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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이 더 무섭다" 1세대 화장품 로드숍, 위기의 현장 목소리
"내부 총질이 더 무섭다" 1세대 화장품 로드숍, 위기의 현장 목소리
  • 김혜원 기자
  • 승인 2019.04.20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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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K-뷰티'의 전성기를 이끈 1세대 로드숍이 하나둘 쓰러질 위기를 맞고 있다. 스킨푸드는 지난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고, 더페이스샵은 최근 몇 년 새 매장수가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로드숍 시장규모는 2016년 2조8110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이듬해 27.8%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엔 1조7000억 규모로 줄어 불안했던 2조원대가 무너진 것으로 추정한다. 콜마와 코스맥스 등 화장품 제조업체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가입한 것과 대조를 보이는 흐름이다.

화장품 로드숍 토니모리 가맹점주들이 지난달 7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본사 앞에서 상생안 수용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매장 세일가격보다 저렴한 온라인 저가 판매로 인한 수익 감소와 최근 본사와의 수익 배분 구조 변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하루 100여개 가맹점이 항의의 뜻으로 문을 닫았다. [사진=연합뉴스]

21세기 들어 화장품 유통의 큰 젖줄이 돼 왔던 로드숍 매장 수도 급감하고 있다. 2016년 5643개로 정점을 찍고 나서 이듬해 100개 넘게 폐점했고, 지난해에는 300개 안팎으로 매장이 줄어들었다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단일 브랜드만 판매하는 로드숍은 다양한 브랜드를 고를 수 있는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의 고공행진, 온라인 유통의 확산 등으로 부진이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다. 

위기에 직면한 이니스프리, 더페이스샵, 아리따움,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등 화장품 브랜드 가맹점주들은 기존의 경쟁 관계를 넘어 지난달 19일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를 발족, ‘생존 투쟁’ 걸개를 올리고 손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정부와 국회에 법적, 제도적 보호장치를 요구하는 가맹점주들의 목소리가 자칫 시장 경쟁력이 저하된 유통채널을 본사의 자금력으로 보조하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상식적인 정도경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업다운뉴스가 로드숍 가맹점주들의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다.
  
◆ 적군보다 무서운 아군?...“내부 총질에 폐업 위기”

“우리 적은 (H&B스토어인) 올리브 영이나 랄라블라가 아니라 본사다.”

이 같이 운을 뗀 토니모리 가맹점주 A씨는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헬스앤뷰티 매장은 분명 기존 로드숍과 다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로드숍 가맹점 실적 부진의 근본적 원인은 제품 공급가(본사가 가맹점에 요구하는 금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온라인 채널에 화장품을 판매하는 본사의 영업 방침에 있다”고주장했다.

이어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른다. 밖의 적보다 내부 총질을 하는 아군이 더 무섭다. 본사 직영 온라인몰이 손님을 다 뺏어갔다. 본사가 더 저렴한 가격에 화장품을 판매하니, 가맹점은 화장품을 발라보는 ‘테스트숍’으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더페이스샵 가맹점주 B씨는 “거의 365일 이어지는 할인 행사가 점주들을 적자에 빠뜨린다”고 말했다. 그는 “할인 행사할 때마다 현금으로 물건 매입해서 매장 포인트로 돌려받고, 포인트로 다시 물건을 매입해야 한다. 1+1 행사를 진행할 경우 본품을 증정하면 본부의 매입만 많아지고 가맹점 매입은 없는 것이 된다”며 “결산이 제대로 진행되기도 전에 행사만 반복하다 보니 점주들의 현금 흐름은 급격히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로드샵 스킨푸드가 회생신청에 들어가고 네이처리퍼블릭, 이니스프리, 미샤, 토니모리 등이 큰 폭의 매출감소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직영 온라인몰 운영, 행사 비용 부담뿐 아니라 면세업계에 팽배한 불법 화장품 판매 또한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B씨는 “업체들이 면세 제품 불법유통을 제재하지 않고 쉬쉬하는 바람에 가맹점주가 본사에서 구입하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유통되고 있다”며 “이 상태로는 더는 못 버틴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찾아가 항의했지만, 면세제품 불법 유통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고 매년 ‘해결책을 찾겠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니스프리 가맹점주 C씨는 “최근 화장품 브랜드의 행보는 가맹점에 본사와 가격 경쟁을 하라는 것”이라며 “가맹점을 모집할 당시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매장을 대대손손 운영하고 물려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자녀에게 매장을 물려주는 것은 빚더미에 앉으라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 ‘상생경영’ vs ‘시장선택’...가맹점주와 본사 시각차 좁힐 수 있을까

본사와 가맹점 간 매출 추이가 엇갈리면서 양측의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100여명의 토니모리 가맹점주가 지난달 7일 하루 동안 처음으로 ‘갑질 중단’ 동맹 휴업에 나섰으며, 더페이스샵 가맹점주들은 LG트윈타워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화장품업계 일각에서는 ‘단일 브랜드 제품만 취급하는 로드숍 가맹점 제도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어떤 산업이든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 가두점 형태의 매장은 감소하므로 로드숍이 직면한 경영난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각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생각은 어떨까.

C씨는 “자연도태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가맹점주들이 직면한 상황이 공정한 경쟁인지 소비자분들이 살펴봐 주셨으면 좋겠다”며 로드숍의 경쟁력이 저하된 근본적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업이 제안한 청사진을 믿고 계약서를 쓴 많은 점주가 영업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는 브랜드 본사가 수익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본사가 앞장서 가맹점의 출혈 경쟁을 유도해선 안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지난달 19일 집회를 열고 면세화장품 불법유통 근절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B씨는 “현재 로드숍 가맹점 다수가 누적되는 적자에 허덕이다 폐점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일방적으로 물갈이 당하는 것”이라며 “LG생활건강이 왜 더페이스샵을 인수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1세대 로드숍 가맹점주들이 쌓아온 브랜드 가치를 긍정적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로드숍은 브랜드의 들러리가 아니다. 브랜드의 상징성을 갖추고 있고 영업·홍보·소비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가맹점주들이 제풀에 지쳐 떨어질 때까지 미온적 반응으로 일관하기 보다는 양쪽 다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가맹점주들의 바람대로 로드숍 브랜드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 업체는 공격적 인수·합병(M&A)에 나섰으며, 또 다른 업체는 자사 매장 입점에 이어 H&B 매장이나 화장품 편집매장, 홈쇼핑 등에 입점해 판매 채널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곳은 아모레퍼시픽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상생협약을 통해 온라인 상품 판매 마진을 가맹점주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유통 채널과의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가맹점 전체가 존속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어느덧 성숙기에 접어든 화장품 시장은 전환 국면을 맞아 진통을 겪고 있다. 가맹점주와 브랜드의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가운데 위기에 놓인 1세대 로드숍들이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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