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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의 자유' 돈으로 막은 현대차 '알박기 집회', 정의선 부회장 시대에도 여전히?

  • Editor. 이선영 기자
  • 입력 2019.01.04 11: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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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선영 기자] “지금까지 성장방식에서 벗어나 우리 역량을 한데 모으고 미래를 향한 행보를 가속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다. 미래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해 나가겠다.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

지난해 9월 승진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2일 처음으로 그룹 시무식을 주재하면서 한 말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년사를 통해 사업 경쟁력 고도화와 미래 대응력 강화, 경영·조직 시스템 혁신 등을 강조하고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독려했다.

2019년 현대자동차그룹 시무식에서 신년사 하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한데 새해 벽두부터 현대차그룹을 둘러싸고 ‘알박기 집회’, ‘알박기 주차’ 의혹이 불거져 과연 새로운 체제와 변화를 주도하려는 정의선 호와 궤를 같이하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다소 수상한 집회가 10년 넘게 현대차그룹 사옥 앞에서 매일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본디 ‘집회·표현의 자유’란 게 있어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현대차가 고용한 사람들이라는 데 있다. 물론 집회 신고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집회를 열기 좋은 장소를 선점하는 식으로 자신들에게 쏟아질 비판을 원천 봉쇄했다는 얘기다. 이른바 ‘알박기 집회’다.

한 마디로 재벌그룹이 집회·표현의 자유를 돈으로 막았다는 소리다.

현대차그룹의 ‘알박기 집회’는 3일 KBS의 ‘끈질긴K’ 보도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실제 알박기 집회에 동원된 전직 용역업체 직원의 제보를 통해서였다. 수상쩍은 집회의 실체를 낱낱이 알리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끈질긴 K는 알박기 집회에 동원된다는 A 경비용역업체가 낸 구인광고에 지원하는 식으로 직접 잠입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밝혀진 사실들은 놀라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우선 현대차 본사 앞에서 버젓이 집회가 이루어졌다. 정상 집회처럼 보이기 위해 이따금 현수막도 펼치고 사진도 찍었다. 하지만 구호를 외치는 사람 하나 없어 수상함을 더 하기만 할 뿐이었다. 이 같은 이상한 집회는 밤새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용역 직원 6명이 365일 24시간 내내 교대로 일한다. 알박기 집회 용역인력의 하루 일당은 14만 원이다. 한해 5억 원으로 추산된다. 최근 3년 동안 현대차는 모두 8백여 차례의 알박기 집회를 열었다는 게 끈질긴 K가 확인한 결과다.

더구나 A 경비용역업체 관계자가 “노조 사람들이 현대기아차 본사에 와서 뭐 하겠어요? 시위를 하겠죠. 근데 좋은 자리를 선점하게 되면 현대기아차에 피해가 와요. 얘네가(노조가) 좋은 자리를 잡기 전에 저희가 선점을 해요”라고 증언하고 있어 충격을 더한다.

끈질긴K가 확보한 현대차의 집회 신고서를 보면 알박기 집회의 실체를 더욱 더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 집회 신고서에 따르면 집회 주최자는 현대차 보안관리팀 소속 직원이다. 한데 집회 신고자는 취재진이 잠입한 A 회사가 아닌 HDS란 현대차 경비업체 직원이다. 현대차 그룹 측이 HDS에 경비 용역을 주고, HDS가 다시 여러 용역업체를 관리하는 구조다. 물론 현대차에 돈을 받은 용역업체들은 알박기 집회를 실행한다. 이는 엄연히 ‘불법의 외주화’라 할 수 있다. 현행 경비업법상 경비원이 경비업무를 벗어난 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현대차가 신고한 집회는 보호 가치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야말로 알박기 집회란 사실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 CI. [사진출처=현대자동차그룹 누리집]

현대차그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알박기 주차’ 의혹도 수면 위로 올랐다. 끈질긴K가 여섯 달 전 촬영한 화면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주변에 수상한 승용차들이 불법 주차돼 있다. 알박기 집회와 마찬가지로 차를 이용해 행여나 불협화음이 나올 수도 있는 자리를 미리 선점한 모양새다. 문제는 차들의 주인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무직에 공무원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들이 슬그머니 현대차 경비 업체인 HDS 한남동 사무실로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됐다는 데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여전히 여러 경비업체를 동원해 알박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변혁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우선 알박기 집회·주차 같은 적폐를 청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황금돼지 해를 맞아 신년사를 통해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서의 현대차그룹 미래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정의선 수석부회장. 앞으로 그의 행보에 행여나 ‘알박기 집회·주차’ 의혹이 재를 뿌리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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