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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가볼만한 곳 중 최고인 죽녹원, 대나무숲길 낙서방지대책 필요

대숲 탐방로 손닿는 대나무마다 낙서 천지

  • Editor. 이두영 기자
  • 입력 2019.02.15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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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두영 기자] 담양 가볼만한 곳 중 으뜸으로 꼽히는 죽녹원의 대나무숲에 낙서가 만연해, 대나무 훼손 방지 대책과 탐방객의 자성이 요구된다.

죽녹원은 담양군이 약 31만㎡의 산자락에 자생하던 대나무를 중심으로 가꾼 국내 최대의 대숲이다. 왕대나무를 비롯한 여러 대나무가 밀생하며 힐링 걷기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죽녹원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웬만큼 굵다 싶은 대나무 줄기에는 여지없이 칼자국이 나 있다. ‘영식과 금자, 왔다 간다’, ‘영원한 사랑’ 따위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 금석학의 대가인 추사 김정희가 본다면 놀라 자빠질 일이다.

담양 죽녹원의 낙서.

대나무 줄기 표피는 워낙 딱딱해서 칼 따위의 날카로운 도구를 준비해 가지 않으면 새길 수가 없다. 입장 전부터 낙서를 계획했다고 추정할만한 대목이다.

혹자는 북한산,설악산, 월악산 등 국립공원과 서울 사람들이 즐겨 오르는 관악산과 수락산 등의 낙서를 거론하며, 죽녹원 낙서꾼들을 심하게 탓할 것이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또 조선 후기 주자학의 대가였던 우암 송시열을 거론할 수도 있다. 송시령은 동백꽃 명소인 전남 완도군 보길도의 글씐바위(글쓴바위)와 충북 속리산국립공원 화양구곡(화양동계곡)에 글씨를 새겼다.

매월당 김시습과 봉래 양사언 등은 강원도 동해시 무릉계곡 너럭바위에 글을 새겼고 그 흔적이 오늘날까지 뚜렷하게 남아 있다.

유명인이 했으니 나도 해도 된다? 그건 아니다. 잘못된 것은 따라할 이유가 없다.

죽녹원 왕대나무숲.
죽녹원 산책로의 손 닿는 대나무마다 칼 따위로 글씨가 새겨져 보는 이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붉으죽죽한 부분은 낙서로 훼손돼 병든 상태. 산책로 옆의 웬만큼 두꺼운 대나무는 90% 이상이 낙서피해를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인의 낙서 본능은 국내, 해외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5월 일본 NHK 보도에 따르면, 대나무 수천 그루가 자라 힐링 걷기 코스로 알려진 교토 아라시야마 대나무숲 산책로에 낙서금지를 촉구하는 내용이 게시됐다.

‘게이샤의 추억’ 촬영지인 그곳 대나무들이 한국인등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신음하고 있기 때문.

도대체 사람들은 왜 하지 말라는 낙서를 할까? 옳지 않은 행동인 것을 알면서도 왜 욕먹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애꿎은 대나무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길까?

언젠가 tvN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 경주 편에서 유시민,유희열 등은 경주엑스포장 등을 둘러보고 낙서 행위에 대해 성토했다.

이에 국문학자인 김영하는 “사랑도 자아도 불안정하니까 안정돼 보이는 곳에 글씨를 새긴다.”고 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의 해석에 따르면 공개적인 장소에 본인 이름을 새기는 행동은 성숙이 덜 됐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짓이다. 대숲 낙서는 불특정 다수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행동임을 깨달아야 한다. 죽녹원처럼 사람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의 경우 단속에도 각별한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과 전북 고창 고창성(모양성) 등 대나무 군락지에도 낙서는 있지만 죽녹원 만큼 심하지는 않다. 부산 기장 아홉산숲의 경우 낙서가 된 대나무는 베어내 버린다. 대나무는 뿌리가 서로 연결돼 있어 옆 나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거기에 비해 죽녹원의 낙서는 너무 심하다. 대숲 산책길 양옆 전체가 낙서판이나 마찬가지다. 죽녹원은 감시원을 배치해 인건비가 늘더라도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여행객들은 건강한 대나무가 발산하는 청정한 음이온을 마시며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을 누릴 권리가 충분히 있다.

한편 담양의 유명한 여행지로는 죽녹원 근처의 강둑에 큰 활엽수가 도열한 관방제림과 펜션과 카페 등이 있는 메타프로방스, 조선시대의 멋진 정원인 소쇄원 등이 있다. 담양읍내의 메타세콰이어길도 데이트코스로 명성이 자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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