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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티딘 사태' 2700억 시장의 위기를 기회로...속도내는 대체의약품 경쟁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19.10.0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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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시중에서 팔리는 위장약 '잔탁'의 원료인 '라니티딘' 계열의 제산제에서 발암 우려 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 발견돼 퇴출수순에 접어든 ‘라니티딘 사태’. 코오롱 인보사, 엘러간 보형물 등 의약품 안전성 문제로 신음하는 제약업계에 직격탄을 날리며 하반기 최대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고혈압약 발사르탄 사태 당시 부실한 초동 대응으로 질타를 받았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의 잠정 제조·수입 및 판매를 중지하며 피해 확산을 막고 있다. 위장치료제 시장 신뢰 하락을 우려하는 제약업계는 유통 중인 라니티딘 성분 품목을 회수하는 가운데 연간 처방액이 2700억원에 달하는 시장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라니티딘 성분 제품으로 성가를 높여오던 강자들과 대체제품으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추격자들은 이같은 시장의 위기를 저마다 기회로 살리려는 새로운 전략 모색에 속도를 내고 있어 시장 재편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의 잠정 제조·수입 및 판매를 중지하며 피해가 확산하는 것을 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보건복지부가 라니티딘 성분이 들어간 모든 의약품 269개 품목(133개 회사)의 제조·수입·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한 뒤 일주일 만에 많은 품목이 회수대열에 올랐다.

위산과다, 속쓰림, 위궤양, 역류성식도염 등에 쓰이는 H2수용체길항제(H2블로커)인 라니티딘 성분이 포함돼 판매가 중단된 약으로는 오리지널 품목인 잔탁을 비롯해 알비스정·에스알비정·겔포스디엑스정·글로비스정·넥시나정·큐란정 등이 있다. 이중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113개사에서 제조한 175품목,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73개사의 94품목에 이른다.

지난달 기준으로 국내에서 위장약을 복용 중인 환자는 144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생산하거나 수입한 라니티딘 성분의 약은 모두 27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GSK, 대웅제약, 일동제약, CJ헬스케어 등 국내제약사들은 이번 판매 중지에 손실이 크지만,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식약처 조치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라니티딘 제제 의약품 회수 공문을 병·의원, 약국, 의약품유통업체에 보냈다.

이번 조치가 사실상 라니티딘의 시장 퇴출로 인식되면서 일선 병원과 약국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식약처가 라니티딘 위장약 전량 회수 조처를 내렸기 때문에 이 의약품을 복용해 온 환자는 병원에서 재처방을 받아 약국에 가야 한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가 식약처와 함께 라니티딘 의약품 재처방 1회에 한해 본인부담금 면제를 적용키로 했지만 환자들의 동요는 여전하다.

국내 제약 시장에서 라니티딘 성분 완제의약품 269개 품목의 생산 및 수입 실적 중 90%에 달하는 2440억원은 전문의약품에서 파생된다. 그렇다 보니 위장약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던 제약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라니티딘 성분 복합제 대웅제약 '알비스', 일동제약 '큐란' [사진=대웅제약, 일동제약 제공]

라니티딘을 포함한 복합제 분야에서 국내시장 1위인 대웅제약은 '알비스'와 '알비스D'로 지난해만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 이후 대웅제약은 차세대 먹거리로 개발하던 위장약 알비스 복합제의 임상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알비스 복합제 개발에 실패할 경우 대웅제약은 개발에 투자한 300억~400억원을 날릴 수도 있다"라며 "여기에 알비스 판매 중지로 매출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웅제약은 위기를 기회로 살리기 위해 대체품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라니티딘의 대체재의 하나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제품군인 프로톤펌프억제제(PPI) 성분의 ‘넥시움’ 등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 주로 쓰여 라니티딘과 치료적응증이 유사한 PPI의 시장규모는 연 7500억원 수준이다.

라니티딘 성분의 단일제 '큐란'으로 지난해 222억원의 매출을 거둔 일동제약 역시 라니티딘 파동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동제약은 동아에스티와 코프로모션을 통해 소화성궤양 치료제 동아가스터정의 공동판매·마케팅 계약을 맺었다. 동아가스터정은 파모티딘 계열 의약품으로 라니티딘 성분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다.

현재 대체 성분 의약품을 주력으로 앞세운 제약기업들은 위장약 시장을 새롭게 공략하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라니티딘 제제를 대체할 수 있는 성분으로는 H2블로커와 PPI, P-캡 계열 위장약 등이 있다.

CJ헬스케어 '케이캡정', 종근당 '파미딘' [사진=CJ헬스케어, 종근당 제공]

H2블로커 계열인 파모티딘이 라니티딘 제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식약처의 발표 이후 종근당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종근당은 식약처 판매중단 발표 전날인 지난달 25일부터 평소보다 문의전화가 30배 이상 들어왔다며 파모티딘 성분 의약품 파미딘정의 대량생산 또는 복합체 출시 등 다양한 시장 대응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국산으로는 유일하게 P-캡 계열 위장약을 제조 판매하는 CJ헬스케어도 뜻밖의 호재를 만났다. CJ헬스케어의 케이캡정은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30번째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아 출시 누적처방액 102억원을 기록했다. 위산분비 차단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신약허가로 인정받은 만큼 라니티딘 사태의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대체재로 꼽힌다.

제약업계에 라니티딘 성분 위장약 판매중단이라는 뜻하지 않은 변수가 발생했다. 판매중단이 잠정적 조치이지만 발암우려 물질 검출 의약품이라는 낙인은 극복하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은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혼돈 속에서 종근당, CJ헬스케어 등이 새롭게 열린 시장을 공략하고 나서면서 위기타개를 위해 변신을 모색하는 기존 선두그룹과 위장약 시장 주도권 싸움은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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