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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어린이날 ‘금붕어 무료증정’ 논란...정녕 동심을 지키는 길일까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19.05.0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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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진행하는 ‘무료 금붕어 나눔’ 행사가 어린이날을 앞두고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이마트 구로디지털단지점이 금붕어 무료 증정 행사를 시행한다”고 안내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살아있는 생명을 선착순으로 지급하는 것은 동물학대’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마트가 어린이날 선착순 '금붕어 무료 증정' 행사를 취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수년 전부터 전국 여러 지점에서 금붕어 무료 증정 이벤트를 진행한 것을 두고 반려동물 관련 행사에 대한 근본적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가 오는 5일 구로디지털단지점에서 진행하기로 한 '금붕어 선착순 무료 증정' 행사를 취소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화면 캡처, 픽사베이 제공]
이마트가 어린이날 구로디지털단지점에서 진행하기로 한 '금붕어 선착순 무료 증정' 행사를 취소했다. [사진=픽사베이,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 동물자유연대 측 “판촉 및 광고 목적 있다면 불법 행위 될 수 있어”

이마트의 금붕어 무료 증정 행사 논란에 대해 동물자유연대 측은 “동물보호법 제8조 제5항에서는 ‘도박·시합·복권·오락·유흥·광고 등의 상이나 경품으로 동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법령을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하는 ‘동물’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에 한정된다. 동물보호법은 포유류·조류·파충류·양서류·어류(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 장과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 등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이마트에서 상품 판매의 목적을 가지고 사은품 형태로 금붕어를 나눠줬다면 이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무료로 판촉 없이 금붕어를 주는 것이라면 법에 저촉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도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에서 소동물을 키우는데 드는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료로 동물을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시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 열대어 커뮤니티 운영자 “금붕어도 생명...무료 증정 행사 의미 되물어야 할 때”

세종시에 거주하는 A(39)씨는 아이들이 이마트서 받은 금붕어를 처리하기 위해 지역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입했다. A씨의 두 자녀가 지난 1월 이마트 금붕어 무료 증정 행사를 통해 총 6마리의 금붕어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행사는 가족 동반 고객에 한해 이뤄진다고 명시됐지만, 아이들은 부모와 동행하지 않았음에도 현장에서 금붕어를 받을 수 있었다.

수조와 여과기 등 금붕어를 키우는 데 필요한 기구를 갖추지 못한 A씨는 6마리의 금붕어를 테이크아웃 플라스틱 컵에 넣어 키웠다. 그 결과 사흘째 한 마리, 닷새째 두 마리가 죽었다. 남은 세 마리도 기력을 잃어가자 A씨는 금붕어를 대신 키워줄 사람을 찾아 나섰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사진=픽사베이]
수족관 속 금붕어. 사진은 기사와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픽사베이]

A씨와 같은 사연의 게시글이 속출하자 열대어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B(45)씨는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진행되는 반려동물 무료 증정 행사가 금붕어의 특성과 한국 반려동물 시장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상업적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B씨는 "우리의 인식과 달리 금붕어는 예민한 어류다. 작은 소리에도 잘 놀라고, 물 온도와 수질 등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적절한 시기에 물갈이를 해줘야 하고 여과기도 필요하다. 금붕어의 성장세와 수에 맞춰 어항도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런 준비 없이 아이가 데려온 금붕어를 위해 이 정도 투자하는 가정은 찾기 어렵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마트에서 금붕어 무료 증정 행사를 한 뒤 지역 커뮤니티에는 '금붕어 무료 나눔 합니다'는 글이 수십 개씩 올라온다. 이게 현실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책임감 있고 성숙한 반려동물 양육 마인드가 절실한 우리나라에서 공짜로 금붕어를 증정하는 행위가 어린이들의 동심을 지키고,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가 되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B씨는 "금붕어와 같은 소동물은 개나 고양이와 달리 반려동물이란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런 상황에서 입양 전 자격요건을 점검하거나, 교육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책임한 파양과 유기를 방조하는 것"이라며 “돈으로 생명을 쉽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무료 증정'이라면 그 부족한 책임감마저 줄어든다"고 꼬집었다.

성남, 서면, 수원, 구리 등 전국 이마트 지점에서 진행된 금붕어 무료 증정 행사 안내 팻말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제공]
성남, 서면, 수원, 구리 등 전국 이마트 지점에서 진행된 금붕어 무료 증정 행사 안내 팻말.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 이마트 측 “지점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한 행사...고객 불편 고려해 취소”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구로디지털단지 이마트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금붕어 300마리 무료 증정 행사는 내부 논의를 거친 뒤 취소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금붕어 무료 증정 행사를 취소하면서 2일 저녁 고지물도 철수했다. 본 행사는 아이들의 동심을 지키고,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를 신장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금붕어를 나눠줄 때 판촉, 광고나 홍보 등의 행위는 일절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고객분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행사를 아예 취소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금붕어 무료 증정 행사는 본사 지시가 아닌 지점에서 개별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각 지점이 거래처와 어떤 계약을 하거나, 대화를 통해 행사를 결정하는지는 본사도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마트는 '좋은 목적'을 가지고 기획한 행사가 불편을 초래하게 된 것에 아쉬움을 표했지만, 금붕어 무료 증정 행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수년 전부터 존재했다. 관상어 홍보를 위해 건강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금붕어가 무분별하게 반출되고, 무료 증정 금붕어 옆에서 판매된 어항 세트에 판촉 의도가 없었는지 내부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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