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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사모펀드의 공습, 경영 참여 목소리 얼마나 커질까

  • Editor. 백성요 기자
  • 입력 2019.03.0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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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백성요 기자]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2019년 국내 경제산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배당을 통산 수익 창출을 넘어 지분 확보를 통해 경영에까지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다. '기업 사냥꾼'이라 불려온 해외 펀드뿐만 아니라 토종 사모펀드들도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 강화, '10% 룰' 완화 등의 정책 기조에 힘입어 대기업 경영에 목소리를 내는 등 본격적인 영향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로 해석될 수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강화는 사모펀드들의 행동 반경을 넓히는 토대가 될 전망이다. 국내 토종 펀드들의 영향력 강화는 그간 해외 펀드로의 지분 이전시 우려됐던 '국부 유출' 논란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국내 사모펀드 KCGI가 2대주주로서 한진칼의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KCGI홈페이저 캡처]

대표적인 것이 국내 사모펀드 KCGI(한국지배구조개선)의 한진칼 지분 매입 및 경영 참여 선언이다.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9%를 매입해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토종 사모펀드가 국내 굴지의 재벌 기업을 상대로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은 처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 안건에 KCGI가 제안한 감사 선임, 사외이사 선임, 석태수 사장의 사내이사 제외 등이 상정된다. KCGI가 지난 1월 31일 이같은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발송했고, 한진칼이 특례조항을 근거로 KCGI의 제안이 효력이 없다고 맞섰지만 법원은 KCGI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한진 측은 항고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토종 사모펀드의 이같은 행보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와,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규제 완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기업지분 10% 이상 확보, 6개월 이상 보유, 대출 금지 등을 지켜야 하는 '10% 룰'을 완화하는 정책을 내놨다.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가 10% 이상 지분을 확보해도 의결권이 제한되는 것을 완화해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올리고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더불어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정책은 연기금 및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 참여를 유도한다. 그간 기관투자자들이 대기업 이사회 결정에 반기를 들기 보다는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에서 벗어나, 주가 상승 등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침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이사 선임 등 경영에 참여하려는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국민연금 등과 같은 주요 주주와 의견이 일치할 경우 기존 최대주주의 경영 방침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이같은 사례들은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3년 소버린은 SK 14.99%를 매입해 SK텔레콤을 압박하거나, 2005년 칼 아이칸이 KT&G 지분 6.59%를 매입해 경영 개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2004년 헤르메스는 삼성물산 지분 5.0%를 매입하고 우선주 소각을 요구한 바가 있으며, 지난해엔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주식 1조원대 매입 후 지배구조 개편 요구를 하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안에 반대하더니 최근에는 4조원대 배당을 요구했다. [그래픽=연합뉴스]

한국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72곳의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해외 행동주의 사모펀드들이 국내 기업에 미친 영향력도 크다. 유력 글로벌 사모펀드인 엘리엇은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안에 반기를 들었고, 결국 현대차그룹은 최초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철회했다. 최근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에 4조5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난해말부터 업계의 빅 이슈로 떠오른 롯데캐피탈,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와 국내 대형 게임업체 넥슨 인수전에도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핵심 관계자로 등장하고 있다. 

KCGI의 경우 그들이 뜻하는 대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를 관철시킬지는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주주 행동주의에 대한 인식 전환을 이루는데는 시금석이 될 수 있기에 어느 때보다 행동주의 사모펀드에 대한 주목도는 커지고 있다. 국내외 사모펀드의 '공습'에 따른 산업계의 '응전'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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