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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거짓해명에 드러나는 K팝 기획사들의 민낯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19.03.1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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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15일 FT아일랜드 최종훈에 이어 씨엔블루 이종현까지 가수 정준영의 불법촬영 동영상 공유 단체 카톡방에 참여했던 것을 인정했다. 사건과 무관하다며 법적 대응을 언급한 최종훈·이종현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또 다시 입장을 번복했다.

FNC에 앞서 ‘성접대 의혹’을 받는 빅뱅 멤버 승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하이라이트 용준형이 속한 어라운드어스 등 이른바 '승리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의 당사자들도 처음 언론 보도가 나오자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정준영과 불법 성관계 촬영물을 공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밴드 씨엔블루 멤버 이종현(29)이 문제의 영상을 본 게 사실이라고 15일 시인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준영과 불법 성관계 촬영물을 공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밴드 씨엔블루 멤버 이종현이 문제의 영상을 본 게 사실이라고 15일 시인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들의 소속사 또한 "본인 확인 결과"라는 말과 함께 악성 루머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이어지는 경찰수사와 후속 보도 등을 통해 공식입장에 담긴 내용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자 뒤늦게 잘못을 인정했다. 16일 최종훈까지 모두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아야 했다.

소속 연예인 감싸기에 급급해 별도의 팩트 확인 없이 사실관계를 부정한 YG와 FNC 등 대형 K팝 기획사의 '거짓 해명'을 놓고 ‘대중 기만’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소속사들은 정녕 몰랐던 것일까. 그도 아니라면 증거가 없다고 확신한 것일까.

앞서 12일 FNC는 입장문을 통해 “이종현과 최종훈은 현재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해당 연예인들과 친분이 있어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을 뿐,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두 사람은) 정준영과 오래전 연락을 하고 지낸 사이였을 뿐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불필요한 오해나 억측 빛 추측성 보도 자제를 당부하며 악성 루머에 대한 법정 대응을 시사했다.

하지만 추가 정황 증거가 나오자 불과 나흘 만에 FNC는 태도를 바꿨다. FNC는 새로운 공식입장을 통해 첫 입장문이 나오게 된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종현은 공식입장을 발표하기 전인 12일 오후 부대를 방문한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에 응했다. 당시 경찰이 제시한 정준영과의 1대1 대화 내용 약 20건 속에는 본인의 불법 영상 유포는 물론이고 부적절한 동영상 확인 및 문제가 될 만한 대화 내용이 없었음을 인지했기 때문에 입장을 낸 것이다."

다시 말해 소속 연예인의 주장을 바탕으로 입장을 전할 것일 뿐 소속사가 사실을 감추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FNC의 대응은 앞서 최종훈이 의혹에 연루됐을 당시에도 똑같았다. 의혹 당사자인 최종훈의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믿고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심지어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승리의 소속사 YG는 잘못된 공식입장에 대한 사과도 내놓지 않았다. YG는 지난달 26일 승리의 성접대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SBS 8뉴스에 대해 “카카오톡 내용이 조작된 것”이라며 “YG는 유지해 왔던 기조대로 가짜 뉴스를 비롯한 루머 확대 및 재생산 등 일체의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강경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이후 승리의 범죄를 입증할 추가 증거가 속속 드러나자 YG는 새로 바뀐 공식입장을 내놨다. "팬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로서 (아티스트를) 철저히 관리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는 내용의 지각사과였다. ‘가짜 뉴스’에 대한 입장 변화나 사과는 없었다.

YG와 FNC, 어라운드어스 등 기획사의 부적절한 초기 대처는 연예 엔터테인먼트 시가 총액 1조 시대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덩치 키우기에만 급급해 소속 연예인을 제대로 관리할 시스템은 구축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리게이트’에 지구촌의 시선은 비판적으로 K팝의 그늘을 조명하는 외신들에 차갑게 투영돼 있다. 로이터통신의 경우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기획사들의 스타 교육과 관리의 문제점을 짚어냈다.

 

빅뱅의 승리와 가수 정준영이 총경급 인사와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소속 연예인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면 일단 부인하고 보는 기획사들. 사건에 대한 정밀한 파악이나 내부검증 없이 소속 연예인의 말만 믿고 공식입장을 통해 팬들에게 ‘거짓말’을 한 그들에겐 책임이 없을까.

연예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사람에 의한, 사람을 통한 대표적 '노동집약' 사업이다. 그런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소속 연예인들을 관리, 감독하지 못한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사실무근'을 주장하는 소속사의 입장 발표는 더는 신뢰할 수 없는 ‘공식입장’이 돼 버렸다.

도돌이표로 이어지는 입장 번복으로 소속사가 앞장서 논란과 의혹을 키우는 상황이 반복되자 대중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그만큼 신뢰를 잃고 상장 기획사의 경우 주가급락으로 이어졌다. 코스닥시장에서 신년벽두 4만8900원까지 올랐던 YG엔터테인먼트 주가는 15일 3만5700원까지 떨어졌다. FNC엔터테인먼트 역시 코스닥에서 지난달 1만원을 넘으며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15일 797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K팝이 지구촌으로 영향력을 확대해가며 국제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만큼 소속사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점검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소셜의 시대다. 당장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감춘다고 해서 가려질 진실은 없다. 소셜미디어들을 통해 팬과 대중이 파헤치기 나서기 때문에 거짓해명은 금방 탄로나고, 그에 비례해 비난은 빗발처럼 쏟아진다.

소비자와 소통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위기가 닥쳤을 때 얼마나 ‘진실한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갈린다는 점에서 위기관리 경영이론은 정교해지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3A'만 잘 따라도 신뢰 실추는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신속한 잘못 인정(Acceptance), 진정성이 담긴 사과(Apology), 극복을 위한 행동(Action)이 그것이다.

YG, FNC 등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승리게이트’와 관련해 '3A'를 잘 지켰다면 창립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을 듣지 않았을 터다. 신뢰 추락은 위기를 앞당긴다. 관행대로 일단 부정부터 하고 거짓해명으로 일관하는 위기관리 행태로는 국내외 팬들을 등 돌리게 할 따름이다. 공들여 키운 K팝의 뿌리가 흔들리고,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쇠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애써 외면할 것인지, K팝 대형 기획사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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