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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없는' 연금개혁...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 사지선다 중에 답 있을까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18.12.1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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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정부의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이 14일 발표되면서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어디까지나 국민이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4가지 개편안으로 제시돼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국민적 합의점을 찾아달라는 것이 정부의 대안 취지이지만 여야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려 과연 4지선다형 입법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국민연금심의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쳐 해를 넘기기 전까지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국회의 논의를 거쳐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입법돼야 비로소 '연금개혁'이 완성되지만,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의 4가지 국민연금 개편안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국민연금 개편안을 마련하라고 재검토를 지시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정부안은 4가지 선택지로 제시됐다. 현재 세대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최대 13%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평생 평균소득 대비 국민연금 수령액의 비율인 소득대체율의 범위는 40~50%로 조정하는 게 골자다.

1안, 2안은 1998년 9%로 인상된 뒤 그대로인 보험료율은 건드리지 않고 기초연금을 올려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맞추는 개편안이다. 3안, 4안은 소득대체율을 2021년부터 각각 45%, 50%로 올리는데, 보험료율이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12%(3안), 13%(4안)까지 인상된다.

개편안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결합해 100만원 안팎의 연금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노인 1인 가구가 최저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4개 안 모두 기초연금을 2021년부터 30만원으로 올리는 것을 공통분모로 하는데, 2안은 2022년에 40만원으로 한 번 더 인상돼도록 짜여졌다.

# ‘인기 없는 정책’ 대안 고민

국민연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기금고갈 속도가 엇물리며 영향을 미치는 함수관계가 복잡한 구조다. 정부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과 관련해 여론이 너무 상반돼 통일안을 도출해내기 어려웠다고 밝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부터 이어진 국민연금 개혁은 번번이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2003년 참여정부는 보험료율은 높이고 소득대체율은 낮추는 개편안을 추진했다가 '안티국민연금운동'이란 역풍을 맞았고 2007년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은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안한 뒤 거센 반대여론 속에 소득대체율만 인하하고 사퇴해야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만큼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현 제도를 유지하면 기금은 2042년부터 적자가 되고 2057년에 소진될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가 제안한 네 가지 개편안 가운데 정부의 잠정적 목표치에 가장 근접한 것은 4안인 만큼 보험료율 인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금의 고갈을 막기 위해선 보험료율 인상이 필수적이다. 다만, 보험료율 인상은 국민의 경제적 부담으로 직결되는 만큼 정부와 여야 정치권 모두 확고한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 그렇기에 보험료 인상을 통한 연금 개편안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이임사에서 밝힌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인기 없는 정책'의 전형적인 사례다.

인기 없는 정책을 지속해나가기 위해선 국민의 지지를 얻을 만한 논리와 철학을 갖춘 대안이 필요하다. 이를 놓고 연금 전문가들은 보험료 인상방안과 목표 초과수익률안이 마련된 데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했지만, 연금 고갈을 막을 재정 안정화 정책이 배제됐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멀티 개편안에 여 “합리적 대안” vs 야 “속 빈 강정”

국민연금 멀티 개편안을 놓고 앞으로 입법화를 맡을 정치권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합리적 대안'이라고 평가했지만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개편안을 4가지로 늘려 오히려 혼란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은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 기초연금, 퇴직연금, 주택농지연금 등 다양한 공적연금 제도를 함께 고려하는 다층연금체계 차원으로 확장된 것"이라며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는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더 충실하게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치열하게 토론해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귀한 결실을 맺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을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5가지 이유를 들며 정부안을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복지위 한국당 간사인 김명연 의원은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는 등 초고속 고령화 국가로 돌입하는 것이 분명한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은 이러한 저출산 고령화에 문제에 직결된 사항임에도 이에 대한 대책은 빠진 안들만이 발표됐다"고 혹평했다. 이들은 “여러 가지 안을 나열하며 국민들에게 폭탄을 던지고 있다“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국회를 무시하고 기습 발표를 한 것에 대한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개선안에는 국민의 혈세로 3조원의 적자를 메우고 있는 특수직 연금과의 통합 등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빠졌다. 재원조달 방안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4개의 국민연금 개선안을 제시해 사회적인 갈등 뒤에 숨는 비겁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낸 만큼은 최소한 보장받길 원하는 국민의 연금개선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은 정책위원회 명의의 논평을 통해 "정부의 4가지 개편안은 현재까지 각계가 제기한 주요 정책 방안을 모아 놓은 것으로, 혼란만 더 가중됐다"며 "'최저수준 이상의 적정 노후 생활비는 장기적으로 사적연금을 포괄한 다층체계를 통해 달성하겠다'는 부분은 공적연금에 대한 정부 철학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반 서민들이 노후 양극화를 겪지 않으려면 공적연금만으로 기본적인 노후 생활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예정된 연금고갈, 여론 최대공약수는?

재정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선 보험료율 인상이 필수다. 개편 3안과 4안에 보험료율 인상이 제시됐지만, 이를 통해 2057년 소진이 예상되는 연금 고갈을 막을 만큼의 재원 확보는 어렵다. 지난 8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제시한 재정 목표인 '2088년 적립 배율 1배'를 달성하기 위해서 국민연금 재정추세에 따라 2020년부터 보험료율을 16%로 인상해야 한다.

지난 9월 열린 국민연금 개선을 위한 국민의견 대토론회. [사진=연합뉴스]

소득대체율을 45%, 50%로 상향하면서도 보험료 그것에 맞게 올리지 않으면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빨라진다. '덜 내고 더 받는' 마법은 경제학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게 설계된 국민연금은 재정 고갈 면에서 태생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입자 부담을 키우는 급격한 보험료율 인상을 자제하면서 국민에게 월 100만원 안팎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연금시스템의 안전성까지 도모해야 하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은 난제 중의 난제다.

보장성 강화와 재정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면 20년간 제자리인 보험료 인상을 포함한 다양한 해법을 찾아야 저출산 고령사회를 이끌 후대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과연 현 정부의 4지선다형 개편안이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고 정치권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정파적 이해관계와 맞물린 국민연금 개혁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선 국민 의견의 최대공약수를 찾아내는 것이 선결 과제로 보인다. 연금개혁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만큼 경사노위에서부터 어떤 논의로 개편방향의 가닥을 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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