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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수석대변인"...나경원 '대통령 모독' 논란에 얼어붙는 봄 정국

  • Editor. 김기철 기자
  • 입력 2019.03.1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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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기철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에 빗댄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회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이에 따라 뒤늦게나마 어렵게 문을 연 3월 임시국회가 초반부터 파행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2일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 “대한민국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가짜 비핵화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을 이어갔다. 나 원내대표가 연설 중 "북한에 대한 밑고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다"며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장한 대목에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즉각 반발했다.

항의하는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 뒤 굳게 입 다문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여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 연설은 30분가량 중단됐다가 이어가기를 반복했고, 본회의장 연설대에서 선 나 원내대표의 목소리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아우성에 묻혔다. 이에 연설이 3분여간 중단되기도 했다.

민주당 쪽 의석에서는 “어떻게 대통령을 수석대변인이라고”, “그만해”, “제발 표현 좀 가려 하십시오” 등 항의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외신 보도의 내용이다. 잘못을 시인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경제와 안보라는 국가의 축이 흔들리는 동안 문재인 정부는 오로지 적폐청산에만 집착했다”며 비판 수위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 (top spokesman)이 됐다'는 타이틀로 기사를 낸 적이 있는데, 나 원내대표는 이 기사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나가기도 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 간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했고, 양당 의원끼리 손으로 어깨를 밀치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수십 분간 이어지는 고성에 문희상 국회의장은 참고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재차 중재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나경원 발언에 국가원수 모독죄로 윤리위에 회부하겠다고 밝힌 민주당 이해찬 대표.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날 연설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나경원 원내대표를 강하게 규탄하면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회부 등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번 한국당 3명의 의원들이 5·18 망언으로 윤리위에 회부된 데 이어 나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을 김 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것은 대한민국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죄”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에서는 즉각 법률적 검토를 해서 국회 윤리위에 (나 원내대표를) 회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국회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잘 세워야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이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건 도를 넘은 것을 떠나 정말 용납할 수 없는 망언이었다”며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나 원내대표가 그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회법 146조에 따라 나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윤호중 사무총장은 “제1야당 원내대표가 국가원수가 해외에 나가 국익을 위해 외교활동을 하고 있을 때 집안에서 국가원수를 모욕한 전례가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해 명백한 사과를 하지 않으면 나 원내대표는 즉각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나 원내대표 발언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다른 정당의 대표연설에서 나 원내대표를 일본 자민당의 수석대변인 운운하면 연설이 제대로 진행되겠는가"라고 되물으며 "한국당이 탄핵 이후 단 한 치도 혁신하지 못했고, 수십 년 이어져 온 대표적인 보수정당임에도 더 이상 수권 능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준 대표연설이었다"이라고 평했다.

정의당 김종대 원내대변인도 서면 논평을 내고 "있어서는 안 될 막말이 제1야당 원내대표 입에서 나오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이만희 원내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청와대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민주당 의원들은 야당 원내대표의 연설을 고함과 퇴장으로 막으며 연설을 중단시키려는 몰상식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청와대는 나경원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일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하는 것이 혹여 한반도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며 "냉전의 그늘을 생존의 근거로 삼았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국당이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공조에 강하게 반발한데 이어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을 놓고 특히 민주당과 진보야권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사과와 원내사령탑 사퇴를 촉구하면서 봄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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