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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6인·여성 3인' 헌법재판소 6기, 시대 흐름에 얼마나 발맞출까

  • Editor. 김기철 기자
  • 입력 2019.04.2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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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기철 기자] 진보색채는 짙어지고 성평등지수는 높아진 6기 헌법재판소가 출범하면서 9인의 재판관들이 사회적 화두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야권의 강력한 반발에도 이미선·문형배 헌법재판관을 임명을 강행하면서 퇴임한 조용호·서기석 재판관 퇴임과 동시에 자리바꿈하면서 공백 없이 온전한 헌재 6기 재판부를 갖췄다. 

2013년 4월 박근혜 전 대통령 지명으로 헌재에 입성한 보수 성향의 조용호·서기석 재판관이 물러난 자리에 진보 색채로 분류되는 이미선·문형배 재판관이 이날 취임하면서 헌재의 이념 성향 지형도는 큰 변화가 생겼다. 표면적으로는 9명의 재판관 중 6명이 정부·여당 측 추천인사로 꾸려지면서다.

문 대통령이 지명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석태·이은애 재판관은 모두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기영 재판관도 진보 성향으로 꼽힌다. 

여기에 이미선 신임 재판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알려졌고, 문형배 신임 재판관은 그 전신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으로 지낸 바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지명 몫인 이선애 재판관과 바른미래당이 추천한 이영진 재판관은 중도 성향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추천을 받은 이종석 재판관은 보수 성향으로 파악된다.

정계와 법조계에서 분류한 기존 헌재의 이념 성향 분포는 ‘진보 4인-보수 3인-중도 2인’으로 균형 잡힌 구도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선·문형배 신임 헌법재판관 취임으로 그 지형도는 ‘진보 6명-보수 1명-중도 2명’으로 바뀌어 진보색채가 짙어졌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 심판 권한을 가진 최종적 헌법 해석자다. 또 대통령 등에 대한 탄핵심판, 정부·국회·법원의 권한쟁의, 위헌정당해산 심판권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위헌 결정에는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미선·문형배 재판관 임명으로 대통령·대법원장·여당 지명 재판관들로만 독자적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명을 채우게 된다. 이들이 위헌이라 동의하는 법은 얼마든지 폐기할 수 있다는 점은 극단적인 ‘이념 편향’의 가정법이지만 야권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반면 이미선 재판관이 임명됨에 따라 이선애·이은애 재판관과 함께 헌재 설립 31년 만에 최초로 3명의 여성 재판관이 동시에 재직하게 되면서 최다 3인 여성 재판관 시대를 연 것은 성평등과 다양성 확대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여성 재판관 3인 체제를 시작으로 앞으로 헌법재판관 구성에 더 많은 사회적 다양성이 반영되기를 바란다"며 "새로운 시대가 열린 만큼 헌법재판소는 판결로서 성평등한 사회, 사회적 소수자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환영을 표했다.

이 같이 헌재 구성에 변화가 생기면서 주요 사회적 이슈에 대한 판단도 예전과는 일정 부분 달라질 것으로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형제 폐지, 국가보안법 등 사회적으로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헌법소원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시대 흐름을 반영해 전향적인 결정이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성평등, 성소수자, 장애인, 비정규직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판단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헌법재판관 취임식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이 문형배 신임 헌법재판관(왼쪽), 이미선 신임 헌법재판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헌법재판관 취임식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이 문형배 신임 헌법재판관(왼쪽), 이미선 신임 헌법재판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현재 헌재에는 사형제나 군 동성애 처벌 관련 심판이 진행되고 있다. 사형제 심판의 경우 헌재는 1996년 7대2 의견으로, 2010년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6기 헌재에서는 위헌 결정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소장을 포함한 진보 성향의 재판관들이 인사청문회 등에서 사형제를 폐지하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힌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재판관들의 활동 이력과 향후 헌재 판단과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나온다. 문형배 재판관의 경우 인사청문회에서 이념 논란에 대해 “우리법연구회를 학술연구단체로 생각해 들어갔다. 지방에 살다 보니 독선에 빠지기 쉬워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좋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전효숙, 이정미 전 재판관에 이어 5번째 여성 재판관까지 탄생한 터라 여성인권 보호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최근 낙태죄 위헌심판 때 이선애 재판관은 헌법 불합치, 이은애 재판관은 단순 위헌 의견을 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뒷받침한 바 있다. 

‘진보 6인, 여성 3인’ 시대를 연 헌재가 빠른 시대 변화에 발맞춰 우리 사회의 다양한 담론을 얼마나 제대로 반영하는 판단을 내놓을지 6기 체제 출발부터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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