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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경찰 71년만에 제주4·3 ‘유감과 사죄’…여야 당대표, 특별법 개정 처리 약속

  • Editor. 강한결 기자
  • 입력 2019.04.0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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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한결 기자] 제71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국가추념식으로 거행된 가운데 국방부와 경찰청이 71년 만에 처음으로 유감과 사죄의 뜻을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경찰 총수 최초로 민간에서 주도한 4·3사건 추념식에 참석해 애도를 전했다.

국방부는 3일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오늘 국방부의 입장표명은 제주 4.3 사건을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한 '제주 4.3사건 특별법' 정신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4·3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제주4·3 희생자를 추모하는 민갑룡 경찰청장 [사진=연합뉴스]
제주4·3 희생자를 추모하는 민갑룡 경찰청장 [사진=연합뉴스]

경찰 총수 또한 제주4·3 희생자를 추모하고 과거 경찰의 행위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주4·3범국민위원회 주최로 열린 '71주년 제주4·3항쟁 광화문 추념식'에 처음으로 참석해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께는 분명히 사죄를 드려야 하는 것"이라며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

그는 "비극적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우리 경찰의 행위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오로지 국민만을 생각하며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경찰로 거듭나겠다"며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 앞에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제주4·3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비극이다. 미군정기 해방공간에서 발생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 이르기까지 7년여에 걸쳐 지속된, 한국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극심했던 비극적인 사건이다.

가옥 4만여 채가 소실되었고, 한라산 중산간 지역의 상당수 마을이 폐허로 변했다. 학교·면사무소 등 공공기관 건물이 불탔으며 각종 산업시설이 파괴됐다. 또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 충돌과 토벌대의 진압 과정에서 2만5000∼3만여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경의 진압으로 인해 많은 사상자도 발생했다. 당시 제주도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애도의 글을 올려 "4·3의 완전한 해결이 이념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념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문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했다. 지난해엔 문 대통령이 추념식에 직접 참석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진상을 완전히 규명하고 배·보상 문제와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등 제주도민들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일에 더욱 힘을 기울이겠다"며 밝혔다.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이낙연 총리는 추념사를 통해 “오늘은 대한민국의 가장 잔혹한 현대사에 속하는 제주4·3 일흔한(71) 돌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군과 경찰도 사과했다”라며 “4·3 영령들의 명복을 빌고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폐허와 좌절을 딛고 평화로운 제주를 재건한 도민 여러분께 경의를 표한다”며 “세계가 냉전으로 나뉘고 조국이 남북으로 갈라지는 과정에서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참혹하게 희생되셨다”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이 총리는 "희생자 유해를 발굴하고 실종자를 확인하며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며 "'국가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과 배·보상 등 입법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선 국회와 협의하고, 4·3평화재단 출연금도 늘어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권에서도 모처럼 희생자 추념식에 당대표들이 모두 참석해 희생자를 애도하며 한 목소리로 제주4·3 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3특별법은 4·3 피해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중요한 법이지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야당이 참여하지 않아 여태 처리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오늘 71주년 추념식에서 여러 당대표가 4·3의 의미를 알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4·3사건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되는 대한민국의 비극적 사건"이라며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정신이 이어져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미래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국민들이 함께 생각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역시 4·3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1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을)이 대표 발의한 전부개정안 등 관련 법률 4건을 병합 심사했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제주4·3유족과 희생자들에 대한 배·보상안과 역사 왜곡 및 명예훼손 금지 조항 등의 개정안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결국 추후 심사하기로 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국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제주4·3특별법의 연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데, 제주를 찾은 당대표들의 약속이 이행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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