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의 퇴진 문제를 놓고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손 대표 면전에서 "나이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말 폭탄을 던졌다. 손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정치에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손학규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요구한 '지명직 최고위원 및 주요 당직에 대한 임명철회' 등 5개 안건 상정을 일괄 거부했다. 손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철회, 정책위의장·사무총장 임명철회, 당헌 유권해석 등 3개 안건은 하태경 최고위원이 이와 관련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며 "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논의의 실익이 없는 안건"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일제히 반발했다. 하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안건상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당무 거부나 마찬가지"라며 "계속 당무 거부를 지속할 경우 또 다른 대안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말의 수위를 높이며 손 대표의 면전에서 독재를 언급했다. 하 최고위원은 "민주투사가 영원한 민주투사가 될 수 없다. 대통령이 되면 독재도 하고, 당 대표가 되면 당 독재도 한다"며 "개인 내면의 민주주의가 가장 어렵다.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하기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4·3 보궐선거 당시 당 싱크탱크인 바른미래연구원 의뢰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가 조작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손 대표는 본인이 임명한 당무감사위원장을 통해 조사를 하겠다지만 이는 진상규명 절차를 지연시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당시 여론조사업체에서 수령한 결과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해당 의혹에 대한 조사의뢰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임재훈 사무총장은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을 향해 "당규를 보면 의안 상정은 사무총장이 일괄 정리해 당 대표가 상정한다고 돼 있다"며 "당헌·당규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그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손 대표에게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말한 하 최고위원에게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손학규 대표는 비공개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하 최고위원의 발언에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며 "정치가 각박해졌다. 정치에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