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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몸집만 커진 SNS인플루언서마켓…'신뢰' 없인 모래성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19.04.13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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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소셜 미디어(SNS) 전성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인플루언서', 즉 소셜미디어 유명인은 소비지형도에 큰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적게는 수만명에서 많게는 백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린 이들 SNS 셀럽이 '#공구'와 '#마켓'이란 이름으로 의류, 화장품, 미용기기, 건강식품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SNS마켓은 날개를 달았다. SNS마켓을 운영하는 이들은 단순 판매처에 머물지 않고 자신을 상표화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1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부건에프엔씨가 운영하는 '임블리'는 인플루언서 임지현 상무를 앞세운 회사다. 2015년 론칭 이후 오프라인에도 16개 매장을 열었다. 임지현은 지난 1월 1300명과 팬미팅을 진행하는 등 가장 성공한 인플러언서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부건에프엔씨가 운영하고 있는 임블리와 블리블리 [사진=부건에프엔씨 캡쳐]
부건에프엔씨가 운영하고 있는 임블리와 블리블리. [사진=부건에프엔씨 홈페이지 캡처]

84만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임지현 상무는 인스타그램을 창구 삼아 사세를 확장해 왔다. 이후 패션을 넘어 식품,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패션 브랜드 '임블리'와 화장품 브랜드 '블리블리' 모두 임지현을 브랜딩한 것이다.

그의 팔로어들은 SNS 유명인 임지현에 대한 신뢰를 이유로 동류 업계와 비교해 고가로 설정된 제품을 꾸준히 구매해 왔다. 지난해 4월 출시된 블리블리 '인진쑥 밸런스 에센스'는 출시 한 달 만에 13만개가 팔리면서 뷰티 업계에 '쑥 신드롬'을 불러오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지난 4일 임블리에서 판매한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발견된 것. 이  사건으로 임블리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화장품 브랜드 블리블리 제품 3품목(SOS 진정앰플, 착한 선스틱, 인진쑥 밸런스 에센스)이 화장품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임블리 측의 고객서비스(CS)가 논란을 키웠다. 임블리는 화장품 광고가 논란이 되자 광고법에 저촉되는 단어들을 부랴부랴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은 제품 불량에 대한 설명이나 고객 문의접수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임블리 전 직원이라고 소개한 B씨는 인터넷 제보 계정을 통해 "블리블리 물류창고 4층에 보관된 블리블리의 화장품들은 한여름에 비가 새고 에어컨이 없는 습하고 더운 공간에 방치된다"며 "립스틱이 녹는 온도에서 배송이 이뤄진다. 블리블리 색조를 사는 분들은 유통기한을 꼭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임블리 측은 "지난해 8월 폐기물 수거 후 화장품은 에어컨이 설치된 물류창고에서 보관된다"며 "자신을 직원이라고 소개한 제보자가 몇 년도에 근무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블리블리 화장품의 보관 시설은 주장하는 바와 다르다"고 답했다.

임블리 제보 관련 SNS에 올라온 글 [사진=SNS 화면 캡쳐]
임블리 제보 관련 SNS에 올라온 글. [사진=SNS 화면 캡처]

코스매틱 브랜드를 자처하는 업체가 늘면서 제품 관리 능력에 물음표가 붙기 시작했다. 이는 비단 임블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류 쇼핑몰에서 화장품 쇼핑몰로 수익 다각화를 시도한 수많은 판매자가 직면한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패션 브랜드가 새롭게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는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하지만 화장품은 의류와 달리 더욱 까다로운 검증이 필요하다. 원재료의 안전성, 제조시설의 위생상태, 제품 취급 과정 등을 모두 고려해 위·변조를 막고,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선 검증된 기관의 조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유통망, 문제 대응 시스템 등을 갖추지 않은 브랜드들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피해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옷을 팔던 곳이 스킨로션을, 신발을 팔던 곳이 파운데이션을 판매할 수 있을까.

이는 패션 브랜드들이 자체 생산 공장을 보유하지 않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를 통해 제품을 출시하기 때문이다.

화장품 생산 업체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는 ODM이나 OEM 계약을 통해 화장품을 출시하는 업체가 무수히 많다"며 "이 중 상당수는 화장품을 단독으로 취급하지 않고, 다양한 품목을 동시 판매한다. 생산 설비 등 기초 투자금이 거의 없어서 초기 진입 장벽이 낮은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화장품은 의류와 비교해 훨씬 '민감'한 제품이다. 기온과 습도 등 취급 환경에 따라 쉽게 상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고객의 피부건강을 손상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제품군별 철저한 대응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요 소비자층이 겹친다는 이유로 패션 브랜드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빈번하다. 패션업계가 수익 다각화를 바라는 만큼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면 사업 확장을 재고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와 함께 패션 브랜드의 화장품 출시가 늘었다. [사진=프리큐레이션 제공]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와 함께 패션 브랜드의 화장품 출시가 늘었다. 사진은 기사내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프리큐레이션 제공]

관련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추지 않은 인플루언서에 소비자들이 환호했던 것은 이들이 공급자 진영이 아닌 수용자의 관점에서 정보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15~34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연예인보다 인플루언서를 신뢰한다'는 반응이 전체 73.4%를 차지했다. '연예인을 신뢰한다'는 응답률의 세 배에 달한다. 연예인과 달리 친근함을 앞세운 이들이 소비자들에게 유명 연예인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이용해 검증되지 않는 정보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폐쇄적인 거래 환경을 구축해 이윤을 추구해온 판매자들이다. 아마추어식 운영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은 커진다.

부건에프엔씨 측은 "이번 일을 품질안전 전반에 관한 시스템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겠다"면서 "더욱 소비자들에게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온 힘을 들이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한번 무너진 소비자의 신뢰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 만큼 CS 시스템 개선에 대한 자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셜미디어는 불과 몇 년 사이 전통 유통채널을 위협하는 새로운 쇼핑 창구로 부상했다. 그 중심에는 선풍적 인기를 모은 인플루언서들이 있다. 이번 사태는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인플루언서만 앞세운 사업 확장은 생명선인 소비자 신뢰에서 언제든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소셜의 시대이기에 SNS에서는 더더욱 신뢰 없이는 모래성이 될 수 있는 인플루언서 마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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