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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에 악마 있다, 택시-카풀 사회적 합의 뒤에 남은 쟁점들

  • Editor. 김기철 기자
  • 입력 2019.03.0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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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기철 기자] 정부와 여당, 택시와 카풀 업계가 5개월여 150여차례 머리를 맞댄 산고 끝에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극적인 합의에 성공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공유경제의 불씨를 살리게 됐다. ‘카풀 허용은 절대 안 된다’는 택시기사들의 극단적 선택까지 잇따랐던 택시업계는 카풀을 조건부로 수용했고, 플랫폼업계는 자가용이 아닌 택시를 공유경제의 파트너로 삼기로 하면서 새로운 사회적 합의 선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택시업계가 평일 출·퇴근 때 두 시간씩 자가용의 카풀서비스를 허용하면서 2013년 우버가 국내에 진출하고도 2년 만에 퇴출당하는 등 진통을 겪은 차량공유 서비스는 뒤늦게 시동을 걸게 됐다. 택시업계는 제한적으로 승용차 카풀을 허용하는 대신 숙원인 월급제의 문을 열었고, 규제혁신형 플랫폼 적용을 통해 새로운 시장도 찾을 수 있게 됐다.

7일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과 택시·카풀 업계 대표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합의안을 발표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합의는 시작일 뿐 이제부터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지난 7일 ‘택시-카풀 합의’를 발표하면서 합의안 이행을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이거나 발의 예정인 법안을 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쟁점으로는 △초고령자 택시 감차 △월급제 시행 △카풀업체 참여 △서비스 개선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초고령자가 운전하는 개인택시를 감차하기로 했지만 연령대를 어떻게 정하느냐가 난제다. 최근 대법원에서 육체노동자의 정년인 ‘가동연한’을 65세로 5년 연장함에 따라 초고령자 운전택시 기준을 일단 이에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인택시 면허 보유자가 16만3000여명인데, 그 중 65세 이상이 5만6000명으로 3분의 1가량 된다.

감차하게 되면 5만대 넘게 보상금을 줘야 하는데, 개인택시 면허매입 비용이 시장가로 1억원까지 이르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5조원 안팎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차량공유경제의 마중물 비용으로는 정부의 재정부담이 너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출퇴근 시간에 각 2시간씩 운영하는 카풀 서비스. [사진=연합뉴스]

월급제 시행에 대한 택시업계와 택시기사들의 인식 차가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 월급제 시행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택시기사들이 월급제 시행이 곧 사납금 폐지라고 기정사실화한다면 택시업체로서는 존립기반을 흔든다고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합의안에는 택시기사들이 고대해왔던 사납금 폐지 대신 월급제란 표현을 썼기에 이에 대한 정밀한 세부 합의가 절실하다.

또한 베타서비스까지 시행했다가 택시업계와 대표적으로 극한 대립했던 카카오 외에 다른 중소형 카풀 업체도 사회적 대타협에 동참하는데 설득이 필요하다. 이번 사회적 대합의에 IT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만 참여했기 때문이다. 타다, 풀러스 등 다른 카풀·승차공유 업체는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택시 업계의 반발이 여전하고, 이들 업체 역시 무상서비스, 합법성 등을 이유로 사회적 합의안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물론 8일 사회적 합의 거부를 선언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의 5만여 기사들의 반발도 추슬러야 할 현안이다.

택시 승차장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마지막으로 국민이 체감할 서비스 개선도 중요한 숙제다. 이번 합의에서 택시 이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이었던 승차거부와 불친절 문제가 ‘최선을 다한다’로 애매모호하게 정리됐고, 수요-공급 불일치가 심한 평일 심야시간대에 카풀 허용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든 카풀 허용시간 확대 여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어 택시 서비스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구체적인 방법론이 나오지 않은 규제혁신형 택시 플랫폼이 과거 이용자들의 반발을 샀던 ‘합승’으로 정리될 경우에도 여론이 곱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합의로 큰 틀에서 공유경제로 가는 길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반쪽짜리 합의’ ‘그들만의 합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적 합의로 큰 걸음을 내디뎠지만 정부와 여당, 업계가 카풀과 택시, 국민의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보다 정밀한 합의이행 방안을 도출해내야 하는 이유다.

'테일에 악마가 있다' 점에서 총론 합의보다 각론 접점찾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한다면 또 다른 인내와 양보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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