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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위기의 한국 게임산업에 묻다, 허리는 튼튼한가요

  • Editor. 강한결 기자
  • 입력 2019.05.11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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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업다운뉴스 강한결 기자] 한국 게임이 대내외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국내 메이저 게임기업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0일 발표된 올해 1분기 실적공시에서 넥슨은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고도 영업이익은 줄어들었고,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 감소폭은 컸다. 국내 게임업계 빅3의 하나인 넷마블의 영업이익 전망도 비관적이다.

매각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진 넥슨의 경우 1분기 매출액은 949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8%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5367억원으로 같은 기간 3.9% 감소했다. 엔씨소프트의 1분기 매출액은 3588억원, 영업이익은 79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4%, 61% 감소했다. 넷마블은 오는 14일 1분기 수익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영업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19 플레이엑스포(PlayX4)가 열리는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VR기기를 쓰고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 플레이엑스포(PlayX4)가 열리는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VR기기를 쓰고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엔씨소프트의 저조한 실적이 신작의 부재와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넷마블 역시 마찬가지다. 어닝 서프라이즈 매출을 달성한 넥슨 역시 기존 작품의 흥행으로 그나마 영업익 감소폭을 줄였다는 평가다.

올해 들어 넥슨 매각추진설까지 겹치면서 빅3의 실적 부진은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감을 더욱 높이는 대목이다.

한국 게임업계에 위기가 찾아든 것이 한두 번도 아니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게임강국 DNA’를 온전히 지켜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국내 게임 황금기로 불렸던 1990년대 초중반 이후 새 천년으로 넘어갈 시점에 국산 PC, 콘솔 패키지 게임이 침체를 맞았지만 한국 게임은 온라인게임을 앞세워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이후 2010년대 초반 스마트폰이 확산되자 국내 게임업계는 모바일 시장을 공략하면서 위기를 이겨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모바일게임 시장 역시 레드오션으로 변했고, 국내 게임업계는 지구촌 게임업체들와 생존경쟁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 2016년 한중 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이슈가 터지면서 중국의 '한한령'이 내려지자 국내 게임업계의 타격은 실로 컸고, 그 여파는 여전히 적지 않다.

반면 중국 게임업체의 한국시장 진출은 빠르게 늘어났다. 국내 게임업계가 고전하는 사이 중국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세계 게임업계에 영향력을 늘려갔다. 특히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는 '클래시 오브 클랜' '클래시 로얄' 등의 게임을 제작한 핀란드 게임사 '슈퍼셀'을 인수하고,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제작사 라이엇도 편입했다.

중국 게임시장이 급성장하는 동안 한국 게임산업 환경은 나빠졌다. 2011년 11월 '게임 셧다운제'를 시작으로 게임업계를 향한 다양한 종류의 규제가 도입됐다. 컴퓨터 게임 과몰입을 염려해 청소년들의 게임 플레이를 제한하는 '게임 셧다운제' 도입으로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는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 분류 최신판 ICD-11에 게임장애(게임중독)가 포함되면서 게임업계의 걱정은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다.

중국시장 공략이 둔화되고 정부의 규제에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까지 불거지면서 국내 게임업계는 3중고에 고전하고 있다.

2019 플레이엑스포 현장. [사진=강한결 기자]

그렇다면 현장에서는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게임개발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PC게임 세계 3위, 모바일게임 세계 4위 점유율’(2018 대한민국게임백서·2017년 기준통계)의 한국 게임산업에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위기 극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로 11번째를 맞은 게임 박람회 '플레이엑스포(PlayX4)'가 500개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9일 개막돼 12일까지 이어지는 경기도 고양 킨텍스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들이다.

경기도가 게임산업 활성화와 국내 중소게임개발사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마련한 차세대 융·복합 종합게임쇼인 2019 플레이엑스포에는 넥슨, 블리자드, 소니, 닌텐도 등 국·내외 유명 게임업체뿐만 아니라 수많은 중소업체와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참여했다,

그 현장에서 만난 게임 개발자들은 한국 게임산업의 구조 개선을 위해서 종소게임업체와 유통이나 스폰서 등의 간섭에서 독립적인 인디게임이 발전해야 한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중소게임업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인디게임 개발자 고준용(23)씨는 1인 개발자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 고씨는 "유저들은 당연히 재미있고 퀼리티가 높은 게임을 좋아한다"며 "문제는 좋은 게임을 만들더라도 1인 개발자의 경우 홍보 마케팅을 동시에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개발자 이진원(35·가명)씨는 "정부가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지만, 1인 개발자가 이 모든 과정을 홀로 처리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 담당자들이 게임업계의 실정에 맞게 지원과정을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지원안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6인 게임 팀을 이끌고 있는 장모(28) 팀장은 정부의 게임산업규제가 현장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산업에는 당연히 규제가 필요하지만, 유독 게임산업의 경우 업계의 관행을 무시한 규제가 많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인디게임협회 최훈 회장은 국내 중소·인디게임의 성장 잠재력이 충분히 높다고 강조했다. 이번 플레이엑스포에서 전체 B2C 행사장의 4분의 1은 인디게임 부스가 차지해 그 비중이 커지는 것으로 보였다.

최 회장은 "한국 인디게임도 글로벌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협회의 몫은 개발자가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고 개발자 역시 협회를 믿고 개발에 전념한다면 한국 인디·중소 게임업체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완화와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게임업계의 목소리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취임 이후 첫 게임업계 현장 방문을 통해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해 게임산업 종사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박 장관은 9일 경기도 판교의 게임산업 현장을 돌아본 뒤 게임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최근 자금 부족, 해외 시장 경쟁 심화 등 국내외 어려운 여건으로 게임산업의 허리 역할을 맡고 있는 중소게임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중소게임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19 플레이엑스포 현장에서 게임을 즐기는 관람객들. [사진=강한결 기자]
2019 플레이엑스포 현장에서 게임을 즐기는 관람객들. [사진=강한결 기자]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 인프라 확대, 투·융자 및 세제 지원 등이 더해지면 중소게임기업도 충분히 성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017년 혜성처럼 등장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았던 국산 배틀로얄 FPS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그 좋은 예다. 블루홀(현 크래프톤)이 제작한 배틀그라운드는 출시 13주 만에 누적매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또한 역대 가장 많이 팔린 PC게임 1위라는 영예는 덤이다.

중소게임기업의 약화는 위기를 더욱 키울 수 있다. 시장의 다양성이 상실된다면 메이저 게임사들만으로는 글로벌 공략의 부담은 커지기 마련이다. 허리가 탄탄해질 때 게임강국의 위상을 지켜나갈 선도 게임업체의 경쟁력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기존 지식재산권(IP) 게임으로 IP 우려먹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대형게임사들도 새로운 게임으로 활로를 찾는데 중소게임 개발업체들이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다는 인식전환을 통해 게임산업의 지속성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2014년 국내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SF영화 ‘인터스텔라’의 부제이자 명대사는 위기의 국내 게임업계에 새삼 울림을 던진다.

끌어주고 받쳐준다면,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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