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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한유총의 '실패한 투쟁'...유치원 3법에 순풍 부나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19.03.05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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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일부 사립유치원이 유치원 3법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하며 4일 실제 개학을 연기하자 서울시교육청이 한유총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는 등 강수를 줬다. 악화된 여론과 교육 당국의 강경 대응 속에 이날 한유총이 백기투항하면서 사립유치원의 '개학연기 투쟁'은 하루 만에 일단락됐다.

'법인 취소' 역풍을 맞은 한유총은 무조건적인 개학연기 투쟁 철회 의사를 밝혔지만, 사립유치원 측의 독단적인 개학 연기 집단행동에 뿔난 학부모들이 사립 아동교육의 전면적 체질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오후 한유총과 그 소속 유치원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국회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ㆍ사립학교법ㆍ학교급식법 개정안)'이 3월 열리는 임시국회 쟁점 법안으로 급부상했다. 여론의 지지와 내부 결속을 모두 잃은 한유총이 투쟁 동력을 상실하면서 유치원 3법 통과 공방에 무게추가 기울 것으로 보인다.

한유총의 집단행동 철회로 우려됐던 보육 대란은 해소됐지만 서울시교육청은 5일 한유총에 대해 설립허가 취소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개학연기에 실제 참여한 유치원을 대상으로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사업자단체의 불법 단체행동이라고 판단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부모 중심의 시민단체인 ‘정치하는 엄마들’도 이날 한유총을 공정거래법과 유아교육법, 아동복지법을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 단체는 회견문을 통해 "교육부에 따르면 한유총이 주도한 집단 개학연기에 동참한 사립유치원은 전국 239곳으로, 최소 2만3900명의 아이가 헌법상 교육권과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게다가 집단적 개학연기가 준법 투쟁이라는 허위 주장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법질서를 조롱했다"고 지적했다.

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서울시교육청이 한유총의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조건 없이 '개학연기 투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한유총의 집단행동은 사업자 단체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불법적 휴원은 유아교육법 위반이고, 교육권 침해를 넘어 유아교육법과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학대 범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유총을 중심으로 사립유치원 운영자들은 유치원 3법이 전체 사립유치원 운영자들을 '잠재적 회계부정자'로 간주해 처벌위주의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유총 집행부는 3일 기자회견을 열어 1500여곳에 이르는 유치원이 개학을 연기할 것이라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하지만 유치원 개학일인 4일 정부가 점검한 결과 실제 개학을 연기한 곳은 239곳으로 전국 사립유치원 총 3875곳 가운데 6.2%가 동참했다. 한유총 내부에서도 개학연기가 호응을 얻지 못한 셈이다.

한유총으로선 이번 개학연기 집단행동이 외부 여론 악화뿐 아니라 내부 결속까지 와해한 '실패한 투쟁'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교육부의 조사 결과 한유총 지도부가 회원들에게 "배신할 경우 대가를 알게 해주겠다" 등의 협박문자를 보내 참여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유총이 하루 만에 백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이 개학 연기를 강행해 공익을 해친 만큼 설립 허가 취소 절차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법인이 취소되면 한유총은 국가의 교육 정책 파트너에서 개인 친목 단체로 전락한다. 그런 만큼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을 필두로 한 강경 대응파와 개학 연기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인 사립유치원 운영자간 내부 분열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한유총은 유치원 개학연기로 '돌봄 공백'을 느낀 학부모들과 연대를 강화해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아이를 볼모로 집단행동을 하는 집단이 과연 교육자냐"는 학부모 단체의 뭇매가 쏟아졌다. 학부모들의 분노가 커짐에 따라 그간 한유총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 자유한국당의 지원 사격 또한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유치원 개학 무기 연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유아교육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유치원 3법'을 신속하게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8~9월 안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한유총 개학 연기 투쟁에 교육당국이 강경 대응을 한 것을 되짚으며 "사실상 교육당국과 한유총의 갈등에서 교육당국의 원칙이 처음으로 훼손되지 않고, 한유총이 물러난 첫 사례"라며 "국회는 유치원 3법의 조속한 통과로 법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유치원 개학 연기로 부모님들 걱정이 많으셨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고, 다행히 유치원들이 정상적으로 문을 열었다”라며 “함께 애써주신 분들 덕분이지만 남은 숙제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할 '유치원 3법'도 통과되어야 한다”며 “아이를 먼저 생각하는 선생님들과 믿고 아이들을 맡기는 부모님들이 공감할 수 있는 유아교육 개선 방안에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사립유치원 단체의 투쟁 구심점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사립유치원 개혁 논의는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맞고 있다.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 도입을 시작으로 유치원 3법 국회 논의 또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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