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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성 상품화' 논란, 치어리더 꼭 퇴출해야 하나?

[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최근 한 치어리더가 자신의 SNS에 넋두리 식으로 올린 글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 남성 네티즌의 악플을 갈무리해 올렸는데, 치어리더라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이 글은 치어리더가 꼭 존재할 필요가 있냐는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팀을 담당하는 황다건 치어리더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치어리더라는 직업은 재밌고 좋은 직업이지만 그만큼의 대가가 이런 건가”라는 글을 올렸다.

황다건 치어리더. [사진=황다건 치어리더 인스타그램 캡처]
 

그는 “댓글창은 더러워서 못 보겠고, 연락으로 관계하는 묘사부터해서 사진 영상 다양하게도 오는데 제발 좀…성적으로 성희롱이든 뭐든 너무 심하다”라고 속상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어 “이런저런 글들을 보게 되면 그날 하루는 다 망치는 것 같고, 하루 종일 이 생각밖에 안 나고 이젠 겁이 나기도 한다. 내 이야기가 이렇게 돌아다니는가 싶고 막막하다”며 “부모님이 이런 거 보게 되는 것도 그저 죄송스러울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황다건이 공개된 사진은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로 알려진 ‘일베(일간 베스트 저장소)’에서 그의 치어리더 사진으로 성희롱 한 게시글을 캡처한 것이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댓글만 봐도 그렇고, 2000년생으로 미성년자인 황다건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수준의 댓글과 게시글들이 인터넷을 뒤덮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치어리더가 외모를 내세우며 돈을 버는 직업으로 인식하는 통념도 있지만, 이들 역시 관중과 소통하는 감정노동자로 볼 수 있기에 자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황다건이 이 같은 고민을 적어놓자, 같은 삼성 소속의 치어리더인 심혜성, 박현영도 SNS에 잇달아 고충을 털어놔 주목을 받았다.

심혜성은 “‘성희롱이 싫으면 노출이 없는 옷을 입어라. 노출 없는 일을 하라’는 말로 피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안겼다”고 했고, 박현영은 댓글을 통해 “노출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닌, 그냥 춤추고 무대 위에 서는 게 좋아서 치어리더라는 일을 하는 사람도 충분히 많다는 걸 알아 달라”고 썼다.

치어리더를 스포츠 경기에서 퇴출시켜 달라는 내용의 청원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한데 한 치어리더의 넋두리로 출발한 이슈가 치어리더를 없애야 한다는 여론으로 비화돼 파장이 커졌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치어리더 성추행과 관련해 스포츠 경기에 치어리더를 없애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스포츠 경기에 상관없이 치어리더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성 상품화 논란을 야기하며 정작 치어리더 자신들도 팬들의 관심에 변태들이 사진을 찍었다는 등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시점에 치어리더를 폐지했으면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 청원은 15일 오전 현재 1000명을 넘어섰다.

반면 치어리더 폐지를 반대하는 쪽은 치어리더를 대상으로 성폭력 등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문제이며, 스포츠 경기에서 치어리더의 존재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편다.

치어리더는 경기장에서 신나는 음악이나 구호에 맞춰 춤을 추면서 관중의 흥과 응원을 유도하는 일을 담당하는 전문직이다. 관중들이 구호나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도록 유도한다. 경기를 보러 온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응원을 할 수 있도록 팀의 특색이나 취향을 살린 응원 안무나 구호를 연구해 관중들과 공감하고 소통한다. 결코 성을 상품화하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치어리더라는 직업이 사라지길 바라는 이들은 일부 팬들이지, 치어리더 본인이 아니라는 대목은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 원(F1)은 지난 1월 ‘레이싱걸’ 폐지를 선언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지구촌에서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앞으로 여성의 성적 매력을 대회 홍보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F1 레이싱걸로 일해 온 여성들은 방송 인터뷰와 SNS를 통해 레이싱걸 퇴출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F1 레이싱걸의 폐지를 논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치어리더, 레이싱걸을 비롯해 투기종목의 마스코트인 라운드걸까지 노출이 있는 옷을 입는 이들이 스포츠 경기에서 꼭 필요한가 하는 논쟁은 잊을 만하면 수면위로 떠오른다. 팬들의 성숙한 의식이 선행된다면 치어리더의 성 상품화 논란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과 치어리더 직업 자체가 성 상품화가 아니냐며 스포츠 경기에서 치어리더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팽한 대립각을 이루고 있다.

양 측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에 파문은 더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의 생각은?

이세영 기자  syl0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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