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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 '안락사 논란'의 본질은?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19.01.1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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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말 못하는 동물의 대변자를 자처해 온 동물권단체 '케어(CARE)'의 박소연 대표가 구조 동물의 안락사를 지시·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고발 당하는 등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횡령, 동물보호법 위반혐의 등으로 박 대표를 고발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을 통해 박소연 대표가 '생명존중'이라는 케어의 존재 목적을 잃고, 동물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안락사를 시키는 등 후원자들을 '기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업 수지 결산서 상 연간 수입이 5억원 이상인 케어의 후원임을 임의로 활용한 것은 특경법의 적용 대상이라고도 지적했다.

동물권단체 '케어'의 대표 박소연씨가 유기동물을 불법적으로 안락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논란의 중심에선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2002년 출범한 동물사랑실천협호에서 명칭을 케어로 변경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보호소 공간 부족을 이유로 개, 고양이 등 200여마리의 보호 동물을 안락사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케어의 전직 간부는 박 대표와 녹취록을 공개하며 2015년부터 구조된 1200여마리의 동물 중 20%에 가까운 유기 동물들이 안락사 됐다고 폭로하면서 '안락사 논란'이 확산됐다.

■ 박소연 '거짓말' 의혹에 불똥 튄 동물보호 단체

이번 논란의 주요 쟁점은 유기동물 안락사 자체가 아니다. 유기동물 안락사를 두고 첨예한 찬반 논쟁이 나왔지만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센터의 수용 능력과 예산 한계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지자체가 위탁한 보호시설에서는 일정 공고 기간이 지나면 건강한 동물이라도 안락사를 시행한다는 규정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박소연 대표에게 국민의 공분이 집중된 것은 안락사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사설 동물권단체 케어가 불법적인 방식으로 수백 건의 안락사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박 대표는 안락사를 은폐하기 위해 죽은 개와 비슷하게 생긴 개를 사들여 염색을 시키려고 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벌였다는 충격적인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의 안락사 논란과 관련 의혹이 보도된 이후 보호소 후원을 중단하는 회원이 속출하고 있다. 박 대표가 동물구조에 대한 본질적인 신뢰를 훼손하면서 그 불똥이 다른 동물보호단체로 튀는 상황이다.

결국 줄어든 후원금의 피해는 고스란히 보호 중인 동물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수용 능력이 부족한 보호단체가 무리하게 구조활동을 이어간다면 결국 죽이기 위해 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권유림 변호사(왼쪽)와 비글구조네트워크 유영재 대표가 18일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으로 특경법 위반 등 혐의로 케어 박소연 대표를 고발했다. [사진=업다운뉴스 주현희 기자]

■ 동물행동권 단체 A씨 “안락사는 현실, 사회적 논의 필요”

7년째 구조활동을 하는 동물행동권 단체 활동가 A씨는 18일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케어 박소연 대표의 안락사 논란 보도 이후 하루에 20명 이상의 후원자분들이 연락을 취해 유기동물들이 잘 있는지 확인한다. 그만큼 사건의 충격이 크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A씨는 "물론 건강하고 문제가 없는 동물에게 아무런 기준 없이 안락사가 이뤄졌다면 이는 살처분으로 볼 수 있을 만큼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여러 동물보호 단체가 수용능력 한계를 이유로 호흡기 질환 계통 질병이나 전염성 질환이 있는 동물을 상대로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설을 찾아와 자신이 키우던 반려동물의 안락사를 요구하는 때도 있다. 이를 거부하면 주인들은 동물병원을 찾아간다. 중증이 아닐지라도 건강하지 않거나, 노쇠한 경우 여러 수의사가 이를 받아들인다"며 "말은 하지 않지만 생각보다 많은 반려인구와 보호소, 수의사가 안락사를 선택하고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박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명확하게 소명되길 바란다. 버림받은 동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면 마땅한 책임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개인의 자극적이고 비도덕적 행위에만 포커스가 집중되기보다는 유기동물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으로 현실적 구제 방법을 찾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40여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강원 강릉시 유기동물 보호소는 유기견 증가로 105마리를 케이지에 수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반려동물 ‘안락사의 굴레’ 깨려면 구조 개혁 절실

A씨의 지적처럼 이번 논란은 동물보호소는 유기동물에 인도적인 처리, 동물보호교육 등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지만 유기동물 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농식품부의 '2017 동물의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신고된 유기·유실동물은 10만2593마리에 이른다. 전년 대비 14.3% 증가한 수치다. 이중 20.2%가 안락사됐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기동물 중 30%가 분양되고, 27%가 자연사했으며, 20%는 안락사됐다. 실종 후 주인에게 인도된 15%를 제외하고 보호소는 전체 유기동물 중 불과 4.5%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구조가 필요한 동물이 양산되는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매년 더 많은 동물이 차디찬 수술대 위에 오를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유기동물의 천국'으로 불리는 독일이나 프랑스, 미국에서는 회복될 수 없는 수준의 불가피한 질병을 제외한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입양을 적극 권장해 평균 90%의 입양률을 유지함으로써 시설이 지속적으로 유기동물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반려동물 사설 시장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유입을 통제해야 버려지는 동물의 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동물의 생사여탈권을 개인이 임의로 통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합리한 일이다. 그렇다고 암암리에 시행되는 안락사를 모르쇠로 일관할 수도 없다.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힘을 모아 유기동물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를 넓혀 동물권을 신장시킬 제도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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