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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시장 집어삼킨 배달산업, 플랫폼 신뢰 지키려면 배달인력 운영 개선부터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19.10.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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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국내 배달 시장이 1인가구 증가 흐름 속에 외식시장을 밀어내고 무서운 속도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식업체의 전체 주문 가운데 배달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면서 배달 대행업에 대한 의존도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20조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한 배달산업의 시장 지배력이 날로 커짐에도 불구하고 배달인력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훔친 고객 음식 인증' '난폭 곡예질주' 등 일부 배달대행 라이더들의 일탈적인 행태를 규제하고 인력운영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산업으로 성장한 배달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순식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배달대행 기사들이 배달음식을 몰래 빼먹는 사건이 누리꾼 제보를 통해 알려졌다. [사진=배달 전문 어플리케이션 갈무리]
일부 배달대행 기사들이 배달음식을 몰래 빼먹는 사건이 누리꾼 제보를 통해 알려졌다. [사진=배달 전문 어플리케이션 갈무리]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배달 대행 음식 빼먹었을 때 실제 발생하는 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배달 관련 업종 10년 이상 경력자라고 소개한 A씨는 손님이 배달대행 라이더가 음식을 빼먹은 것과 관련해 업체에 항의 전화를 해도 배달대행 업체와 가맹점(외식업체) 모두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음식을 빼먹은 것으로 가맹점이 라이더에게 제재를 가할 경우 "라이더가 가맹점의 콜을 차단한다. 배달대행 기사 수요가 많아 갑을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배달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외식업체 측이 현실적으로 배달대행 기사를 제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배달대행 기사들이 자신이 훔친 배달음식이라며 음식을 몰래 빼먹고 인증샷을 찍은 사실이 알려진 터라 이 글은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게시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으로 퍼져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배달대행 현장에서 자정 작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논란은 배달대행 라이더들이 '배달음식 티 나지 않게 빼먹는 팁'과 배달음식 절도 난이도를 상·중·하로 구분해 공유하면서 더욱 커졌다. 한 배달대행 라이더는 "자신은 고객 음식을 중간에 빼먹지 않고, 미리 준비한 보온통에 담아 퇴근 후 집에서 맥주랑 먹는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온라인 시민참여형 백과사전인 나무위키에는 '배달거지'라는 비방 표현을 담은 신조어가 등장하는 등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신도 커졌다. 외식업체 측은 피해 사례가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피해 의심 전화들을 자주 받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누리꾼이 정직한 ‘정량배달과 포장 용기 훼손방지’를 위해 상자에 부착하는 ‘배달피해방지 스티커’를 제작·공개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한 누리꾼이 정직한 ‘정량배달과 포장 용기 훼손방지’를 위해 상자에 부착하는 ‘배달피해방지 스티커’를 제작·공개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에 한 누리꾼은 정직한 ‘정량배달과 포장 용기 훼손방지’를 위해 상자에 부착하는 ‘배달피해방지 스티커’를 제작해 공개했다. 하지만 도용방지 대책이 서비스 비용을 증가시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근본적 해결책으로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물론 배달음식을 빼먹고 인증샷을 찍는 행위를 소수의 일탈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외식업체의 배달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상황에서 논란이 반복해서 발생한다면 배달대행 혹은 배달음식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깨져 버릴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 특히 일부 배달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도 없는 특수고용직으로 업주가 관리·감독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대행 기사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은 이뿐만이 아니다. 배달대행 라이더들이 수당을 위해 목숨을 건 시간과의 싸움을 하면서 '난폭운전'이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인도와 차도를 넘나들며 폭주하는 음식배달 오토바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수십 명의 행인들을 이리저리 피해 신호위반·역주행을 하기도 한다.

세종시 지역시민단체 회원들은 "세종시 내 시속 30~50km 과속방지 카메라가 설치된 곳이 많다보니 배달 오토바이가 도로가 아닌 인도를 가로질러 다닌다"면서 "스쿨존,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감속 없이 주행하는 배달대행 라이더에 대한 대대적 단속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륜자동차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3년간 일을 하다 숨진 18~24세 청년의 44%가 오토바이 배달 중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륜자동차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3년간 일을 하다 숨진 18~24세 청년의 44%가 오토바이 배달 중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지난해 교통사고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는 0.4%, 사망자 수는 9.7%가 감소하는 등 낮아지는 추세지만 이륜차 교통사고는 최근 5년간 연평균 6.3%, 사망자 수는 1.1% 증가했다.

최근 프레시안·뉴스타파가 공동으로 고용노동부 정보공개청구와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로부터 입수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일을 하다 숨진 18~24세 청년의 44%(72명 중 32명)가 오토바이 배달 중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이 익숙하지 않고, 지인 등을 함께 태우는 경우도 있어 대체로 배달라이더의 나이가 어릴수록 사고 비율이 높아지는 실정이다. 하지만 배달대행 현장에는 안전모 미착용, 불법 개조 등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난폭운전을 근절할 교육이나 시스템도 마련되지 않았다.

이제 한국 외식산업에서 배달원은 필수 인력이 됐다. 배달산업은 무서운 속도로 확장되고 있지만, 현장 배달 노동자들의 안전의식이나 이들을 관리하는 시스템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소비자와의 신뢰를 지키고 배달플랫폼 산업의 질적 성장을 함께 도모하고자 한다면 배달대행업체, 외식업체, 배달원이 서비스·안전의식을 높이고 배달인력 운영을 개선하는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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