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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를 어찌합니까? 딜레마에 빠진 文정부

  • Editor. 이상래 기자
  • 입력 2018.12.08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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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상래 기자] 믿었던 우군이 참 골치다. 그렇다고 정면으로 맞붙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상황이 그리 좋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계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문재인 정부 얘기다.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의 '우군'으로 분류된다. 보수정당에서 문재인 정부를 '좌파정부'로 몰아세우는 것만 봐도 문재인 정부의 지지기반 중 하나가 노동계라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들을 적지 않게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무역의 날 축사를 통해 노동계의 변화를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가 주 52시간제 근무제다. 노동자들에게 어떤 효과가 있겠냐는 논쟁은 뒤로 하고라도, 고용주들이 이 제도에 대해 반발하는 것을 보면 이 제도가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기업인들의 반발이 심해 정부는 이 제도에 대해 6개월 유예기간을 뒀다. 

최저임금 인상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만들고자 추진한 정책이니 말이다. 이 정책에 대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기업인들의 반발은 실로 크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한 축인 소득주도성장도 사실 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소득’은 자본소득이나 금융소득이 아니다. 근로소득을 뜻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소득을 늘려 그로 인한 소비를 유발해 경제 선순환을 만든다는 게 이 경제 패러다임의 요체다.

노동계를 꽤 신경 쓴 문재인 정부라 할 수 있다. 보수정당에서 ‘좌파정권’ 프레임을 씌우는 배경도 이러하다.

하지만 최근 흘러가는 상황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노동계가 힘을 실어준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지난 1일 민주노총과 50여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민중공동행동은 국회 앞에서 ‘2018 전국 민중대회’를 열어 문재인 정부가 ‘노동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공약을 지키지 않고 각종 노동정책 등에서 “개혁에 역주행하고 있다”며 “정부는 민중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된 사회 대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촛불집회 때 결집 이후 2년 만에 열린 민중대회로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처음으로 노동계가 연대해 정부 규탄 시위에 나선 것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준비한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민주노총이 참석하지 않아 지난달 22일 반쪽자리로 출발했다. 이 위원회는 노·사·정을 포함해 청년, 비정규직,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담아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계의 한 축이 불참해 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노동계까지 의기투합해 추진해온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이 대규모 일자리 프로젝트는 지난 6일 타결 직전 지역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 수정안을 도출해냈는데, 현대자동차가 수용을 거부하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 일자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한줄기 희망이 일단 꺾인 셈이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를 강하게 압박하기는 쉽지 않은 형국이다. 최근 들어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는 터에 노동계마저 확실히 등을 돌리면 정부는 더욱 고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를 할 수 있는 것은 설득이다. 호소라고 할 수도 있을 법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우리는 오랜 경험을 통해 성급하게 자기 것만을 요구하는 것보다 조금씩 양보하면서 함께 가는 게 좋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시민사회·노동자·기업·정부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노동계를 겨냥해 변화를 촉구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노동계를 향한 호소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문 대통령은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불참하자 “민주노총의 빈자리가 아쉽다”며 “자기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라 대화·타협·양보·고통 분담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호소에 과연 노동계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가 딱히 묘안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가히 ‘딜레마’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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