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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매입형·협동조합형 유치원 첫발, 공·사립 '공존의 길' 찾을까
[포커스] 매입형·협동조합형 유치원 첫발, 공·사립 '공존의 길' 찾을까
  • 김혜원 기자
  • 승인 2019.03.09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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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주도한 사립유치원의 개학연기 집단행동과 철회 사태로 보육 책임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과 불안감이 높은 가운데 국내 1호 ‘매입형 유치원’인 서울구암유치원이 8일 문을 열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 관악구에서 첫발을 뗀 매입형 유치원 개원식에서 “공립과 사립의 공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매입형 유치원이란 기존 사립유치원 시설을 교육청이 사들여 공립유치원으로 전환하는 교육시설로 최근 사립유치원 사태를 거치며 더욱 수요가 늘어난 공립유치원을 비교적 빠르고 쉽게 확충하는 방안으로 꼽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8일 개원한 국내 1호 '매입형 유치원' 서울구암유치원에서 학부모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업다운뉴스 주현희 기자]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올해 국·공립유치원 전국 1080학급을 증설하겠다는 내용의 '국공립유치원 확충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매입형 유치원 개원을 계기로 교육부의 '2021년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 40%' 목표 달성을 위해 매입형 유치원을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4곳, 내년 15곳 등 2021년까지 매입형 유치원을 30곳까지 늘린다.

교육 당국의 의지만큼 학부모단체도 국공립유치원 확대에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전국유치원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국공립유치원 늘리고, 더 이상 유치원을 ‘자영업’이라 주장할 수 없도록 유아교육기관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해 줄 것"을 촉구했다.

‘비리 사립유치원’에 대한 실망과 교육환경의 불안심리로 학부모들 사이에 국공립유치원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비교적 쉽고 빠른 확충이 가능한 매입형 유치원이 주목받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대체 등 현실적 장벽도 만만치 않다.

매입형 유치원 등 국공립유치원의 확대를 위해선 가장 먼저 예산 문제와 사립유치원과의 '합의'를 마무리해야 한다.

사립유치원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국공립유치원을 확대하는 것은 상당한 후폭풍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사립유치원들은 "정부의 무리한 국공립 확대는 사업의 와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집단휴업을 시도한 적이 있다.

매입형 유치원 확충 때 생겨나는 기존 교직원 이직 문제도 난관이다. 사립유치원이 공립으로 전환되면 교사를 비롯한 기존 교직원들은 유치원을 떠나야 한다. 구암유치원 경우도 원장·원감을 포함해 교사, 에듀케어 강사 등 전 교직원을 교체했다. 사립유치원 교직원들의 처우와 관련 예산 논의는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만큼 취원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국공립유치원을 대폭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원생 수가 많은 도시에서는 국공립유치원을 설립하기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된다. 국공립유치원을 신설하기 위해서는 1곳당 100억원 상당의 예산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매입형 유치원인 구암유치원을 매입하는 데만도 60억원 가까이 들었다.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 강화조치에 반발한 한유총이 극단적으로 요구한 '1200개 사립유치원 일괄 매입'에 수조원을 들일 수는 없기에 공존책을 찾아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8일 국내 1호 '매입형 유치원'으로 개원한 서울구암유치원. [사진=연합뉴스]

국공립유치원 설립의 예산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해결책으로 공영형 모델의 확대 도입도 주목받는다. 사립유치원에 공립 수준의 예산과 행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존 시설과 인적 자원을 활용해 전환비용을 낮추자는 것이다.

협동조합형 유치원도 다양한 교육환경 확충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국내 최초 부모협동조합형 유치원인 노원구 꿈동산유치원이 오는 12일 개원하는 것이다.

부모협동조합형유치원은 학부모들이 출자금을 내 사회적협동조합을 결성, 투명하게 유치원을 직접 운영하는 유치원이다. 1990년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소유한 임대아파트단지 상가를 빌려 설립된 사립유치원이지만 설립자의 사망으로 폐원위기에 몰렸다가 관련 법령 개선으로 1호 협동조합형 유치원으로 탄생하게 됐다.

지난해 비리유치원 사태가 불거진 경기도 동탄에서도 힘을 합친 학부모들이 경기도교육청의 도움을 받아 내년 3월 개원을 목표로 협동조합형 유치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도 "통상 국공립유치원을 만들 때 초등학교 안에 병설로 만들지만 초등학교에 공간이 거의 없다"며 "매입형 유치원을 비롯해 공영형 유치원, 협동조합형 유치원 등을 적극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매입형 유치원, 공영형 유치원 모두 활성화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는 게 중론이다. 예산조차 수립되지 않았고 전제조건인 법인 전환과 기본재산 출연 등에 대해 설립자들의 거부감이 심해 전환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공립유치원 확대가 거스를 수 없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됐지만 당장 많은 시설을 확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부족한 시간과 예산 속에서 보육 공백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교육 당국이 3800여개 사립유치원의 시스템을 개혁하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토록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교육 당국과 합의점을 모색할 사립유치원 대표성도 중요해지는 이유다. 그동안 전국 16개 시·도 지회를 둔 국내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유총이 교육 당국의 대화 상대로 활동해 왔다.

하지만 한유총이 지난 4일 개학 무기연기라는 집단행동을 강행했다가 서울교육청의 설립허가 취소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검찰 수사 등을 자초했고, 그같은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하루 만에 백기투항하면서 대표성을 잃어가는 형국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 두번째)이 박영란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 공동대표(오른쪽) 등과 만나 에듀파인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 가운데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가 유치원 주요 단체로 떠올랐다. 한사협은 지난해 말 한유총 지도부의 대정부 강경 투쟁 방침에 반대한 한유총 서울지부 회원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단체다. 정부의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교육 당국과 대안을 찾는 정책파트너로 부상했다.

한사협 임병하 대변인은 "사립유치원이 처음학교로, 에듀파인 등을 적극 수용해 국공립 수준을 확보한다면 중고등 사립교육처럼 정부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며 "향후 사립유치원 교직원에 대한 월급 가이드라인, 공적 적립금 문제 등은 정부와 계속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사협이 교육 당국의 대화 파트너로 인정받으면서 국공립유치원 확충과 대안책 마련에 대한 얼마나 빠르게 접점을 찾아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립유치원이 운영의 신뢰와 교육의 건강성을 회복해나가고 국공립유치원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가운데 매입형, 협동조합형 유치원 등 새롭고 창의적인 교육환경 개선모델이 속속 늘어난다면 공·사립의 공존에도 큰 활력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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