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대화제약, 베트남에 저품질 의약품 팔려다 철퇴 '신뢰의 위기'...수출대란 위기 잊었나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19.01.08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최근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매우 우호적이다. ‘쌀딩크’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지난해 국제무대에서 잇따라 좋은 성적을 내면서 베트남에서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베트남 국민들은 통일전쟁 당시 가슴 아픈 양국의 과거사를 잊은 채 코리아라는 말만 들어도 엄지를 번쩍 든다. 박 감독과 발음이 비슷한 한국 드링크제인 ‘박카스’가 덩달아 인기를 끄는 등 한국 제품들은 베트남인들에게 득템 메뉴가 되고 있다.

‘박항서 매직’ 바람을 타고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는 국내업체들이 늘고 있다. 한국에서 수출된 라면류, 과자류, 화장품, 가전제품 등 외에 의약품도 빼놓을 없는 인기제품이다.

특히 한국을 의료강국이라고 인식하고 베트남 내 약국에서는 비상상비약 등 각종 의약품이 많이 비치돼 있다.

대화제약 CI. [사진=대화제약 홈페이지]

한데 국내 제약사들이 의약품 수출 4위국(2200억원 규모)인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는데 최대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박항서 신드롬’이 휘몰아쳤음에도 지난해 5월 베트남 정부가 갑자기 의약품 입찰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두 달 뒤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렵기구) 가입국에 포함돼 있어 2등급으로 우대를 받으며 베트남 의약품 수출이 탄탄대로의 길을 걸어왔는데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허가받은 의약품만 1~2등급으로 인정한다는 게 개정안의 골자였는데, 이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제약사 입찰등급은 2등급에서 6등급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개정안대로 조정될 경우 의약품 수출 급락은 불가피했다.

업계는 베트남 당국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대한 원인을 찾아 나섰는데, 여기에는 일부 국내 제약사의 일탈 행위가 빌미가 된 것임이 확인됐다. H, K, M사 등이 베트남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 업무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류 날조 등의 일탈이 드러나면서 신뢰가 급락한 것이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위기감을 인식한 식약처 등 정부 당국과 국내 제약계는 사태 진화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특히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직접 베트남 총리에게 국내 제약사들의 입찰 2등급 유지 등의 약속을 구두로 확인하면서 사태가 진화될 수 있었다.

의약품 시장이 52억달러에 달하고 연 성장률이 10% 가까이 급신장하는 베트남에 대표사무소나 법인을 설립한 국내 제약사는 8곳에 이른다. 그중에서 대화제약이 저품질 의약품을 베트남에서 팔려다 적발된 사건이 확인돼 이 같은 노력을 무색케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대화제약(대표이사 회장 노병태)이 지난해 12월 말 품질기준에 부적절한 제품을 제조한 혐의로 베트남에서 적발돼 벌금을 부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된 품목은 ‘대화 하리스 연질’이라는 칼슘제(일반의약품)이다. 이 의약품은 베트남 현지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베트남 의약법상 2급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베트남 당국은 행정 위반뿐 아니라 기존 규정에 따라 해당 저품질 약품을 판매 중지하도록 대화제약에 요청했다.

이 의약품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철퇴를 맞은 것일까.

대화제약 관계자는 8일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약재에 들어가는 비타민이 기준에 초과된 건이다. 비타민이 기준치보다 많이 들어갔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기준 초과는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트남 현지 기준을 초과해서 문제가 됐다. 수출 후 시중에 유통된 게 아니라 통관하다가 초과된 부분이 적발돼 현지 에이전시가 전량 폐기한 걸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베트남이 한국 제약사를 못 믿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는 이 관계자는 “계속 수출해온 게 아니라, 2017년에 한 번 수출했다. (비타민이 기준치를) 초과한 부분을 인정하고 폐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제약사들이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면서 일탈행위 등으로 신뢰를 잃어 수출대란 위기를 맞았던 게 바로 엊그제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국내 제약사의 신뢰 위기는 정부 차원에서 재점검해야 할 중대 현안이 아닐 수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저품질 의약품을 수출해 팔려다 적발된 대화제약 사건은 자칫 양국 우호관계에 찬물을 끼얹고, 의료강국 한국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타민 초과’라는 사태인식으로 결코 가볍게 지나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뢰는 한순간에 잃을 수 있고, 작은 틈 하나가 거대한 둑을 무너뜨릴 수 있기에 그렇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