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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상담원 이문수의 죽음이 산재로 인정된 까닭은?

  • Editor. 이선영 기자
  • 입력 2019.01.0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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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선영 기자] “회사는 직원을 보호하지 않았다.”

LG유플러스(대표 하현희) 고객센터에서 일하다 2014년 10월 2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문수(당시 29살)씨가 유서에 적은 내용이다. 이씨는 2010년 LG유플러스의 하청업체인 씨에스원파트너 전주센터로 입사했다. 이곳은 2011년 LB휴넷(대표이사 구본완)으로 고용승계가 이뤄졌다. 당시 이씨는 특수상담실 민원팀에서 팀장으로 일했다.

그렇다면 이씨가 그토록 안타까운 선택을 한 이유는 뭘까.

하현희 LG유플러스 대표. [사진출처=LG유플러스 누리집]

근로복지공단 전주지사가 지난해 12월 12일 이씨의 죽음을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한 대목이야말로 이 같은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이씨의 경우 숨을 거둔 지 4년 만에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것이다.

실제 이씨가 일했던 특수상담실은 일반 상담원이 해결하지 못한 고객 민원을 넘겨받아 처리하는 팀이다. 하지만 실상 이씨는 고객이 LG유플러스 서비스를 해지하지 못하게 설득하거나 다른 서비스에 재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그만큼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당시 회사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씨를 보호하지 않고 몰아세우기만 한 정황은 그가 겪은 일을 살펴보면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씨는 2014년 4월 23일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한 고객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 고객은 이씨에게 ‘방문해 사과해라, 내 앞에서 무릎 꿇어라’ 등 폭언을 퍼부었다. 이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반년 전의 일이다.

한데 회사는 고객의 편이었다. 이씨는 두 차례나 고객이 사는 대구까지 찾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고객은 이씨를 만나주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같은 달 30일 회사를 스스로 그만뒀다.

문제는 같은 해 9월 23일 경제적인 이유로 회사로 돌아간 지 한 달도 안 돼 이씨는 시간외근무수당 미지급, 과도한 해지 방어 경쟁 등 상담원들의 불합리한 노동환경을 적은 유서를 남겼다는 데 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25일 MBC 보도를 통해 “(이씨가) 재입사했을 때도 다른 업무로 배치된 게 아니라, 그 업무를 다시 이분이 맡게 됐다. 정신병적 스트레스가 훨씬 더 이전보다 높아진다고 (소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회사가 무리한 고객 요구에 고통받는 상담사를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간 것 아니냐”고 꼬집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고객센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씨가 일했던 고객센터의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교 실습생 상담원이 일하던 고객센터와 같은 곳이어서 놀라움을 더한다.

실제 2017년 1월 전북 전주의 한 특성화고 졸업을 앞둔 홍수연 양이 이 센터로 현장 실습을 나갔다가 실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해당 지역 저수지에 투신해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자아낸 바 있다. 대학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했던 수연 양은 당시 학교 현장실습의 일환으로 문제의 고객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었다. 일을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결국 차가운 시신으로 가족 곁에 돌아와야만 했다.

LG유플러스 CI. [사진출처=LG유플러스 누리집]

이문수 씨와 홍수연 양 죽음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해당 고객센터 측은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답변을 미루고 있다.

“아들이 다닌 회사가 하청업체인지도 몰랐다. LG유플러스니까 대기업 직원처럼 똑같이 대우받는 줄만 알았다. 아들이 집에 오던 토요일만 되면 문 밖에서 ‘아빠’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고 나가보면 아무도 없다. ‘그만두고 싶다’던 아들에게 ‘요즘같이 힘든 세상에 직장 구하기도 힘든데, 대기업에 어떻게 들어가느냐, 참고 다녀라’고 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가슴을 찢고 싶다. 그때 그만뒀으면 아들이 죽지 않았을 텐데….”

지난달 24일 한겨레를 통해 밝힌 고인의 아버지 이종민 씨의 참담한 심경이다, 아버지는 지금도 아들을 잃은 슬픔과 아픔에 가슴을 치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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