외로 늦더니 일주일여 전 며칠째 이상고온이 이어지면서 깽깽이풀이니 얼레지, 모데미풀 등이 한꺼번에 피어난다고 야단들인데 난데없이 제주행이라니 핀잔 받을 만합니다.
미나리아재빗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Pulsatilla tongkangensis Y.N.Lee & T.C.Lee.더없이 화창한 봄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야말로 불가역적인 봄입니다. 산에서는 변산바람꽃과 복수초와 너도바람꽃·노루귀·꿩의바람꽃 등의 야생화들이 꼬리를 물고 꽃봉오리를 활짝 터뜨리며 있습니다. 도심 아파트 화단에도 매화가 핀 지는 이미 오래. 뒤질세라 산수유와 개나리가 노란색 꽃물결을 일렁이더니 급기야 벚꽃과 목련마저 꽃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이 꽃동산으로 변해 가는 4월 초순, 급기야 산이 산을 껴
녹나무과의 낙엽 활엽 관목. 학명은 Lindera obtusiloba Blume var. obtusiloba.“에이, 아무 꽃도 없구먼.”지난 24일 강원도 화천 광덕산 등산로. 한참을 묵묵히 뒤따르던 지인이 끝내 참았던 불평을 털어놓습니다. ‘복수초가 피었네,’ ‘변산바람꽃이 피었네,’ ‘너도바람꽃이 피었네.’ 등등의 요란한 꽃소식에 내심 쫓아만 가면 ‘꽃 대궐’을 보리라 기대했었나 봅니다. 그렇습니다. 봄꽃이 무더기로 피었다고 야단법석을 떨지만, 기실은 손가락만 한 크기의 아주 작은 풀꽃들이 산기슭이나 골짜기 작은 귀퉁이에 보일
야생화 애호가들 사이에 꽤 오랫동안 제 이름이 아닌, 보통 명사 서해 ‘꽃섬’으로 불려온 야생화의 천국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찾는 발걸음을 줄여 자생지 훼손을 최소화하자는 나름대로의 선의가 담긴 고육책이었다고 이해됩니다. 그러나 낭중지추(囊中之錐)란 옛말도 있듯 누구든 한 번 보면 대번에 반할 수밖에 없는 천상의 꽃밭에 대해 소문이 나지 않을 수 없었고, 급기야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1박 2일’에까지 등장함으로써 국내 최고의 야생화 자생지 중 하나로 전 국민에게 각인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학명은 Symplocarpus renifolius Schott ex Miq.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아니, 이게 정말 꽃이 맞아요?”“무슨 꽃이 이렇게 생겼을까!”“꽃잎은 어디에 있나요?”처음 대하는 이는 누구나 익히 알던 꽃과는 다른 형태에 놀라워하는 꽃이 있습니다. 그리곤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내는 동시에 ‘앉은부채’라는 이름을 자연스럽게 그럴듯하다고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앉은부처’로 잘못 알아들었음을 뒤늦게 깨닫고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한가운데 도깨비방망이같이 생긴 게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Adonis amurensis Regel & Radde“접경 지역에도 봄이 왔어요! 꽃이 피었어요!” 봄이 특정 지역을 가려 오고 가는 것이 아님을 생각하면 말이 되지 않는 얘기이지만, 세월이 하 수상하니 접경 지역에 사는 꽃 동무의 전언이 예사롭지 않게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제2, 제3의 냉전 시대를 맞은 듯 꽁꽁 얼어붙은 접경 지역에도 어김없이 화사한 봄날은 오고 봄꽃이 피어난다는 사실을 무심하게 받아넘길 수 없는 이즈음입니다. 저 멀리 남녘에 가지복수초가 피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이미
학명은 Eranthis byunsanensis B.Y.Sun.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드디어 터졌습니다. 꽃 폭탄이 터졌습니다. 일주일 전쯤부턴가 여수에서, 울산에서 간간이 화신(花信)이 전해지더니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雨水)를 지나면서 여기저기서 봄꽃이 피었다고 아우성입니다. 봄바람이 분다고, 바람꽃이 피었다고 아우성입니다. 북풍한설이 몰아친다고, 폭설이 내려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며 엄살을 떤 지 얼마 지나지 않았건만 너나없이 봄꽃 맞으러 길 떠나자고 부산을 떱니다.
꿀풀과의 두해살이풀로, 학명은 Lamium amplexicaule L.요 며칠 제법 비가 내렸습니다. 아직 2월 중순이니 겨울비라 부르는 게 옳겠지만, 이리저리 날리는 빗줄기에선 겨울의 한기보다는 봄날의 따스함이 느껴지니 봄비라 부르고 싶은 비입니다. 봄을 부르는 비, 봄을 재촉하는 이 비가 그친 뒤 곧바로 봄이 시작되는 건 아니겠지만 기분만은 한결 봄에 다가선 듯 가볍습니다. 앞으로도 두어 차례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하고,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친 연후에야 봄이 온다는 걸 익히 알고 있건만, 마음과 눈은 벌써부터 봄꽃을 찾아 산골짝
학명은 Cypripedium macranthos Swartz.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멸종위기종 2급.이중과세(二重過歲)니 뭐니 해도 설은 기죽지 않고 살아남았고, 이제는 민족 최대의 명절로서 완전히 복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인사를 두 번 한들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는 듯 너나없이 거듭 덕담을 나눕니다. 2016년 2월 둘째 주가 시작되는 8일 세뱃돈 가득 담긴 복주머니, 금은보화 가득 찬 복주머니를 똑 닮은 복주머니란이 ‘업다운뉴스’ 독자들에게 “새해 복 듬뿍 받으시라.”고 인사를 합니
학명은 Daphne kiusiana Miq. 팥꽃나무과의 상록 활엽 관목“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 했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는 말이 있듯 눈 폭탄과 강추위가 제아무리 기승을 부린들 오는 봄 막을 수 있을까요. 아직 눈 덮인 한라산이 두 눈에 가득 찬 2월 초이지만 겨울나무 사이로 오고 있는 봄의 향기는 이미 곶자왈에 가득 번져 있습니다. 각각 숲과 자갈을 뜻하는 제주 사투리 ‘곶’과 ‘자왈’이 합쳐진 곶자왈은 용암이 분출하면서 만들어진 요철(凹凸) 지형으로, 녹나무 등 남방계 식물과 북방계 식
해오라비난초 =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Habenaria radiata (Thunb.) Spreng.짧지만 강한 추위가 유난스러운 겨울입니다. 동백꽃과 제주의 수선화 등 엄동설한에 피는 야생화가 없는 건 아니지만, 한겨울 꽃 타령을 하자니 다소 생뚱맞다는 생각도 한편에서 고개를 듭니다. 그 와중에 다소 엉뚱한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겨울의 한복판에서 그 반대랄 수 있는 한여름 삼복더위에 피는 해오라비난초를 소개해보자는 것이지요. 무더위를 떠올리며 살을 에는 강추위를 이겨내 보자는 취지입니다.
유채 꽃 = 십자화과 두해살이풀로 학명은 Brassica napus L. 유럽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전역과 남부 해안에서 자란다.예로부터 제주도는 삼다도(三多島)라 일컬어 왔습니다. 바람과 여자와 돌이 많은 섬이라는 뜻이지요. 이 중 지금도 제주도를 찾는 외지인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게 바로 바람과 돌입니다. 공항이든 항구든, 그 어디서부터 제주를 만나기 시작하든지 올려다보면 한라산이, 내려다보면 짙푸른 바다가 보입니다. 그리고 집이든 밭이든 농장이든 그 무엇의 경계가 되고 있는 숱한 돌담장을 만나볼
겨우살이= 학명은 Viscum album var. coloratum (Kom.) Ohwi. 겨우살이과의 상록 활엽 관목.“껍데기는 가라/한라에서 백두까지/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에서)날이 추워져야 소나무와 잣나무만이 늘 푸르다는 걸 알게 되듯, 겨울이 되어야 존재가 드러나는 식물이 있습니다. 바로 겨우살이입니다. ‘껍데기는 가라’는 시인의 외침에 응답하듯 무성하던 ‘나무껍데기’가, 이파리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난 뒤에야 비로소 저 나무 꼭대기에서 사시사철 고고하게 자라는 겨우살이가
복수초 = 학명은 Adonis amurensis Regel & Radde.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일주일새 달력의 숫자가 2015에서 2016으로 바뀌었습니다. 해가 바뀌고 달이 바뀌었지만 엄동설한의 추위는 여전합니다. 몸이 움츠러들면서 꽃이 피는 봄이 간절히 기다려집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깊은 어둠 속에서도 새벽은 오고, 북풍한설 중에도 봄은 잉태되어 있습니다. 동작 빠른 꽃들은 이미 꽃송이를 활짝 열 채비를 갖추고 택일만 미루고 있을 것입니다. 그 동작 빠른 꽃 중에 첫손가락을 꼽을 게
수선화 = 학명은 Narcissus tazetta var. chinensis Roem.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겨울철 이상 고온으로 지구촌 곳곳에 초봄같이 따듯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고 언론이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페루 칠레 연안의 해수 온도가 주변보다 2~10도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이 가져온 결과라고 합니다. 어찌 됐던 난데없는 난동(暖冬)으로 미국 워싱턴에서도, 독일 드레스덴에서도 벚꽃이 만개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중 영국 런던의 올림픽공원에서 피었다는 노란색 수선화의 화사한 사진이 제 눈엔 가장 인상적입니다.
동백꽃 = 차(茶)나무과의 상록 활엽 소교목으로 학명은 Camellia japonica L. 개화 11월~다음 해 4월/결실 9~10월/높이 2~6m(드물게 10m까지 자란다)남녘의 꽃 동무에게서 기별이 왔습니다. 핏빛보다 붉은 동백꽃이 피었다고 말입니다. 그 동백꽃이 후드득 지기 전에 한번 다녀가라고 말입니다. 찬바람이 불자 ‘이제는 꽃 볼 일 없다’며 카메라마저 한편으로 밀쳐놓고 넋 놓고 살았는데, 갑자기 정신이 번뜻 듭니다. ‘그렇지. 동백꽃이 있지. 겨우내 피고 지는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