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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그룹 해체 20년에도 벗어나지 못한 '대우 망령'

  • Editor. 백성요 기자
  • 입력 2019.02.2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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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백성요 기자] 외환위기 뒤 대우그룹이 해체된지 20년, 그럼에도 아직 국내 산업계는 '대우 망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대우조선해양이 경쟁 업체인 현대중공업에 인수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우조선 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했고,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4분기 증시 불황 여파로 타 증권사 대비 실적이 크게 꺾였다. 대우전자는 DB그룹(전 동부그룹)에서 지난해 대유그룹으로 또 한 번 주인이 바뀌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아직 산업은행 통제 아래 있는 대우건설은 새 주인 찾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2009년 서울스퀘어로 이름을 바꾼 과거 대우 본사빌딩. [사진=연합뉴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현대중공업의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노조 간부 80여명이 상경 집회를 열었다. 지난 19일에는 찬성률 92%로 파업을 가결했다. 경쟁 업체이자 동종 업체인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게 되면 구조조정의 여파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노조는 오는 27일 전체 노조원의 산업은행 본점 앞 상경집회도 계획 중이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대우조선에는 공적자금 13조원이 투입됐다. 이같은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인수하게 만든 것이 '재벌특혜'라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하지만 '혈세먹는 하마'였던 대우조선을 민영화해 추가적인 공적자금 투입을 막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지난 20일 열린 파업 찬반투표에서 51.8%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 찾기는 양측 노조와의 협상뿐만 아니라 해외의 반독점 규제를 넘어야 하는 등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만약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파업이 현실화된다면, 일감 절벽을 뚫고 수주를 늘려나가기 시작한 국내 조선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도 높다. 

지난 20일 대우조선해양 매각 반대 집회를 벌이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 [사진=연합뉴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2% 급감했다. 자기자본 기준 국내 1위(지난해 말 연결기준 8조5000억원) 초대형 증권사로 IB(금융투자) 부문에서는 선전했지만, 증시 하락의 여파로 트레이딩 수익이 부진했던 것이 발목을 잡았다. 

업황 부진으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이 5.8%에 불과한 미래에셋대우의 '어닝 쇼크'가 시장에 주는 충격은 크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ROE는 각각 7.3%, 11.2%로 초대형 증권사인 만큼 준수한 수준을 기록했다. 

대우전자의 운명은 더욱 기구하다. 1999년 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고된 워크아웃을 거쳐 대우일렉트로닉스가 됐다가, 2013년 동부그룹에 인수되며 동부대우전자로 사명을 바꿨다. 지난해 4월에는 대유그룹으로 또 주인이 바뀌면서 다시 대우전자로 복귀했다. 

대유그룹은 전자 자회사인 대유위니아와 대우전자의 시너지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한때 삼성전자, 금성사(현 LG전자)와 함께 국내 전자산업의 주역이었던 것을 되돌아보면 '격세지감'이라는 평이 나온다. 

대우건설. [사진=연합뉴스]

대우건설의 주인은 아직도 KDB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지분 50.75%를 갖고 있다. 산업은행은 2017년 대우건설 매각에 나섰지만 해외 부실이 터지며 최종 무산됐다. 산업은행은 올해 말 주요 출자사 관리를 KDB AMC라는 신설 법인에 맡기는 것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DB AMC는 자회사 구조조정을 전담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규모가 크고 부실채권이 많은 대우건설에 대한 구조조정과 매각 추진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우건설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다. 당시 자산규모 3조원이 되지 않던 금호산업은 6조원 이상의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많은 무리수를 뒀고, FI(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풋백옵션 조항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결국 금호산업은 대우건설 인수 2년 8개월만인 2009년 6월 대우건설 재매각을 발표했다. 이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에 잇따라 실패한 금호산업은 그룹을 워크아웃으로 몰고 갔고, 박삼구 회장은 일시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퇴진해야 했다.

이밖에도 대우자동차는 GM으로 인수된 뒤 'GM대우'라는 사명으로 명맥을 유지하다 지난 2011년 완전히 시장에서 사라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그룹은 해체 직전인 1999년 재계 순위 2위까지 올라갔던 기업이고, 대우 출신들의 자부심이 있다"며 "대우가 망하고 그보다 더 작은 회사에 인수되면서 생긴 서러움이나 불만이 대우그룹 계열사들이 타 기업들과 화학적 결합이 어려운 원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현재까지 '대우'라는 사명이 남아있는 곳은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대우전자, 미래에셋대우, 포스코대우 등 5곳이다. 이들 업체들이 '대우 망령'을 언제나 완전히 떨쳐낼 수 있을지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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