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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 결렬 北美 책임공방, 비난은 없었지만 뚜렷한 시각차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19.03.0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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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하노이 핵담판’ 결렬의 원인을 놓고 북미가 심야까지 이어지는 장외공방을 벌였다.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문에 서명도 못하고 양 정상이 돌아선 가운데 북미는 결렬 쟁점이 됐던 제재해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플러스알파(+α)’ 문제를 놓고 판을 깨려는 비난은 없었지만 확연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후 자신의 숙소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 하나를 꺼내 들면서 전면적 제재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입장을 밝히고 있는 북한 리용호 외무상.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그로부터 10시간 뒤인 1일 0시 15분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은 북한 측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심야 기자회견을 열어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일부 제재해제만 요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신들의 요구는 ‘전면 제재해제’가 아니었다고 강조한 것이다.

정상회담 합의 무산 원인을 바라보는 북미의 시각차는 확연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 요구와 관련해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의 중 1차 정상회담을 이끈 신뢰 조성과 단계적 해결 원칙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 제안을 이야기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 제재를 해제하면 영변 핵시설 폐기가 조미(북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현 단계에 우리가 내 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계획이었음을 강조했다. 아직 초기 단계인 북미 간 신뢰 수준을 고려할 때 영변 핵시설 폐기는 ‘부분적 재제 해제’와 걸맞은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핵시험과 장거리로켓 시험 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로 줄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관련해 지난달 28일 입장을 밝히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전체를 해제하겠다는 의향을 밝히며 그에 대한 상응 조치로 제재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은 매우 큰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가 하는 것을 이루기에 충분치 않다”며 의미 있는 ‘+α의 추가 조치’가 있어야만 제재 문제를 손 볼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제재해제는 큰 양보이고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단일 카드만으로 제재해제이라는 보상을 해주기에는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시각인 것으로 풀이된다.

비핵화 실행조치와 상응조치의 선후 관계를 둘러싼 북미 간 이견도 끝내 좁혀지지 못했다. 이번 2차 핵담판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가 지니는 의미와 가치에 대한 양 측의 현격한 인식 차를 국제적으로 확인시켜줬다.

북미가 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론을 놓고 맞불회견까지 이어지는 장외 공방을 벌인 것이 3차 핵담판 성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제3차 정상회담이 언제쯤 열릴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빨리 열렸으면 좋겠지만 오래 걸릴 수도 있다”며 더는 시기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속도조절론’을 재확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당장은 북한과의 실무협상 계획이 없다며 “내 느낌으로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북미 간 실무협상 채널의 핵심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도 “다음번 회담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김 위원장 동지께서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서 이해가 잘 가지 않아 하는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며 “앞으로의 이런 조미 거래에 대해서 좀 의욕을 잃지 않으시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해 회담 결렬로 양 정상 간 신뢰구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작별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SNS 캡처]

반면 양측 모두 2년째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판을 깨려고 한다기보다는 지구전에 대비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전개될 ‘비핵화-상응조치’ 딜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기싸움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온 게 아니었다”며 이번 회담이 생산적이었고 김 위원장과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리용호 외무상도 회담 결렬의 책임을 미국 측에 돌리면서도 “조미 양국의 수뇌분들은 훌륭한 인내력과 자제력을 가지고 이틀간에 걸쳐서 진지한 회담을 진행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자제했다.

북미 정상이 하노이에서는 ‘빈손’으로 돌아섰지만 세라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SNS를 통해 공개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이 활짝 웃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이 여운을 던진다. 양 정상이 대화의 끈을 이어가며 장기 교착시 다시 톱다운 방식의 해결에 나서 대화 재개를 이어갈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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