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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푸린 세밑에도 훈훈한 의인과 천사들 있어 '살맛나는 세상'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18.12.30 0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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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2018년 세밑 대한민국 사회의 기상도는 ‘흐림’이다. 갖가지 끔찍한 사건들이 미디어의 전면을 장식하고 있다. 기업 수장들은 직원들에게 서슴지 않게 갑질을 부리고, 여전히 대기업들의 비리도 만연하다. 심지어는 자신의 가족을 해치는 참극까지 일어나는 흉흉한 세상이다.

입꼬리가 올라가게 만드는 뉴스가 드문 요즘, 나보다 남을 생각하고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의인과 기부천사들이 있어 동장군에 언 세인들의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연말 선행으로 주위를 밝힌 의로운 그들과 숨은 천사들이 더욱 주목받는 세밑이다.

서울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군인이 차가운 강물에 뛰어든 한 여고생의 목숨을 구했다. 지난 25일 오후 10시경 지체장애가 있던 여고생 A양이 서울 원효대교에서 한강으로 떨어졌다. A양이 다리 밑으로 추락하게 된 정확한 경위는 파악되지 않았다. 당시는 영하의 날씨인데다 수심이 깊고 유속도 빠른 탓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한데 잠시 뒤 한 군인이 강물로 뛰어들었다. 휴가를 나와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가 사고 현장을 목격한 하사관이었다. 이 군인 덕분에 A양은 크게 다친 곳 없이 무사히 구조됐다. 한순간의 고민도 없이 차가운 한강물에 뛰어들어 여고생을 구한 그는 1군단 특공연대 소속 황수용 하사다. 

입대 3년차 군인인 황 하사는 어릴 때부터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을 동경했고, 성인이 되자마자 입대했다고 한다. 황 하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희생해 누군가를 지키는 군인을 보며 나도 저런 일을 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면서 “무엇보다 여학생이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건져낸 구조담은 화마 속에서 빛났다. 화재현장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20대 장애인을 경찰관 두 명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소중한 생명을 구한 미담이 전해졌다. 주인공은 태백경찰서 장성파출소 소속의 노희태 경위와 염승연 경장이다.

이들은 27일 오후 강원도 태백시 장성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일어난 화재 현장에서 현장 이웃주민으로부터 “불난 집에 정신지체인 사람이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불길이 제법 커진 상황이었지만 두 경찰은 망설이지 않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집 안에는 거동이 불편해 미처 대피하지 못한 20대 B씨(정신지체 2급)가 나체차림으로 쪼그려 앉아 있었다. 두 경찰관은 B씨를 집 밖으로 구조하고 119 구급대 차량을 통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시켰다. 다행히 B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경찰관은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리면서 “소중한 생명을 구해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올해도 자신의 신분을 알리지 않고 거액을 선뜻 내놓은 ‘기부천사’들의 선행이 이어져 사랑의 수은주를 높이고 있다.

최근 전북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가 걸려왔는데, 한 중년 남성이 직원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지하 주차장에 빨리 가보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고 부탁했다.

노송동 주민센터에 따르면 이 남성이 놓고 간 박스에는 돼지저금통이 들어있었고 여기에서 수많은 동전들이 쏟아졌다. 또한 5만원권 1000장을 포함해 약 5000만원의 현금이 담겨있었다. 소년소녀 가장들을 응원하는 편지도 함께였다.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리는 이 남성의 선행은 무려 19년째 계속됐다. 지금까지 불우이웃을 도와달라며 놓고간 돈만 6억원이 넘는다.

대구에서도 익명으로 7년째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공공기관을 통해 기부한 남성이 있는데, 그가 쾌척한 성금은 9억6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1억2000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말없이 내놓아 주위를 훈훈하게 밝혔다.

또한 광주 경안동에서는 ‘이름 없는 기부천사’의 이웃 사랑이 5년째 이어지고 있어 지역사회에 따뜻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안동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중년 남성의 한 독지가는 26일 5만원권 지폐 100장이 든 봉투를 복지센터에 놓고 홀연히 사라졌다. 이 독지가는 2014년부터 매년 성금을 기탁한 후 사라져 이름 없는 천사라고 불리고 있다.

같은 날 충북 괴산군 소수면에서는 손편지와 함께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가 면사무소에 배달됐다. 봉투 안에는 ‘관내 소년·소녀 및 불우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라는 짧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자신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우체통에 성금을 쾌척한 이 익명의 독지가는 ‘적은 금액이라 송구스럽습니다’라고 오히려 미안해했다. 소수면은 이 독지가의 성금으로 내복과 쌀, 계란을 구매해 저소득층과 홀로 사는 노인 7가구에 전달했다.

어둠이 있으면 빛도 있는 법. 각종 사건사고들로 흉흉한 세밑이지만, 자신의 안위나 어려운 형편보다 타인의 행복을 바라는 이들이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해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미담을 접하는 사람들은 이런 의인과 기부천사들이 있어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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