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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빈손’ 쇼크의 미묘한 여운, 3차 핵담판서는 ‘큰손’ 맞잡을까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19.02.2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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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핵 담판이 결렬로 막을 내렸다. 당초 ‘하노이 선언’은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놓고,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대북제재 완화 등 조치를 교환하기로 합의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1박2일 협상이 합의문 없이 결렬되면서 "실패하는 정상회담은 없다"는 외교 속설이 뒤집어졌다. 전례를 찾기 힘든 외교 쇼크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27~28일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선 입지가 좁아졌다. 하노이에서 핵담판을 진행하는 동안 자국에서 터져 나온 ‘등돌린 집사’ 마이클 코언의 폭로를 덮을만한 빅 이벤트를 성사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 또한 대북제재 완화라는 성과를 위해 65시간 열차 대장정을 강행했지만, 협상 결렬로 경제성장 발판 마련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확대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조기에 마무리된 뒤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는 "제재가 쟁점이었다. 북한에서는 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면서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협상 결렬 이유를 밝혔다.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거듭 강조하며 전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했으나, 미국이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는 물론 '+α'의 가시적 비핵화 실행조치가 있어야 제재조치 완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회담이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영변 핵 시설 외에 추가적으로 큰 핵시설이 존재함을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영변 핵시설 폐기로 대북 제재완화를 유도할 것이란 분석은 모두 빗나가게 됐다. 제2의 영변 핵시설이 추후 이어질 핵담판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미국의 비핵화 요구와 북한의 제재해제 입장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나갈 것이냐는 질문에 "일단은 차이가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우리에게 줘야지만 제재 해제를 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성사에서 결렬까지 [사진=연합뉴스]

2차 핵담판 역시 '디테일의 악마'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역사적 핵담판'으로 기대를 모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결렬된 것은 협상이 '톱다운(하향식)' 방식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톱다운 방식은 정상 간에 큰 틀에서 합의를 한 뒤 실무진에 후속 협상을 넘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실무진에서 협상을 통해 올린 것을 정상이 마침표를 찍는 '바텀업(상향식)' 협상과 정반대다. 특히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날짜는 채 한 달도 남지 않고 정해졌기에 실무 협상에서 밀당이 심할 수밖에 없는 복잡한 어젠다들을 정교하게 다듬고 조율할 만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외신에 따르면 조지프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아키라 가와사키 핵무기폐기국제운동 국제운영위원회 대표 등 전문가들은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것은 준비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비건 레벨'(실무 협상)에서 진전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는 것이다.

애초에 실무진 차원에서 여러 차례 협상을 거쳐 마련한 '스몰딜' 수준의 타협점은 무의미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북한은 대외적인 경제적 압박을 벗어날 파격적인 대북 제재 완화 조치가 필요했고, ‘러시아 스캔들’ ‘특검 이슈’ 등으로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 역시 미국 내 여론을 움직일 수준의 획기적인 비핵화 조치를 얻어냈어야 했다.

자국내 악화된 여론을 해소할 만한 ‘빅딜’로 획기적인 전리품을 챙기지 못할 바에야 빈손으로 돌아서는 ‘차악’을 택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 2차 핵담판 결렬 타임라인 [사진=연합뉴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파국적인 결렬'이 아닌 생산적인 만남 속의 '합의 실패'임을 강조함에 따라 3차 핵담판 개최 가능성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전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냉전해소를 위해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아무런 합의문도 채택하지 못하고 실패했다. 이후 지속적인 후속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모색한 결과 이듬해 '중거리핵무기 폐기협정'(IRNFT)이란 괄목할 성과를 얻어냈다.

하노이 서밋에서 합의가 불발된 가운데 앞으로 주목되는 것은 한미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 왔다. 북미간 협상 결렬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계속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다시 ‘구원투수’로 연쇄 접촉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회담이 언제쯤 열리겠느냐는 질문에 "빨리 열릴 수도 있고, 오랫동안 안 열릴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 비관적인 미 조야를 의식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냉각기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언제든 3차 대좌에 문을 열어두겠다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몇 주 안에 합의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빨리 하기보다는 올바로 하기를 원했다”고 했지만 처음으로 ‘내 친구’로 지칭한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거듭 강조하며 “우호적인 걸어나오기(friendly walk)였다"고 평가한 레토릭도 미묘한 여운을 남기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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