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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연쌤'의 수평적 호칭제 실험 논란과 '선생님'의 위기

[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학생들 사이에서 선생님을 줄여서 부르는 ‘쌤’이란 호칭은 이제 드라마나 광고에 나올 정도로 흔해졌다. 한데 이 호칭을 선생님끼리도 쓰자는 제안이 나와 논란을 낳았다.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를 위한다는 혁신 취지라지만 일방적인 호칭 통일에 교단의 반발이 거세지고, 사제지간에까지 적용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지난 8일 ‘일하는 방식 개선과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서울교육 조직문화 혁신 방안’을 발표했는데, 그 첫 번째가 ‘수평적 호칭제’를 도입한다며 ‘홍길동 님’, ‘홍길동 쌤’을 제시한 것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3일 서울교육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기 취임사에서 “구성원들을 엄격한 직급과 직위에 의해 나누는 호칭문화, 고정화되고 획일적인 두발과 복장문화,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관계’ 문화를 포함해 일상 속에서 분리, 규제, 차별, 의례를 전제로 하는 관행과 문화를 혁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위해 ‘수평적인 조직문화’, ‘행정협업 조직문화’ 2개 영역에서 10개의 추진과제를 내놨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는 의미에서 수평적 호칭제 도입이 우선 눈에 띈다. 교육청은 구성원 서로가 수직적인 직위·직급에 따라 부르지 않고, ‘○○님’, ‘○○쌤’, ‘○프로’ 혹은 영어이름 및 별칭 등으로 부르도록 했다. 조 교육감을 예로 들면 ‘희연님’, ‘희연쌤’, ‘조프로’ 등으로 부르자는 것. 서울시 교육청은 “수평적 호칭제는 상호존중과 배려로 나아가는 수평적 조직문화의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 현장에서는 마치 '코미디 같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 은어 사용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인데, 선생님·학생 간 호칭도 ‘쌤’이나 ‘님’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양대 교원단체도 동시에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서울시 교육청이 도입하려는 수평적 호칭제는 가뜩이나 폭행당하는 교사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판국에 교사로서 자존감과 정체성을 교육당국 스스로가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 성향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역시 “‘쌤’이라는 호칭은 표준어도 아닐 뿐더러, 국어사전에 따르면 ‘교사를 얕잡아보는 호칭’으로,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권장할 만한 용어가 아니다”라며 “가뜩이나 교권침해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선생님이라는 호칭에 마지막 자긍심과 위안을 느끼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선생님 호칭의 폐기는 성급하게 밀어붙일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선생님들의 위기를 가중시킨다며  “그게 혁신이냐”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여명 자유한국당 서울시의원은 10일 논평에서 “호칭을 ‘쌤’, ‘님’으로 통일하는 것은 학교에서 교장을 없앤다는 것과 다름없다. 가뜩이나 교권 추락으로 교사들의 학생에 대한 학습지도권이 상당 부분 무너진 상황이다”라면서 “교권이 떨어진 상황에서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주는 최소한의 권위마저 사라진다면 대체 우리 공교육은 어디까지 무너져야 하는 것인가”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파장이 커지자 조희연 교육감은 진화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수평적 호칭제는 선생님이 학생에 대해 또는 학생이 선생님에 대해 ‘쌤’이나 ‘님’으로 부르자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선생님 호칭은 사라지지 않는다”라며 “정교하게 표현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라고 해명했다. 다만 교직원 간 호칭을 ‘쌤’이나 ‘님’으로 바꾸는 것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도 한발 물러섰다. 수평적 호칭제에 대한 비판론이 고개를 들자 9일 “학교에서 수평적 호칭제를 언제 시행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서울교육 조직문화 혁신 방안 의견수렴을 위한 안내 공문에도 시범 실시 후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후 별도 세부추진계획 수립 시 시행 시기를 정할 예정이다. 오는 18일까지 의견수렴 결과에 따라 학생들의 언어문화 개선까지 확대할 가능성을 두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장 의견 수렴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 교육감이 추진하는 정책이 잦은 논란과 혼란을 부르는 것이라며 탁상공론을 하거나 특정 교육단체의 제안에만 의존하지 말고 이념을 넘어 다양한 교원·교육단체 또는 학부모의 의견도 반영해야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호칭의 주인인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호칭 통일과 변경을 밀어붙인다면 이것이야말로 정작 '꼰대' 행태가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쌤’ ‘님’ 호칭 논란이 교육 현장의 의견수렴을 통해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된다.

이세영 기자  syl0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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