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김기철 기자] 대기업집단 총수일가가 책임경영보다 지배력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사외이사는 감시‧견제 장치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거수기’나 ‘예스맨’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18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한 결과다.
분석 대상은 올해 지정된 공시대상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60곳 중 신규 지정된 3곳와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농협을 제외한 56개 집단 소속 회사 1884개다. 이 중 총수가 있는 49개 집단 소속회사 1774개 중 총수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21.8%(386개사)였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8.7%(155개사)에 그쳤다.
특히 총수 본인이 전혀 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은 집단은 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두산·CJ·대림·미래에셋·효성·태광·이랜드·DB·동국제강·하이트진로·한솔 등 14개(28.6%)에 달했다. 이 중 8곳은 2·3세도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이는 총수나 2·3세가 등기임원을 맡지 않으면 경영권을 행사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것을 남용한 것으로 보인다.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386개사를 분석해 보면 주력회사(46.7%), 지배구조 정점인 지주회사(86.4%),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65.4%) 등에 집중돼 있다. 전체 회사 대비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 21.8%를 크게 앞지른 수치다. 결국 총수일가는 기업집단의 지배력이나 이득 확보 차원에서 유리한 회사에는 적극적으로 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방만한 대기업집단 총수일가에 내부 감시 기능을 높이려는 장치들을 도입했지만, 실효성도 미흡하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56개 집단 소속 253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787명으로 전체 이사의 50.1%를 차지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5.3%였다.
하지만 최근 1년간(지난해 5년∼지난 4월) 이사회 안건 5984건 중 사외이사의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고작 0.43%인 26건에 그쳤다. 사실상 거의 원안대로 통과된 셈이다. 특히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 810건 중 부결된 안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사외이사가 감시‧견제 장치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사실상 거수기, 예스맨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공정위는 앞으로 공시점검 결과와 채무보증 현황 등 대기업집단의 현황을 지속적으로 분석·공개해 시장 감시기능을 활성화하고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