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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미래 먹거리라던 수처리 자회사 매각...MLCC 전철 밟을까
LG전자, 미래 먹거리라던 수처리 자회사 매각...MLCC 전철 밟을까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9.08.29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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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백성요 기자] LG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던 수처리시설 관리 및 설계시공 자회사 매각이 과거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 사업 포기처럼 신성장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LG이노텍은 1990년대부터 옛 LG전자부품을 통해 MLCC를 생산해 왔지만, 1997년 관련 설비를 삼성전기에 넘기며 시장에서 철수했다. 막대한 개발비가 소요되는데도 불구하고 미래 시장성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 그룹 고위 경영진이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MLCC는 전장사업, 스마트폰 등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 사용되며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경쟁사인 삼성전기의 주력 제품 중 하나다. 

LG트윈타워 전경 [사진=연합뉴스]
LG트윈타워 전경 [사진=연합뉴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7월 공장 폐수와 하수를 정화하는 수처리시설을 운영 및 관리하는 하이엔텍과, 수처리 시설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LG히타치워터솔루션 지분 100%를 테크로스에 매각했다. 테크로스는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업체로, 부방그룹의 관계사다. 

두 자회사의 매각 가격은 약 2500억원대로 알려졌다.

LG전자는 2010년부터 녹색사업의 일환으로 수처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 왔다. 2012년에는 향후 10년간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2020년까지 글로벌 수처리 선두업체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밝힐 정도로 집중했던 사업 분야다. 

특히 최근 환경과 관련된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수처리사업의 장기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실제로 하이엔텍은 지난해 전년대비 31.2% 증가한 1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LG히타치워터솔루션의 영업이익은 369억원으로 10.5% 늘었다. 

그럼에도 LG전자가 수처리 관련 자회사 매각에 나선 것은 비주력 사업에 대한 정리 차원으로 풀이된다. 성장하고 있는 회사지만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매출 규모가 작고, 높은 내부거래 비중도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 부담스러었다는 분석이다. 

LG전자 연결기준 매출에서 하이엔텍과 LG히타치워터솔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다. LG회사의 손자회사 격인 두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도 높다. 지난해 말 기준 하이엔텍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의 45.9%, LG히타치워터솔루션의 비중은 87.7%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평가받던 자회사의 매각을 두고 과거 MLCC 사업 포기와 유사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LG이노텍의 전신 LG전자부품은 1990년부터 MLCC 개발 및 생산에 나섰다가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1997년 삼성전기에 MLCC 설비를 매각하고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후부터 LG그룹은 MLCC 전량을 사다 쓰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삼성전기의 경우, MLCC 개발에 매진해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MLCC는 스마트폰에 약 1000여개,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에는 약 10000여개 이상이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기가 MLCC 호황기를 맞은 작년 3분기 역대 최대인 40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도 MLCC 효과다. 

특히 MLCC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전장사업 분야에서는 꼭 필요한 부품이다. LG전자는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를 일찌감치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육성해 왔다. LG그룹의 MLCC 포기가 아쉬워 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만 최근에는 ICT(정보기술) 업종의 성장 둔화로 MLCC 수요가 미진한 상황이다. 

LG전자는 4차산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과 로봇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비주력 사업인 수처리 자회사 정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이번 결정이 20년 후 LG그룹에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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