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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재 전향적 판결 내놓으까...생명권 vs 자기결정권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19.02.1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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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인공임신중절(낙태)이 줄었다는 정부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헌법재판소의 형법상 낙태죄 위헌 여부 판단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5~44세 여성 1만 명 중 75.4% 여성이 낙태죄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하는 등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오는 4월 초 선고될 것으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이목이 집중됐다.

# 낙태죄, 2012년엔 ‘합헌’...2019년에는?

7년 만에 다시 논의되는 이번 헌법소원은 2017년 2월 제기됐다. 형법 269조 1항에 따라 임부를 처벌하는 자기낙태죄와 270조 1항 속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의 헌법위반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해서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낙태죄 존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낙태죄 위헌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공개변론이 진행됐으나 9월, 재판관 5명의 퇴임을 앞두고 있어 선고가 미뤄졌다. 새로운 재판관들이 선고하는 것이 낫겠다는 이유다. 이후 새로운 재판관 5명이 취임하면서 '식물 헌재' 상태를 벗어날 수 있었다.

7년 전 헌재는 재판관 4(위헌) 대 4(합헌) 의견으로 낙태처벌 조항들을 합헌으로 결정했다. 위헌 결정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내려진다.

당시 헌재는 "낙태를 처벌하지 않으면 현재보다 더 만연하게 될 것이다. 임신 초기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게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낙태 위헌 판결을 내렸다.

주목할 부분은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수장인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 소장 후보 시절 임신기간 중 일정 시점까지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조건부 낙태 허가'를 언급했다.

오는 4월 낙태죄 위헌 여부를 판단할 헌법재판소. [사진=연합뉴스]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보호 정도나 보호 수단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현 재판부에 진보 성향 재판관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유남석 헌재소장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며, 김기영 재판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으로 활동했다. 이석태 재판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회장을 역임했다.

9명 중 2명이 여성 재판관이며 이선애·이종석 재판관은 중도 보수로 꼽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선 헌재 판단이 뒤집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낙태조항에 수정을 권고하는 헌법불합치가 나온다면 초기 12주는 낙태를 가능토록 하는 것이 대안이라는 것이 법조계와 산부인과 의료계의 전반적 분석이다. 2002년 선고된 위헌의견에서도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까지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처벌하고 있는 현행 낙태처벌 조항은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 해묵은 논쟁, 낙태죄 폐지 찬성 vs 반대 진영 '거리로 나와'

낙태죄 위헌여부 결정이 임박하면서 장외에선 첨예한 의견 충돌을 일어나고 있다. 여성계와 산부인과 의료계는 '낙태죄'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낙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거나, 임산부의 결정이나 건강보다 태아의 생명권을 더 우위로 하는 현행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산부인과 의료계는 국내 낙태율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실태조사에 의문을 제시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는 실제로 하루 평균 낙태 건수를 약 3000건, 매년 100만여 건으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할 때 연간 5만건이라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인다.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을 놓고 여성단체와 종교계가 의견 대립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산부인과 의료계 종사자는 "여전히 낙태가 불법이므로 정확한 통계는 알기 어렵다"며 "낙태 수술 자체가 음성화되면서 여성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출산 과정이라든지 낙태 과정에서 사망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낙태할 수 있는 경우는 크게 3가지다. 강간으로 임신하거나 태아나 모체의 건강이 크게 위협 받는 등 특수 상황에서만 낙태를 인정한다. 시기 또한 임신 24주 내로 한정된다. 그외의 경우는 예외 없이 수술을 받은 임신부도, 수술을 한 의료인도 모두 처벌 받게 된다.

형법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를 한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낙태를 도운 의사도 2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사실상 가족과 여성에게 임신중단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셈이다. 낙태가 불법으로 규정되면서 진료환경의 안전성은 더욱 저해되고 있다는 것이 여성단체와 산부인과 의료계의 설명이다.

낙태 기준의 현실화를 주장하는 낙태죄 개정 찬성 측과 달리 종교계는 태아의 생명권 존중 차원에서 낙태죄 폐지나 완화에 줄곧 강하게 반대해왔다. 성범죄에 의한 임신, 유전적 장애, 모체 건강을 해칠 우려가 확실히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태아 또한 생명이기 때문에 낙태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천주교에서는 전국 16개 교구에서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100만인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낙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염수정 추기경은 "낙태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에 대한 끔찍한 폭력이자 일종의 살인행위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성동본 금혼 조항 심사 당시 헌재가 보수·종교계의 거선 반발을 직면했던 것을 고려할 때 헌재의 고민 요소가 늘어난 셈이다.

'태아 생명존중'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대립하는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을 놓고 칼자루를 쥔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낙태죄 위헌 여부 판결이 향후 생명윤리의 '도미노'가 될 수 있는 만큼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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