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미국 국방부가 한미 연합군의 전쟁 지휘 극비 벙커인 경기도 성남시의 ‘탱고’ 지휘소, 전라북도 군산시 공군기지의 무인기 격납고와 관련한 예산을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용 예산에 쓸 수 있도록 전용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장벽 건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데 민주당 등의 반대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AP, 로이터통신, CNN 등 외신은 18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의회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1쪽 분량의 국방분야 건설사업 목록을 보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최종 승인한 내년도 예산안에 국경장벽 건설 예산이 일부만 반영되자 지난달 멕시코 접경지역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될 때 행정부는 의회 동의 없이 총 66억달러(7조4586억원)의 예산을 전용해 장벽 건설에 쓸 수 있다.
전용 검토 대상으로 제출된 목록에는 성남의 탱고 지휘소의 지휘통제 시설과 군산 공군기지의 무인기 격납고를 포함해 미국과 전 세계에서 진행될 총 129억달러(14조5782억원) 규모의 사업 수백개가 담겼다. 다만 미 국방부는 이 중 36억달러(4조683억만원)를 전용해 장벽 건설에 쓸 계획으로, 의회에 제출한 목록은 검토 대상일 뿐 예산 전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니타 로위 하원 세출위원장의 대변인 에반 홀랜더는 “이 리스트는 불충분하며 어떤 사업이 이미 승인받았는지만 알려준다”며 “또 다른 지연 전략으로 보일 뿐”이라고 밝혔다. 잭 리드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고 있는 일은 우리 군의 뺨을 때리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 국경과 우리나라를 덜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를 무력화하기 위한 결의안을 상·하원에서 통과시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의회가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하려면 상·하 양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의석 분포 상 이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미국 언론은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줄줄이 폐지·축소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예산까지 전용될 경우 한미 동맹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