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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황당 응대로 위기 키우는 유통기업들, 말부터 디자인하라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19.06.2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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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진정성을 담은 시의적절한 말을 활용하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여러 국내 유통 업체들은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기는커녕 더 많은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몸집만 키웠을 뿐 그에 걸맞게 적절한 고객서비스(CS) 관리 체계를 마련하지 못해 소비자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매운떡볶이 프랜차이즈 '동대문엽기떡볶이'의 한 매장 제품에서 반 토막 난 바퀴벌레가 나왔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사연 속 소비자 A씨는 바퀴벌레를 발견한 즉시 매장에 상황을 알렸다. 이후 매장주는 A씨를 찾아와 사과하고 제품에 대한 환불 처리를 진행했다.

23일 소비자 A씨가 핫시즈너가 운영하는 동대문엽기떡볶이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고 밝혔다. [사진=네이트판 화면 캡쳐]
지난 23일 소비자 A씨가 핫시즈너가 운영하는 동대문엽기떡볶이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고 밝혔다. [사진=네이트판 화면 캡처]

하지만 음식을 3분의 1가량 먹은 상황에서 토막난 바퀴벌레를 발견한 A씨는 지금까지 구토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위염 진단까지 받았다. A씨는 동대문엽기떡볶이 본사인 핫시즈너에 이를 알리고 보상을 청구했다. A씨는 "그러나 핫시즈너는 규정상 환불만 가능하며 진단서에 '엽떡(엽기떡볶이) 이물질 때문’이라는 식으로 기재돼야 보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동대문엽기떡볶이 측에 제품에 바퀴벌레가 들어간 경위를 조사해달라 요구했다. 하지만 핫시즈너로부터 "본사에선 관련 부처에 문의하는 것만 할 수 있다. 그런데 관련 부서에선 파악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점주님이 병원비 지급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사측이 책임 안 진다는 게 아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A씨의 제보는 21만명이 넘는 누리꾼에게 공유됐다. 누리꾼들은 동대문엽기떡볶이와 관련해 비위생적 조리 식품에 관한 이슈가 지속해서 발생한 상태에서 고객센터의 대응이 지나치게 무책임하고 지적했다. 아울러 소비자가 진단서를 통해 이물질과 질환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핫시즈너 측은 바퀴벌레의 유입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에게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을 전하며 본사에서 전달하는 정보가 정확성을 보일 수 있도록 내부 체계의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대문엽기떡볶이의 약속이 말뿐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은 일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에게 1만 원 할인 쿠폰을 제공해 논란을 빚었다. [사진=배달의민족, 기리보이 SNS 화면 캡쳐]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은 일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에게 1만원 할인 쿠폰을 제공해 논란을 빚었다. [사진=배달의민족, 기리보이 SNS 화면 캡처]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으로 빈축을 산 곳은 동대문엽기떡볶이만이 아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은 일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에게 'OO이 쏜다'는 1만원 할인 쿠폰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배달의민족은 "연예인을 통해 더 많은 일반인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쿠폰 증정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몇천원 쿠폰을 선착순으로 주면서 수억의 수익을 올리는 연예인에게는 1만원 쿠폰을 수십, 수백 장 주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준다는 것인지 이해가 어렵다"며 배민의 마케팅 전략과 대응을 비판했다. 한 온라인커뮤니티 사이트에선 '배민 어플 삭제 인증'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에 배달의민족은 '쏜다 쿠폰'을 전면 중지하고 배민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혜택을 조정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같은 사태들은 기업이 소비자의 불만에 적절하고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처음엔 호미로 막을 만큼 가벼운 일도 그냥 넘어가면 나중에 가래로 막아야 할 만큼 큰 사건으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쇼핑몰 '탐나나'의 폐업 소식을 전한 부건에프앤씨의 쇼핑몰 '임블리'는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3월 '호박즙 파동'에 휘말린 임블리 측은 호박즙에 곰팡이가 생겼다며 환불을 요청한 소비자에게 곰팡이가 확인된 것과 남은 수량만 교환해주겠다는 방식으로 대응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가방 끈 길이가 맞지 않다는 고객에게 끈을 잘라 쓰라거나, 막힌 단춧구멍은 칼로 째서 착용하라와 같은 황당한 대응을 펼쳐 눈총을 샀다.

쇼핑몰 '임블리'와 화장품 브랜드 '블리블리' [사진=부건에프앤씨 화면 캡쳐]
쇼핑몰 '임블리'와 화장품 브랜드 '블리블리'. [사진=부건에프앤씨 화면 캡처]

이외에도 임블리의 화장품 브랜드 블리블리 인진쑥 에센스 이물질 논란, 동대문 도매업체 갑질, 명품 디자인 카피 등 여러 논란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임블리와 부건에프앤씨는 사태 수습과 해명에 나섰지만 한 번 신뢰를 잃은 소비자들은 임블리 측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블리에서 판매하는 블리블리 화장품을 구입한 뒤 모낭염 등의 안면피부질환, 피부트러블 등의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들은 집단소송을 예고했다. 결국 부건에프엔씨는 지난 5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와 함께 식품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임지현 전 상무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소비자의 불만도 증가하게 된다. 이를 효과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선 본질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대응을 바탕으로 고객을 상대하는 CS팀이 필요하다. 동대문엽기떡볶이뿐 아니라 배달의민족, 임블리 모두 논란이 불거진 직후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면 소비자의 불만을 조기 진화할 수 있었을 터다. 하지만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브랜드 신뢰 저하라는 대가를 치르게 됐다.

논란 혹은 분쟁에 직면한 위기의 기업이 쟁점 사항을 알리고, 동의를 얻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다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호소력 있는 말이 필요하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상황을 막고자 한다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자신들의 입장을 진정성 있게 전달할 것인지 기업들은 말을 디자인하는 능력부터 갖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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