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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사외이사 선임 두고 혼란스러운 재계, '거수기' 오명 벗을까

  • Editor. 백성요 기자
  • 입력 2019.03.1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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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백성요 기자]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대표이사,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는 기업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고, 정부도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 강화 등 기업문화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더욱 관심이 쏠린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8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이사 선임 건과 보수한도 승인의 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정 부회장이 계열사 사업기회를 유용해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오너 일가의 잇따른 갑질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임원 겸직 계열사를 9개사에서 3개사로 줄이기로 했지만, 주총에서 표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배당성향을 50%로 높이겠다는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주주들의 마음 잡기에 나섰지만,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오는 27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을 비롯한 안건 상정을 추진하고 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 등은 조양호 회장의 연임 반대에 나섰다. 이들은 오너 일가의 갑질뿐만 아니라 기내면세품 매수시 통행세 갈취, 오너 일가에 대한 허위급여 지급, 사무장 약국 등으로 검찰 기소된 전력을 들며 주총에 직접 참석해 연임 반대의 당위성을 설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너 일가가 회사 기회를 유용한 사익 편취, 갑질 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사외이사 선임도 관건이다. 지배주주의 전횡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가 지배주주와 깊은 관련이 있는 인물들로 선임되면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진그룹의 경우 한진칼 사외이사 확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등의 경영쇄신안을 내놨다. 하지만 국내 민간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4일 '한진그룹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사외이사진이 필요하다"며 "향후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이 객관적으로 확보되지 않는다면 그룹이 지난달 제시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만으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얽힌 사추위 위원들을 통해 오너 일가를 견제하는 기능이 상실된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진=연합뉴스]

셀트리온은 사외이사 6명 전원이 사추위에 소속돼 있다. 6명 중 김동일 인하대 교수, 이요셉 인일회계법인 고문, 조균석 이화여대 교수 등 3명은 10년 이상 연임하고 있다.  전병훈 한남대 교수와 조균석 교수는 서정진 회장과 고교 동문이다. 

분식회계 사태로 상장폐지까지 언급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외이사 3명 중 2명을 재선임할 예정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추위 위원장인 정석우 고려대 교수와 감사위원장인 권순조 인하대 교수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을 22일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유상증자 참여의 건', '재무제표 승인' 건 등 40건의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져 왔다. 

기아자동차 감사위원으로 재선임되는 남상구 전 한국기업지배구조 원장도 구설에 올랐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불법 출연한 것에 대해 아무런 사전, 사후 조처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효성 사외이사로 재선임될 예정인 손병두 전 전경련 부회장 역시 오너 일가의 분식회계·횡령·배임 등 불법행위에 아무런 지적이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의 안영호 사외이사 재선임도 독립성 결여라는 지적이다. 안 후보가 고문으로 재직중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2017년 LG화학의 법인세 취소소송을 대리했으며, 2016~2018년 LG화학과 법률자문계약을 맺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마트의 이전환 사외이사 후보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후보는 국세청 출신으로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으로 재직중이다. 태평양은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을 대리해 대형마트의 영업제한 위법성 관련 소송을 수행한 적이 있어 독립성에 의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해외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압박도 등장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돌턴인베스트먼트는 현대홈쇼핑 주주총회에서 이사회가 제시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각 2명 선임안건에 반대할 방침을 밝혔다. 돌턴 측은 2010년 이후 이사회 의결 안건 146개에 대해 사외이사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한 것으로 보여, 건설적 반대를 하지 않거나 감시, 견제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금융권에서는 노동이사제 도입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노조는 대의원회의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IBK기업은행 노조도 경남은행 노조위원장, 전국금융산업노조 부위원장을 거친 박창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다만 금융권의 노동이사제가 현실화 될지는 확실치 않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권에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며 "은행에는 은행법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 여러 법을 통해 경영진의 경영건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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