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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월정액제 폐지' 리니지, 과금 유도 심해졌다?...부분 유료화의 명과 암

  • Editor. 강한결 기자
  • 입력 2019.05.0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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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한결 기자] 엔씨(NC)소프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는 1998년 9월 서비스를 시작으로 여전히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는 게임이다. 넥슨의 '바람의 나라'와 함께 대한민국 1세대 온라인 게임으로 평가받는 리니지는 이후 한국 MMORPG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의 요금제 개편을 통해 21년간 유지해온 월 정액제를 폐지한다고 지난 2일 밝힌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리니지 유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앞으로 모든 유저는 이용권 없이 리니지를 플레이할 수 있게 됐는데도 유저들은 엔씨소프트가 정액제를 폐지하면서 '아인하사드의 축복' 시스템이 개편해 사실상 월 정액제를 대체하는 시스템이 생겼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리니지가 21년만에 월 정액제를 폐지했다.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아인하시드의 축복'은 일종의 피로도 개념으로 모두 소진되면 아이템과 경험치를 획득할 수 없다. 게임을 즐기려면 30일 동안 충천 100%를 유지해주는 '아인하사드의 가호'를 구매해야하는 상황이다. 리니지 N샵에는 '아인하사드의 가호'는 3개(90일) 패키지가 기간 한정으로 12만 캐시(1캐시당 1원)에 판매되고 있다. 상시 판매되는 1개(30일)는 5만 캐시다.

이용자들은 공식 커뮤니티 등을 통해 기존 월정액 요금(2만9700원)을 뛰어넘는 새 정액제가 도입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인하사드의 축복’이 게임 플레이에 중요한 아이템인 만큼 '부분 유료화'를 빙자한 새 정액제가 강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리니지 자유게시판에는 '아인하사드의 축복' 시스템을 비판하는 유저의 글이 대부분이다. 한 유저(아이디 천**)는 "결국 계정비 올릴려고 이 난리 친거니?"라고 반문하면서 요금제 개편을 비판했다. 다른 유저(슈**) 역시 "결론은 계정비가 5만원 오른 거네"라고 언급했다.

다만 엔씨소프트 측은 '아인하사드의 가호'가 정액제의 대체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아인하사드의 축복 시스템이 기존에 없다가 생긴 것이 아닌 데다 무과금 이용자도 충분히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니지뿐 아니라 현재 전세계 절대다수 게임은 부분 유료화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 정책은 운영사에서 현금결제로 돈을 받고 판매하는 아이템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199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온라인 게임은 대부분 월 정액제가 주를 이뤘다. 이후 2001년 최초의 부분 유료화 게임이 등장한다. 넥슨의 퀴즈퀴즈(Q플레이)는 치장성 유료 아이템을 판매를 결정했고, 이는 수익적 측면에서도 성공으로 이어졌다.

넥슨 CI. [사진=넥슨 제공]

캐주얼 게임에서 시작한 부분 유료화가 대성공을 거두자 점차 MMORPG를 비롯한 다른 장르의 온라인 게임으로 확대되더니 결국 국내 온라인 게임의 핵심 수익모델로 자리잡았다. 특히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테일즈 위버 등의 RPG게임에 부분 유료화를 도입하며 국내 최고의 게임업체로 성장했다.

2010년대 초반부터 급성장한 모바일 게임은 부분 유료화가 기본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PC와 모바일를 막론하고 게임 대부분은 수익성을 이유로 부분 유료화를 채택하게 됐다.

이 같은 부분 유료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단순히 치장성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는 것과 과금을 통해 게임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경우로 나뉜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로 라이엇의 리그 오브 레전드, 블리자드의 히어로즈 오브 스톰이 있다.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MOBA) 장르의 경우 '스킨'이라 불리는 치장성 아이템이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유저의 시각적 만족감을 위한 아이템이다.

다만 MMORPG 장르 게임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리니지와 같은 장르의 게임은 다른 유저와 경쟁을 펼치며 자신의 캐릭터를 더욱 강하게 육성해야 한다. 운영사는 이러한 이용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과금을 유도했다. 이른바 '현질'을 통해 구매한 아이템으로 유저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강하게 키웠다. 이기기 위해 돈을 투자해야 하는 '페이 투 윈(Pay to Win)'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유저들은 게임 운영사가 과한 과금 유도만을 생각하고, 무과금 시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취미생활이 게임인 한 직장인 이경하(35ㆍ서울 관악구ㆍ가명)씨는 한국 게임시장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게임업계가 과금요소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천편일률적인 형태의 게임만 출시된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게임, 특히 모바일 게임의 경우 너무나 똑같은 구조의 게임이 대부분. 유저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도 한국게임사 로고가 붙으면 과금유도하는 확률형 아이템이 난무하는 양산형 게임'이라는 조롱이 퍼진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이 유저의 지적처럼 확률형 아이템은 부분 유료화 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확률형 게임 아이템은 무작위로 등장하는 아이템을 뜻한다. 단적인 예로 1만원 상당의 아이템을 구매한 유저나 10만원 상당의 아이템을 산 유저가 확률에 따라서는 동일한 아이템을 가질 수도 있다.

게임 안에서 재미 요소 강화를 위해 등장했지만 확정 아이템이 아니다 보니 보다 많은 과금을 유도하는 면이 부각됐고, 꾸준히 해소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사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엔씨(NC)소프트 김택진 대표. [사진=연합뉴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 역시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비판에 진땀을 뺐다. 당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에서 오는 폐해로 원성이 많은 걸 아느냐"며 "온라인에서는 한도가 있지만, 모바일 게임에는 한도가 없다. 한도가 없어지니 사행성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택진 대표는 "리니지는 요행을 바라보고 금품을 취득하지 않는다. 사용자들이 얻는 아이템은 게임을 위한 것"이라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확고하게 사행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부분 유료화, 특히 확률형 아이템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김택진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MMORPG의 특성상 유저들은 강한 경쟁심을 기반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한다. 결국 돈을 많이 쓰면 강해지는 '페이 투 윈' 구조가 공고해지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확률형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을 나쁘게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이용자가 확률형 아이템에 심취하게 되면 일종의 사행행위에 중독되는 것과 흡사한 부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확률형 게임은 모두에게 평등한 시스템이며, 오히려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유저도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과금을 통한 부분 유료화 모델은 게임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말았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부작용은 있지만 게임업계의 부분 유료화 전환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한다.

게임관련 기관에 몸담고 있는 한 관계자는 "게임사로서는 신규 유입이 없는 게임은 부분유료화를 통해 신규유입을 창출하고, 수익을 내는 전략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분 유료화의 문제점 해결법은 의외로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과금을 하지 않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밝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률형 아이템 등 부분 유료화 모델이 성행하는 것은 꾸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부분 유료화 모델이 성행하는 것은 유저의 수요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를 부분 유료화의 부작용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임은 상품이고, 그 상품을 구매하는것은 게이머"라며 "부분 유료화를 통해 나온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한, 해당 상품이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부분 유료화 모델의 문제점을 개선할 방법은 전혀 없을까.

먼저 게임업계 측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부분 유료화 모델을 적용하더라도 유저가 만족할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최고수준의 모바일 게임사 슈퍼셀은 '브롤스타즈' '클래시 로얄' 등 각종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선보였지만 유저들의 불만은 크지 않았다. 아이템을 뽑기 위해 유저들이 납득할만한 확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적절한 수준의 정부 규제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규제을 위한 규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단서를 단다. 특히 게임을 규제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이 담긴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유저 역시 과도한 과금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2000년대 초중반 한국 게임업계는 지구촌 게임시장을 선도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한국 게임업계는 중국 등 급성장한 신진 시장에 밀려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게임산업은 미래 먹거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게임업계의 르네상스를 위해서는 업계·정부·유저들이 문제를 공유하면서 '한국형 부분 유료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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