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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된 스타트업 네이버·카카오·넥슨까지, 커지는 'IT노조'의 목소리

  • Editor. 강한결 기자
  • 입력 2019.09.2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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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한결 기자]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을 거친 뒤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 스타트업 규모로 시작한 IT업체가 대기업 규모로 성장하면서 직원들이 하나둘 노조를 조직, 업무·고용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요 IT기업이 규모를 키우고 급성장하면서 수익구조와 같은 부분에서는 시스템 구축을 마쳤지만 여전히 사내문화는 스타트업 상태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지난해부터 이어진 노사 갈등이 일정 부분 가라앉았지만,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등 게임사의 노조는 올 하반기부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노조 집회를 응원한 넥슨 노조. [사진=넥슨 노조 제공]

넥슨에 이어 게임업계 2호 노조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스마일게이트지회 'SG길드'는 20일 경기도 판교일대에서 첫 집회를 통해 '접힘(개발중단)' 관행에 따른 고용불안 현실을 알렸다.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노조 지회장은 "근로계약서에 업무가 명시돼있지만, 사내 게임 개발 프로젝트가 엎어지면 소속 인력들은 기존 업무와는 전혀 관련 없는 업무를 받거나 권고사직을 당해야 한다"며 "합리적인 프로세스와 노사 간의 정상적인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6개의 프로젝트가 폐지됐고 이로 인해 약 150명의 인원이 전환배치 대상자가 됐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인원이 퇴사했으며, 모델러, 애니메이터 등 일부 직군들은 '리소스지원팀'이라는 부서에서 기존 업무와 상관없는 품질관리(QA) 업무를 하도록 지시받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이날 집회에는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이 참여,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는 스마일게이트 노조의 집회에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넥슨 노조 배수찬 지회장은 "(프로젝트 팀장에게) 우리 게임이 접힐지도 모른다고 들었을 때 팀원들은 근태 시스템을 속이면서까지 일을 한다. 또한 접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보니 불안감 속에서 일하게 되고, 결과에 따라 우울증이나 다른 병을 겪기도 한다"며 "하지만 불안과 우울, 병에 대해 회사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스마일게이트 노조 집회에 앞서 넥슨 노조도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 넥슨코리아 본사 앞에서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600명 이상의 조합원들은 게임 개발을 중단할 때마다 대기발령 상태에 놓이는 고용 불안을 해소하라고 회사에 요구하며 집회를 진행했다.

네이버 노조와 넥슨·스마일게이트 노조는 설립 단계에서부터 서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IT업계에서는 이들의 적극적인 연대가 게임업계 내 추가 노조 설립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넥슨 사옥 앞에서 열린 넥슨 노조 집회. [사진=연합뉴스]

IT업체 노조의 집단 움직임은 '시간문제였다'는 분석이 많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점차 중시되는 사회적 분위기와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이 노조 형성의 방아쇠를 당긴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노조는 게임 출시나 대규모 업데이트 전 야근과 연장근무가 포함된 집중업무기간인 '크런치 모드'를 '워라밸 모드'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내 크런치 모드는 근로자 의지와 상관없이 수시로 시행돼온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종사자는 "최근 업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게임 개발이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사측에서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이른바 사람을 갈아넣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했다는 것"이라며 "IT노조 결성을 비판하는 분들께서도 이런 사정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에서 노조가 만들어진 이후 협력과 지지를 통해 점점 목소리를 높이면서 중견기업 규모의 IT업계에서도 노조 결성 움직임이 나타날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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