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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첫 심층조사 결과, 10명 중 7명이 '만성 울분'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19.03.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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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피해자 10명 중 7명이 지속해서 만성적 울분 상태를 겪는 등 심리적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질환만이 아닌 정신건강 피해도 상당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14일 서울시 중구 특조위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피해 가구를 대상으로 직접 방문한 첫 심층조사 결과가 공개된 것이다.

조사를 맡은 한국역학회는 특조위의 의뢰를 받고 지난해 10월 2일부터 12월 20일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신청했거나 판정받은 4127가구 중 100가구를 무작위로 추출해 방문 조사를 진행했다. 심층 분석을 하기에는 조사 대상이 100가구에 불과하지만 전면적 본조사를 앞둔 예비조사에 준하는 결과로 보면 의의가 있다는 게 역학회의 설명이다.

가습기살균제 성인 피해자의 66%정도가 지속되는 만성적 울분 상태를 보였고 이 가운데 절반은 중증도 이상의 심각한 울분을 보인 조사결과. [사진=사회적 참사 특조위 제공]

역학회는 신체·정신·사회경제·심리적 피해와 관련해 심층적으로 조사했다.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성인 피해자의 66.3%가 만성적 울분 상태를 보였고 이 가운데 절반은 중증도 이상의 심각한 울분을 호소했다. 중증도 이상의 울분의 경우 일반인보다 2.27배 높은 수준으로, ‘울분의 자기파괴적 영향’이 우려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살균제 노출 이후 새로 생긴 성인 피해자의 정신 건강 문제는 우울·의욕저하(57.5%), 죄책감·자책(55.1%), 불안·긴장(54.3%)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자살 생각이 27.6%, 자살 시도가 11.0%로 집계됐는데, 이는 일반 인구보다 각각 1.5배, 4.5배 높은 수준이다.

이밖에도 사회적 지지·연결망 설문조사 결과 ‘10명 이상의 이웃과 인사하고 지낸다’에 대한 응답률이 일반 국민보다 1.4배 모자라는 등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확인됐다.

연구책임자인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이런 결과는 우리나라 정신 질환 실태 역학조사에서 나타난 일반인 조사(평생 유병률)보다 굉장히 높은 것”이라며 “특히 자살 시도가 11%에 달하는 점은 이들 집단에 대한 자살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정신적 피해를 포함해 광범위한 건강피해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 피해자는 노출 이후 비염·비질환(63.5%), 천식이나 폐기종 등 폐질환(53.6%), 결막염·안질환(48.8%), 위염·궤양(42.4%), 피부질환(39.2%), 심혈관계 질환(29.6%) 등을 자가 보고했다. 또 아동·청소년은 비염·비질환, 폐질환, 결막염·안질환, 피부질환 외에 자폐증·주의력결핍 행동장애·발달장애(9.6%)를 호소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경제적 피해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조사한 100가구 기준으로 경제적 피해비용은 최소 125억8000만원에서 최대 539억8000만원으로 추산됐다. 또 피해자들은 피해 인정 신청결과 통보까지 평균 1년 이상이 소요되고 피해자들의 82.3%가 통보까지 경과된 시간에 대해 적절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김동현 교수는 “정부의 건강피해 인정 질환과 실제 피해자들이 진단받은 질환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증후군’이라는 개념을 새로 정의해 폭넓게 피해를 인정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 획기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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