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2-10 10:42 (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열풍 타고 스크린 상한제 논쟁, 다양성의 길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열풍 타고 스크린 상한제 논쟁, 다양성의 길은?
  • 강한결 기자
  • 승인 2019.04.28 1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강한결 기자] 4월 마지막 주말, ‘마블 파워’가 극장가를 강타했다. 27일까지 470만7423명을 불러모아 5월은 총 관객 1000만 고지를 향한 기세몰이로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벤져스4’ 신드롬 속에 스크린 독과점 이슈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133만8781명. 마블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어벤져스4)’가 국내 개봉 첫날인 24일 불러 모은 관객수다.

28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벤져스4'는 개봉 첫날 전국 2760개 스크린에서 1만2545회 상영됐다. 상영점유율은 80.9%, 좌석점유율은 85%로 나타났다. 영화관에서 10번 영화를 틀면 8번 이상이 '어벤져스4'였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열풍 속에 스크린 상한제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종전 기록 역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어벤져스3)’가 가지고 있었다. 3위는 2015년 개봉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으로 당시 첫날 상영점유율은 65.4%였다. 한국에서 마블 영화의 인기가 높은 것을 고려해도 비정상적인 수치라는 의견도 나온다.

'어벤져스4'가 첫날부터 전국 극장을 점령하면서 스크린 상한제 도입이 또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스크린 상한제란 영화 한 편이 상영관을 독식하는 스크린 독과점 현상을 막기 위해 한 극장에서 특정 영화에 배정하는 스크린 수를 법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말한다.

마블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제기된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찬반 격론을 불러왔는데, 최근 취임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스크린 독과점 등 영화시장의 불공정행위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흥행열풍만큼이나 뜨거운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 “국내 영화 산업 위해 스크린 상한제 도입해야”

국내외 영화를 불문하고 대규모 제작비를 들인 작품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영화계의 도돌이표 이슈다. 스크린 상한제 도입 필요성은 영화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2016년부터 스크린 상한제를 제도화한 법안이 나오기 시작했고 현재 관련 법안 4개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 중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지난 15일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영비법 개정안)’이다. '영비법' 개정안은 영화 6편 이상을 동시 상영할 수 있는 복합상영관에서 같은 영화를 프라임시간대(오후 1~11시)에 총 상영 횟수의 50%를 초과해 상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역시 정치권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이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 의사를 밝힌 것이다. 박 장관은 지난 22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와 함께 스크린 상한제의 제한 범위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정하면 될지 검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가 세계시장에서 커나가려면 다양하고 좋은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스크린에 다양한 영화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방점을 찍은 것이다.

영화계에도 '스크린 상한제' 실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화 제작사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한국 영화 시장이 성장했지만, 여전히 할리우드의 자본 투자 규모에 비하면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어벤져스4가 개봉한 현 시점에서 극장가에는 한국영화를 찾아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화관 입장에서는 당연히 수익이 나는 영화를 상영하려 하겠지만,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재 극장가에는 어벤져스:엔드게임이 아닌 다른 영화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27일 기준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13편이다. 어벤져스4를 제외한 영화들은 모두 일 상영횟수가 5회 미만. 반면 어벤져스4의 경우 웬만한 서울 시내버스 배차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신드롬 속에 스크린 독과점 이슈도 주목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스크린 상한제는 과도한 규제, 역효과 가능성 있어”

스크린 상한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영화시장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논리다.

극장업계 역시 스크린 상한제 도입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명절, 여름, 연말 등 성수기에 기대작을 많이 배정해 비수기 적자를 메워야 하는 상황에서 스크린 상한제가 도입되면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비수도권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는 영화를 보는 시민들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극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흥행작을 상영하고 싶은 마음이 당연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스크린 상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관객도 적지 않았다. 부산 시민 B씨는 "스크린 상한제 시행 취지가 이해는 되지만, 수요가 높은 영화가 상영 횟수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벤져스 예매도 어려웠는데, 스크린 상한제가 시행되면 오히려 관객들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 사는 영화팬 C씨는 "한국 영화가 1000만을 돌파하면 언론과 영화계에서는 칭찬일색이지만 유독 외화의 흥행에는 '스크린 독과점', '자본력에 밀리는 한국영화'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며 "질 좋은 한국영화가 많이 개봉하면 스크린 상한제가 없어도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이 22일 스크린 상한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진정한 스크린 상한제의 길, “예술·독립영화 홀대부터 해소돼야”

정부는 관객의 문화향유권 차원에서 접근하지만 찬반양론이 확연히 갈리는 상황에서 스크린 상한제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영화 대 외국영화'라는 대립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하고,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이다.

대형자본이 투자된 한국영화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국 영화 누적관객 1위를 차지한 '명량'은 스크린 독과점의 포문을 열었다. '명량'은 제작과 배급, 상영 모두 CJ E&M에서 수직적으로 이뤄졌다. 2014년 1159개의 스크린을 휩쓴 '명량'은 1700만 관객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웠지만,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D감독은 진정한 의미의 스크린 상한제를 위해선 다양한 영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부터 독립영화를 연출하고 있는 그는 "2000년 초반부터 한국 영화는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질적인 성장이 등한시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2019년 기준으로 1000만을 넘은 영화는 18편이지만, 여전히 예술·독립영화는 여전히 상영관조차 찾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D감독은 "영화는 산업이기 이전에 문화다.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다양성인데 한국의 영화에는 다양성이 결여됐다"고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은 지난 2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진위는 지난 4일 ‘CJ CGV와 메가박스의 영화 칠곡 가시나들 불공정 상영기회 제공에 대한 입장'을 통해, CGV와 메가박스가 다른 영화관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의 상영기회를 제공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사진=영화 '그린북' 포스터]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 개봉한 '그린북'은 제91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수작이지만, 같은 시기 '극한직업'에 밀려 소규모의 상영관에만 걸리게 됐다.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해도해도 너무한 것이 아니냐"는 원성도 터져 나왔다. '그린북'의 누적관객수는 채 50만을 넘기지 못했다.

그렇다면 해외 영화시장에서는 스크린 상한제가 어떻게 운영될까.

프랑스에서는 이미 영화 한 편이 전체 스크린의 30%를 넘지 못하는 관련 법안이 시행되고 있다. 또한 좌석점유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극장에 지원을 한다.

일본의 경우 법이 제정되지는 않았지만, 영화관 사업체 스스로 특정영화가 최대 상영횟수의 25%를 초과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도호 도에이 등의 일본 대기업 또한 CJE&M, 롯데와 같이 제작, 배급, 상영을 함께 하지만 자사 영화를 몰아주는 사례는 거의 없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스크린 상한제'가 시행되기 위해선 단순히 한국영화 '밥그릇 지키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기 다른 관객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영화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목표에 방점을 둬야 스크린 상한제 논의가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