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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은 '증오 콘텐츠'와 전쟁 중...한국은 지금?
지구촌은 '증오 콘텐츠'와 전쟁 중...한국은 지금?
  • 강한결 기자
  • 승인 2019.05.19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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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한결 기자] 지난 3월 15일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스크(이슬람 회당)에서 뉴질랜드 역사상 최악의 무슬림 증오 범죄가 발생했다. 극우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격 테러로 인해 51명이 사망하는 참극. 피의자는 페이스북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참혹한 범행 장면을 생중계까지 해 지구촌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외신에 따르면 17분가량 범행이 라이브 중계되는 동안 테러 영상은 4000회 가까이 시청됐고, 페이스북이 문제의 영상을 삭제한 뒤에도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 상에서 퍼져나갔다. 영문도 모르고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은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지난 15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인터넷 증오표현 규제 회의(크라이스트처치 콜 회의). [사진=AFP/연합뉴스]
지난 15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아던 뉴질랜드 총리(왼쪽부터)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공동으로 주최한 인터넷 증오표현 규제 회의 '크라이스트처치 콜 회의'. [사진=EPA/연합뉴스]

이같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극단주의적 폭력과 증오 범죄 행태가 여과 없이 확산되는 사태가 잇따르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트위터, 페이스북, 아마존, 유튜브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크라이스트처치 콜(Christchurch Call·크라이스트처치의 요구)' 회의에 참여해 온라인 상의 증오 표현과 극단적 폭력을 선동하는 콘텐츠를 강력히 규제하기로 합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 회의는 뉴질랜드 총격 테러 피해자를 애도하고, 온라인 상의 폭력을 선동하는 콘텐츠에 대한 근절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열렸다.

회의에는 트위터의 잭 도시 최고경영자(CEO), 페이스북의 닉 클렉 글로벌 부문 부사장, 구글의 켄트 워커 최고법률책임자(CLO) 등이 참석했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주요국 정상급 지도자들도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공식 성명에서 극단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의 등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투명하고 구체적인 조처에 협조할 것이라 밝히면서 "그런 콘텐츠의 확산은 피해자들의 인권과 안보를 해치고 전 세계인에게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ICT 기업들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극단주의적 폭력 사상이나 증오 표현의 배포와 확산을 차단할 알고리즘과 규제책을 마련하고, 또 공동의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해 활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페이스북은 회의 전날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가 유해 콘텐츠를 올릴 경우 바로 일정 기간 서비스 사용을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규제 도입 발표로 앞장섰다.

증오를 조장하거나 극단주의 성향의 콘텐츠는 심각한 글로벌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인종차별, 폭력 및 증오, 극단주의 성향의 콘텐츠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굳이 찾지 않아도 무작위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유럽의 경우 반(反)난민, 반EU를 지향하는 극우정당의 세력이 커지면서 온라인 상에 퍼지는 인종차별적 콘텐츠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독일에서는 외국인 혐오범죄와 반유대주의 범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도 나왔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역시 극우세력의 확산으로 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남녀노소가 모두 쉽게 이용하는 유튜브에서도 혐오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국내 역시 온라인과 SNS 상에서 혐오, 극단주의적 콘텐츠가 확산되는 추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온라인상 차별·비하 정보 심의 건수는 1041건으로 집계됐다. 또 최근 3년간 심의 건수 통계를 보면 2014년 861건, 2015년 1184건, 2016년 3022건으로 급증했다.

지구촌에서 독보적인 동영상 공유서비스인 유튜브 플랫폼 상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중국동포와 예멘 난민을 향한 증오는 날로 커지고 있는데, 유튜브에서 이들을 향한 악의적 발언을 쏟아내는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소수자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콘텐츠 역시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1020세대를 대상으로 시사 이슈를 설명하는 극우성향 유튜버 '윾튜브'의 경우 여성 혐오, 성 소수자 비하, 지역 차별 등 극우적인 발언으로 단기간에 6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았다. 하지만 과거 천안함 유족 비하, 대구 지하철 참사 비하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재는 채널이 삭제된 상태다.

이러한 배경에는 조회 수가 곧 돈이 되는 유튜브의 특이한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혐오 발언의 좋고 싫음, 옳고 그름을 떠나 일단 클릭하면 유튜버 호주머니로 돈이 흘러들기 때문이다. 광고 수익은 유튜버가 55%, 유튜브 측이 45%로 나눠 가진다.

2년째 일상 생활의 소소한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는 유튜버 정지원(27·가명)씨는 자극적인 콘텐츠로 구독자수를 늘리려는 유튜버가 많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정씨는 “사실 처음 유튜브를 했을 때 많은 유튜브들이 유혹에 빠진다”며 “분명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어찌 보면 가장 쉽게 구독자와 조회수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털어놨다.

정씨는 이러한 혐오와 증오로 가득찬 자극적인 콘텐츠가 10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직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10대가 이러한 콘텐츠에 무분별하게 노출된다면, 성인이 된 후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은 전문가들의 의견과 같은 결이다.

실제로 한 지역아동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이연진(48)씨는 학생들이 보고 있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우연히 아이들이 유튜브로 보고 있는 영상을 시청했는데, 지역비하적인 내용과 성차별적인 욕설이 가득해 깜짝 놀랐다”며 “그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이런 영상은 보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아이들이 무분별하게 폭력적인 영상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끔찍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서 혐오를 조장하는 극단주의 성향의 콘텐츠는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확실하게 규제할 마땅한 방도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해외에서는 관련법으로 영상을 규제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독일의 '네트워크시행법(NetzDG)'은 이용자가 200만명 이상인 유튜브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특정 대상을 혐오하는 콘텐츠가 올라오면 업체 측이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 호주 의회도 최근 온라인 기업이 폭력적 콘텐츠 차단에 실패할 경우 기업에 연매출의 최고 10%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거나 CEO를 최고 징역 3년에 처하는 내용의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네스코의 ‘2018 글로벌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주간’ 공식 배너.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국내의 경우 인터넷 개인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모니터링한다. 하지만 기존 방송처럼 행정처분 등 징계를 내리지 않고 콘텐츠 규제를 권고하는 식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콘텐츠에 대한 삭제를 요청하지만 명백한 불법 콘텐츠가 아닐 경우 삭제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강원도 춘천에서 위치한 미디어 스튜디오 DBLUE 소속 교육팀 장정우(24) 연구원은 콘텐츠를 규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콘텐츠를 일일이 검열하고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제재가 가능하면 문제 없겠지만 실질적인 제재에는 한계가 있고, 이 또한 법적·도덕적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장 연구원은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에 접근해 분석 평가하고 의사소통해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는 “사실 영상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어떤 것이 올바른 콘텐츠라고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다르고, 특히 정치·신념·종교와 같은 경우는 매우 민감한 부분”이라며 “중요한 것은 수용자가 미디어를 능동적이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강원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미디어 교육을 진행 중인데 관련 강좌가 많이 있다”며 “결국 수용자가 혐오 콘텐츠를 구별할 수 있는 비판적 시야를 갖는 게 중요하다. 수요가 줄어들면 공급도 줄 것”이라며 미디어 수용자의 능동적인 태도를 강조했다.

이렇듯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 차원의 대책은 미흡한 상태다. 현재는 방송법상 시청자미디어재단 업무의 ‘미디어 교육 및 체험’이라는 용어만 있을 뿐 미디어 교육의 정의조차 없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기관이 치밀한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비판적이고 능동적으로 미디어를 바라보려는 수용자들의 노력도 뒤따라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적인 교육과 사회문화적인 캠페인이 강화돼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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