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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까지도 불안사회, 온수관 파열 총체적 대책은 '국민 안전권' 시각에서
발밑까지도 불안사회, 온수관 파열 총체적 대책은 '국민 안전권' 시각에서
  • 김기철 기자
  • 승인 2018.12.16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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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기철 기자] 올겨울 들어 ‘발밑이 지뢰밭’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9일 동안 3번이나 온수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첫 한파가 밀려든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온수관이 파열돼 1명이 숨지고 55명이 화상 등으로 부상을 당하는 뜨거운 물기둥 쓰나미 사태 이후 11일엔 서울 목동, 12일엔 안산 고잔동에서 온수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 시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9시께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온수관이 터져 뜨거운 물기둥이 쓰나미처럼 인근 도로와 건물을 덮쳐 1명이 숨지고 55명이 화상 등의 부상을 입었다. [사진=연합뉴스]

잇따른 사고에 열수송을 맡은 공공기관들은 부랴부랴 시설을 긴급점검해 응급처방을 내린 뒤 안전관리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비용 절감을 위해 위험한 열수송관 점검을 용업업체에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라는 구조적인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국에 깔려 있는 열수송관은 총 3956km로 그중 지역난방공사가 54.7%인 2164km를 관리하고 있다. 나머지 1792km는 37개 지역난방사업자가 각자 소유한 배관을 자체 책임으로 관리한다.

이 중 서울시 산하 서울에너지공사 등 일부는 지자체가 운영한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지난 11일 파열된 목동 온수관을 관리하고 있다. 12일 파열 사고가 난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온수관을 관리하는 안산도시개발은 안산시와 삼천리가 각각 지분 49.9%를 보유한 상태다.

국내 열수송관의 절반 이상을 관리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난 13일 백석역 온수관 사고 수습 및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았는데 1991년 매설된 열수송관 연결구간의 용접부 덮개가 파열된 게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총 443개 지점에 이 같은 방식으로 연결된 용접부가 있는데, 그 중 80%가 수도권에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난방공사는 내년 3월말까지 443개 지점을 모두 보강 또는 교체할 계획이다.

지역난방공사가 전국 온수배관에 대한 점검 결과 지열 차이가 발생한 203곳의 분포 지역. [사진=연합뉴스]

지역난방공사는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전국의 온수배관 2164㎞ 가운데 20년 이상된 686㎞(32%)를 대상으로 열화상 카메라 21대와 93명을 투입해 긴급 점검을 벌인 결과, 지열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 203곳을 확인했다. 그중 78곳은 서울의 반포와 상암, 여의도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서울 강남권 18곳과 경기 분당 49곳, 고양 24곳, 용인 15곳, 수원 7곳 등 수도권에서 문제가 많이 드러났다. 지방에서는 대구에서 12곳이 이상 지역으로 분류됐다.

난방공사는 열수송관 매설 지역과 인근 땅의 온도차가 3도 이상이라 누수가 의심되는 이들 203개 지점에 대해서는 내년 10월 말까지 교체공사 등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그중 특히 지열차가 10도 이상 커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지점은 16곳으로 파악됐다. 긴급점검 과정에서 발견된 5개 지점은 이미 굴착했는데, 4개 지점은 이상이 없었고, 1개 지점은 미세누수로 배관을 교체한 상태다. 나머지 11곳은 굴착 예정이다.

지역난방공사가 이같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짧게는 석 달가량, 길게는 열 달 넘게 기다려야 하기에 시민들은 사고 재발에 대해 불안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난방공사가 파열된 열수송관이 수명을 다한 위험한 구간이라는 사실을 사고 전에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바로 조치하지 않은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난방공사는 지난달 고양시 전체 열수송관을 대상으로 보온재 손상이나 보수 이력, 부식 등 수명을 저감하는 요인을 반영해 ‘기대여명’을 평가하는 위험현황도 조사를 했다. 그 결과 고양지역 총 1220개 구간, 341km 열수송관의 10%에 해당하는 127개 구간, 34.1km가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대여명이 채 ‘0년’이 되지 않는 위험등급 1등급으로 분류됐다. 사고 구간은 사실상 기대수명 40년보다 7년을 더 사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열수송관 안에 누수를 감지하는 센서가 있음에도 사고가 난 온수관을 포함한 노후 수송관 다수는 감지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율동공원 인근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분당지사 관계자들이 차량에 부착된 열화상 카메라로 열수송관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로 보강·교체 공사를 했다면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도 12일 에너지 기관장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문제의 열수송관은 자체 위험도 조사를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조치를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뼈아픈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열수송관 점검 등 위험한 업무를 자체적으로 하지 않고 용역업체에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도 사고 가능성을 키웠다는 평가다. 난방공사는 2016년부터 점검을 외부에 맡기기 시작했고, 백석역 열수송관도 용역업체가 점검해 왔다.

아울러 민간업체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나머지 절반가량의 열수송관에 대한 관리 강화도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산 고잔동 온수관 파열 사고의 경우, 2002년 고잔 신도시 조성 당시 온수관이 설치됐기에 배관 노후화 문제가 아니다. 온수관 내구연한이 통상 40년이기 때문이다. 허술한 사전 안전점검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고 온수관은 안산도시개발이 매달 두 차례 육안으로 지반 침하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같은 점검방식으로는 배관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산시와 안산도시개발은 내년 1월까지 지역 내 매설된 온수관에 대한 정밀진단을 중점관리 구간을 중심으로 실시해 배관교체 등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신도시의 경우 처음부터 민간업체가 지역난방사업을 시작한 지역이 다수인데, 이들 사업자 모두 집단에너지사업법에 따라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연 1회 정기검사를 에너지공단에 위탁하고 있지만 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뒤늦게 구조적인 문제를 자성한 지역난방공사는 지하매설물 관련 외부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열수송관 유지보수예산을 연간 200억원에서 1000억원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또한 열수송관 안전관리 자회사를 설립해 용역업체에서 열수송관 점검·감시를 했던 직원 112명을 정규직화하기로 했다.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열수송관 긴급점검 결과 및 정밀점검계획에 대한 브리핑에서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국민 사과와 함께 내년 1월까지 종합적인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지역난방이 시작된 지 벌써 30여년이 넘어가고 있다”며 “그에 따라 최근 여러 유사 사례가 빈발하는데 국가적 관리가 이뤄져야 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술한 안전점검의 책임론을 비켜가는 공공기관 수장의 변명만이 아니라고 본다면 정부의 총체적인 접근에도 시사하는 바 큰 대목이다.

온수관 파열, KTX 탈선 사고 등 최근 공공부문의 사고가 이어진 데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 관리, 투자, 평가, 인력 운용 등 몇 가지 항목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고, 우선 해당 기관이 스스로 점검하게 하고 바꿔야 할 것이 있으면 바꾸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효율성만을 앞세운 공공기관의 안일한 상황인식을 점검해 경영체질 개선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적인 종합대책을 통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사고와 관련해 “안전권을 국민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천명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참으로 국민께 송구스럽고 부끄러운 사고”라고 유감을 표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강조라면 발밑까지 불안한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국민 안전권’ 차원에서 시급한 국가적 책무가 아닐 수 없다. 새해 1월에는 열수송관을 관리하는 공공기관과 자자체의 분산된 대책 발표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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