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내가 여러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후 도움이 된다면 신체 훼손은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파 배우 이문식의 연기에 대한 겸손과 열정이 담긴 말이다. 이문식은 14일 방송된 SBS 창사 20주년 특집 '시청자 여러분! 고맙습니다'에서 안방극장을 빛낸 감초 배우로 꼽힌 자리에서 이렇게 답했다. 이문식은 "다시 맡는 역할이 신체를 훼손하는 역할이라면 하겠느냐?"는 다소 얄궂은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솔직담백하게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미 이문식은 과거 SBS 드라마 '일지매'에서 쇠돌 역을 연기하기 위해 생니를 발치하는 연기투혼을 발휘한 바 있다. 이문식은 "이를 뽑고 나서 거액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사실무근이다. 보험료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일지매>에서 일지매 역할을 맡은 이준기의 양부로 나온 이문식. 그는 연기를 위해 ‘신체발부 수지부모’를 어겼다. 그가 맡은 역할은 전직 좀도둑이지만 심성이 여리고 착해 우연히 훔친 궤짝 속에서 나온 용이(일지매)를 지극정성으로 키워내는, 허술하면서도 따뜻한 인간미가 묻어나는 인물. 이 역할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영구치 하나를 그야말로 ‘쿨하게’ 뽑아버렸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답은 시청률로 이어졌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그의 얼굴만 보면 웃음이 나오는 등 인기요소로 단단히 자리 잡았었다. 드라마가 끝난 후 임플란트로 빠진 앞니의 자리를 채웠지만, 생니 발치 하면서 불태운 연기 열정은 계속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게 됐다.
이날 함께 출연한 성동일은 "상을 준다고 해서 왔다. 그런데 상금을 안준다고 하더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어 주위를 폭소케 했다. 성동일의 치아 열연 또한 이에 못잖게 관심을 모았다. 성동일은 드라마 <추노>에서 전작 <국가대표>를 능가하는 인기를 얻었다. 그에겐 장혁 같은 ‘꿀복근’이 없어도 좋다. “나 천지호예요~” 한마디와 웃을 때 드러나는 누렇고 썩은 이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천지호는 한때 한수 이북 최고의 추노꾼 이었으나 자신이 키운 대길이 자신을 앞지르게 되면서 자존심이 땅에 추락한 캐릭터이다. 만만찮은 성질과 자존심, 눈치를 지녔으며, 능글맞은 행동으로 극의 감초, 아니 그 때문에 드라마를 봤다는 시청자들이 부지기수일 정도로 한 몫 톡톡히 했다. 눈을 뒤집어 뜬 채 항의를 하는 모습이나 낄낄거리며 웃을 때 드러나는 삐뚤빼뚤한 치열과 누런 치아, 그 외 이물질(?)들은 밑바닥 인생을 사는 그의 캐릭터를 실감나게 보여 주었다.
이문식과 성동일, 두 감초배우의 몸을 사리지 않는 치아 열연은 드라마의 재미와 감동을 배가시켰다. 최윤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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