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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LG전자 스마트폰 평택공장 셧다운, CEO 책임은 없나?

  • Editor. 백성요 기자
  • 입력 2019.04.2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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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백성요 기자] LG전자가 국내 스마트폰 생산거점인 평택공장의 문을 닫는다. 설비는 베트남 하이퐁 공장으로, 생산 인력은 경남 창원시의 생활가전(H&A) 공장으로 재배치한다. 희망퇴직도 진행될 전망이다.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진 16분기 연속 적자가 이같은 '극약처방' 결단의 배경이다. 

LG전자는 지난 25일 이같은 계획을 발표하면서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생산거점 재배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피처폰 시장에서 글로벌 3위를 두고 소니와 경쟁을 펼치던 국내 대표 가전기업의 스마트폰에서 더이상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은 나올 수 없게 됐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남용 전 부회장, 안승권 사장, 조준호 사장, 권봉석 사장, 황정환 부회장, 구본준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에 LG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던 시기, LG전자와 MC사업본부를 이끌었던 경영진들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기간 LG전자와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었던 경영진은 남용 부회장(재임기간 2007년 3월~2010년 9월), 안승권 사장(2007년 3월~2010년 9월), 구본준 부회장(2010년 10월~2016년 12월), 박종석 사장(2010년 10월~2014년 12월), 조준호 사장(현 인화원장, 2015년 1월~2017년 11월), 황정환 부사장(2017년 12월~2018년 11월) 등이다. 현재는 권봉석 사장이 HE부문과 MC사업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 중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백약이 무효'인 상황까지 몰고간 주요 경영진으로 남용 부회장과 조준호 사장이 지목된다. 이들은 LG그룹 비서실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핸드셋 시장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되던 시기, LG전자를 이끌던 남용 전 부회장은 변화의 시작을 감지하지 못하고 피처폰 집중 전략을 사용하며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중간에 잠시 반등의 기회도 찾아왔지만, 조준호 사장의 야심작 'G5'는 역대급 영업손실을 낳았고 16분기 연속적자의 촉발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남용 전 부회장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LG전자를 이끌다 실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임기 중 퇴진했다. 당시 MC사업본부장이었던 안승권 사장도 남 전 부회장과 임기를 함께 했다. 

남 전 부회장은 비서실 출신으로 LG유플러스 사장을 거쳐 LG전자 CEO로 부임했다. 그가 재임했던 3년간 LG전자는 스마트폰으로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오판해 R&D(연구개발)는 소홀히 한 채 맥킨지 등 외국계 컨설팅 회사 출신 임원들을 대거 영입하며 브랜드 마케팅에 전력을 기울였다. LG전자가 한창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 등으로 주가를 올리던 때였다. 

당시 맥킨지는 애플이 촉발한 핸드셋 시장의 변화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LG전자는 스마트폰을 외면한 채 프리미엄 피처폰 사업에 집중하다가 결국 글로벌 3위의 LG전자 휴대전화 사업이 몰락하는 계기가 됐다. 2010년 2분기 LG전자 MC사업본부의 적자는 1300억원을 기록했다. 

남 전 부회장 이후 LG전자는 오너 일가인 구본준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다. MC사업본부장은 박종석 부사장이 맡았다. 

'독한 LG'를 기치로 구 부회장은 스마트폰 수익성 개선에 집중했다. 옵티머스 시리즈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2012년에는 연간 기준 흑자, 2013년 1분기에는 1328억원, 2분기에는 612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옵티머스G 시리즈의 선전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구본준 폰' '회장님 폰'이라 불렸던 옵티머스G가 반전의 계기가 됐다. 

하지만 사후지원 미흡, 마케팅 비용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2013년 3분기부터는 다시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옵티머스G에 대한 운영체제 업데이트가 늦으며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신이 이어졌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3, 스카이의 베가 시리즈보다 뒤처진 업데이트 정책은 'LG는 사후지원이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낳게 했다.

옵티머스 브랜드를 포기하고 LG전자가 선보인 G시리즈는 MC사업본부 반등의 계기가 되는 듯 했다. 2014년 3분기와 4분기, 2015년 1분기까지 각각 1674억원, 681억원, 7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하지만 2분기에 영업이익이 2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G3는 LG전자 스마트폰 중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이후 출시된 G4와 V10의 발열, 무한부팅 이슈는 16분기 연속적자의 시작이 됐다. 

박종석 사장(당시 부사장)은 MC사업본부장에서 물러나 LG전자 CTA(최고기술자문역)을 맡았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다. 이후 박 사장은 LG이노텍 대표이사를 거쳤고, 최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박 사장의 후임으로 조준호 사장이 MC사업본부장에 올랐다. 취임 초기 조 사장은 큰 기대를 받았다.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전임자 박종석 사장을 대신해 MC사업본부장을 맡은 LG그룹 비서실 출신인데다 그룹 내 최연소 사장이라는 이유에서다. 

조 사장 취임 이후 LG전자는 G4, V10, G5, V20, G6에 이어 V30까지 총 6대의 전략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나 모두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특히 2016년 상반기 야심차게 출시했던 모듈형 스마트폰 G5는 시장에서 LG전자 역대 최악의 스마트폰으로 인식된다. G5가 출시된 2016년 MC사업본부는 연간 1조2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조 사장이 본격적으로 지휘를 시작했던 V10, G5의 경우 무한부팅 이슈를 겪으며 LG전자 스마트폰의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혔다. 현재 미국에서는 무한부팅 관련 소송이 아직도 진행중이다.   

2016년 3월 출시된 모듈형 스마트폰 'LG G5', LG전자 MC사업본부는 G5 출시 이후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 3월 출시된 모듈형 스마트폰 'LG G5', LG전자 MC사업본부는 G5 출시 이후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LG전자 제공/연합뉴스]

그나마 스테디셀러로 평가받는 V20도 MC사업본부의 실적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V20 출시와 사업부 조정을 통해 2017년 1분기 적자폭을 2억원까지 줄이며 반등의 기대감을 갖게 했지만, 2분기 영업손실 1300억원대를 기록하며 흑자전환은커녕 적자폭을 더욱 키웠다. LG전자는 마케팅 비용 증가를 이유로 들었다. 그해 3분기에는 375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반등과는 더욱 멀어졌다. 

조준호 사장은 결국 단 한 번의 영업이익을 기록하지 못한 채 2017년 말 LG인화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 사장의 재임기간 동안 MC사업본부가 기록한 적자는 2조원에 육박한다. 

'독이 든 성배'가 돼버린 MC사업본부장 자리를 이어받은 건 황정환 부사장이다. 개발자 출신으로 2017년부터 MC사업본부에서 스마트폰 상품기획을 담당하는 단말기사업부장을 지내다 본부장으로 선임됐다. 

황 부사장은 고객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사후지원을 강화하고 비용 절감을 위한 '롱테일 전략'을 선보였다. 롱테일 전략이란 전략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부품 조달 비용을 절감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칫하면 같은 회사의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을 잠식하는 '카니발리제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황 부사장의 이같은 전략도 MC사업본부를 적자의 늪에서 구해내지는 못했다. 결국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1년 만에 융복합사업개발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면서 LG전자는 권봉석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이 MC사업본부장을 겸임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이례적인 2019년도 인사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그룹을 이어받은 후 진행되면서, 구 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권 사장은 실제로 기존과는 다른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기술력을 강조하며 무리한 콘셉트의 신제품을 조기에 선보이기보다는 사용자 경험에 중점을 뒀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앞다퉈 폴더블폰 출시 일정을 공개할 때, LG전자는 듀얼 디스플레이 폰인 'V50 씽큐 5G'를 선보였다. 누적 적자가 3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시장 선점을 위한 모험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평택 공장 폐쇄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인건비 등 생산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극약 처방이라는 설명이다. 

LG전자는 평택 공장에서 창원 사업장으로 이동하는 직원들에게 특별융자, 전임비, 근무지 이동 휴가, 주말 교통편 제공 등의 지원을 할 계획이다. 세부 지원 계획에 대해서는 노조와 협의해 간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해 온 굴지의 기술기업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스마트폰을 포기한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스마트폰은 약 10년간 IT 제조업의 핵심이기도 했다. 

LG그룹은 '인화'를 가치로 가족같은 기업문화가 정착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경영 실패나 성과에 대해 경영진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는 지적도 함께 받고 있다. 그룹과 사업본부의 리더십이 한 번에 바뀐 LG그룹이 만성을 넘어 악성이 된 MC사업본부의 사업성과 실적에 대해 어떤 처방을 내릴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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