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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과 이대리가 무기력한 이유?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0.07.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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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중견기업에 다니는 김과장(34)은 사내에서는 잘 나가는 축에 낀다. 입사 동기들에 비해 가장 먼저 승진을 해왔고 윗사람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까닭이다. 상사들이 부하 직원들을 질책할 때마다 으레 입에 담는 얘기가 “김과장처럼 못해?”다. 그야말로 전도양양한 김과장. 하지만 그는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회사 생활이 즐겁지 않다. 즐겁기는커녕 회사만 나오면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진다. 이렇게 온 몸을 바쳐 일을 한다고 해서 과연 자신의 미래는 보장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 사내에서 성실하다고 정평이 나있는 선배들이 하나둘씩 유형무형의 압박을 받아 짐을 싸고 나가면서 그의 심기는 더욱 꼬여갔다.

#02. 대기업의 입사 4년차인 이대리(32)는 요즘 직장생활에 대한 깊은 회의로 큰 혼란에 휩싸여 있다. 남들이 선망하는 대기업에 취업했을 때만 해도 세상을 모두 얻은 듯 기뻐했으나 한 두 해 직장생활에 적응해 가면서 엄혹한 현실이 피부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그를 괴롭히는 것은 조직의 꽉 막힌 업무 방식이다. 일단 위에서 ‘까라면 까야하는’ 일방통행식의 업무체계도 그렇거니와 업무의 질보다는 업무의 시간과 양으로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업무방식도 그를 숨 막히게 한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만을 기계적으로 열심히 행하다보면 왠지 자신이 고갈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군다나 사내에서 같은 대학이나 지역 출신들이 파벌을 형성하는 것도 탐탁지 않다. 적극적으로 인맥을 쌓는 성격이 못되는 그는 그저 ‘무소속’으로 왕따를 당하기 십상인 탓이다. 한마디로 재미없는 직장생활의 연속이다.

적지 않은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회사만 나오면 무기력해진다고 호소한다. 그 숫자가 무시할 정도의 미미한 수준이 아닌 무려 80%에 육박한다고 하니 심각한 지경이 아닐 수 없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직장인 1,52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회사 무기력증을 겪고 있습니까?”라는 설문에서 79.2%가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직장인이 회사에 출근하면 무기력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직업에 대한 확신 부족’(45.2%, 복수응답)이었고 그 뒤를 이어 ‘낮은 연봉’(44.9%) 순이었다. 이는 한마디로 회사와 자신의 업무에 대한 비전 부재와 낮은 대우로 요약된다. 다음은 ‘매일 반복되는 업무’(38.8%)와 ‘휴식부족으로 피로 누적’(36.8%), ‘과도한 업무량’(33.7%) 등이다. 단순한 업무를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업무 방식, 그리고 야근과 특근 등 마땅한 휴식 없이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는 과다한 업무로 인한 만성 과로 등이 또 다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것은 일하면서 피폐해지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슬픈 현주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사, 동료와의 불편한 관계’도 35.9%의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직장인이 사내에서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실 직장인의 무기력증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미 ‘사내우울증’ 또는 ‘회사우울증’이라는 신조어들이 직장인의 고통을 대변하고 있다. 직장인의 무기력증은 경쟁과 효율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체제 아래 직장 구성원들이 오직 성과와 성공을 위해 인간이 아닌 부품 또는 상품처럼 내몰리면서 소외된 까닭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세계금융위기로 경제 불황이 겹쳐지면서 구조조정과 명퇴로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성과주의와 연봉제 등으로 직장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직장인들을 더 불안케 하고 더 무기력증에 빠지게 했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 직장인의 이런 서글픈 현실을 냉정하게 꼬집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하루테크는 직장인이 고통스럽고 무기력해지는 원인을 4가지 병증으로 분석한다.

첫 번째는 성실병이다. 월화수목금금금처럼 쉬는 날 없이 과도한 업무에 쫓긴다. 인정받기 위해선 아파도 출근한다. 무한 성실 경쟁의 함정에 빠져 심신은 탈진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영혼 없이 살아간다. 무기력증의 전형이다. 두 번째는 원만병과 충성병이다. 제때 승진하고 살아남기 위해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상사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는 회사형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겉으로 웃지만 속에선 피눈물이 난다. 여기에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변화강박증에 시달려 심신을 혹사시키고 향후 닥쳐올 고용과 노후불안으로 “앞으로 어떻게 사나?”하는 미래염려증이 가세하게 되면 직장인의 고통은 극에 달한다는 것.

하루테크의 저자 최문열은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말이 있다.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무기력함을 겪게 되면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직장인의 무기력은 개인이 어떻게 해보려고 애를 써도 안 되는 회사 내의 조직 문화 탓이 크다. 그렇다고 여기에 발목이 잡혀선 위험하다. 직장 안의 무기력이 내 전체 삶의 무기력으로 전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따라서 직장안의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신만의 히든카드를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한편 대부분의 직장인들(90.5%)이 회사 무기력증을 떨쳐버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직을 준비한다’(43.7%)가 가장 많았으며 ‘운동, 취미 활동을 한다’(31.3%), ‘자기계발을 한다’(28.4%), ‘커피 등 카페인을 섭취한다’(26.2%), ‘동료들과 대화를 나눈다’(24.9%), ‘가족, 친구들과 회사외 대화를 나눈다’(22.2%) 등의 순이었다. 업다운뉴스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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