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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노경은 사태로 본 프로야구 지형도, 베테랑 우대는 옛말

  • Editor. 조승연 기자
  • 입력 2019.03.24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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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승연 기자] 38번째 시즌을 맞은 프로야구(KBO리그)는 23일 개막으로 본 레이스에 들어가기 전부터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두 명의 베테랑이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전후로 구단과 마찰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바로 이용규(한화 이글스)와 노경은(전 롯데 자이언츠)이다.

이용규는 한화와 2+1년, 최대 총액 26억원(계약금 2억, 연봉 4억, 옵션 4억)이 적힌 계약서에 사인했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노경은은 롯데의 최종안(20억원 수준의 총액)을 거절했다. 보장 금액 면에서 2억원가량 격차가 있어 양 측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한화 이용규가 타격 후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용규는 FA 계약을 체결한 이후에 선수가 돌발 선언을 한 것이라 KBO리그 전체에 미친 파장이 컸다. 수십억대 계약을 맺은 후에 선수가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한 건 유례없는 일이었다.

결국 한화 구단은 정규리그 개막 전날인 22일 “이용규가 트레이드를 요청한 시기와 진행 방식이 팀의 질서와 기강은 물론, 프로야구 전체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며 ‘무기한 참가활동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참가활동정지는 말 그대로 구단이 주최하는 경기와 훈련 및 행사에 나설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KBO 규약에는 3억원 이상을 받는 선수는 부상이나 질병이 아닌 부진이나 개인적인 이유로 1군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면 연봉 300분의 1의 50%를 1군서 제외된 일수에 따라 삭감해 받는다고 돼 있다.

결국 연봉이 4억원인 이용규는 올 시즌 끝까지 한 번도 1군에 등록되지 않으면 2억원 가까이 줄어든 연봉을 받게 된다. 한화 구단 입장에서는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에게 1년에 2억원 이상을 지급하게 되는 셈이다.

한화가 굳이 금전적인 손해를 보면서까지 이용규에게 중징계를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더 이상 베테랑에게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구단의 의지라는 분석이 많다. 한화는 이미 지난 시즌 도중 한용덕 감독과 송광민의 불화설로 홍역을 앓았다. 한 감독은 치열한 순위 싸움이 전개되던 와중에 붙박이 핫코너 요원 송광민에게 2군행을 지시하면서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여러 가지로 보탬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팀만 생각하고 결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갈등이 봉합되고 한 감독과 송광민도 다시 손잡았지만, 올해 초에는 베테랑 좌완투수 권혁이 다시 구단에 방출을 요구해 팀을 떠나는 일이 벌어졌다. 1군이 아닌 2군 스프링캠프 멤버로 분류되자 새 팀을 찾겠다고 나선 것. 한 감독은 올 시즌 권혁에게 이전보다 비중이 적은 역할을 주려고 했고, 권혁은 팀의 방침에 동의하지 못했다. 결국 한화는 지난달 1일 권혁을 조건 없이 풀어줬고, 권혁은 두산 베어스와 육성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송광민, 권혁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한화는 베테랑의 의견에 맞춰주기보다는 팀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그대로 행동에 옮겼다. 이것이 이용규에게도 똑같이 적용된 것이다.

한 감독은 “선수 100명 개개인의 입맛을 다 맞춰줄 수는 없다. 팀이 우선이다. 감독은 팀을 보고 할 일을 한 것 뿐”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상황은 이용규에게 전적으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롯데 시절 노경은. [사진=연합뉴스]

노경은은 2018시즌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33경기에서 9승 6패 평균자책점 4.08의 호성적을 냈고, 시즌 후 FA 신분을 얻은 뒤 권리를 행사했다. 비록 보장 금액에서 이견이 있었지만 선발진이 다른 팀에 비해 약한 롯데가 양보할 듯 보였다.

하지만 롯데는 지난 1월 29일 노경은과 협상 결렬을 공식화하며 “차후 협상은 물론, 보상권 포기, 혹은 사인 앤 트레이드는 없다”는 초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했고, 제시할 수 있는 최대치의 금액을 노경은 측에 건넸다는 것이 롯데의 입장이었다.

결국 노경은은 FA가 미아가 됐고, 미국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입단 테스트까지 받았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FA 한파 속에서 20억원 이상을 만질 수 있었던 상황에서 외국 팀의 연락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리그 10개 구단이 세대교체와 리빌딩을 공통된 기조로 가져가면서 베테랑들이 설 자리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베테랑들이 자신의 주장을 맘 편히 펼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용규와 노경은이 불필요한 잡음을 일으켰기 때문에 현재 코너에 몰린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이용규와 노경은에게 언제쯤 봄이 찾아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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