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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현대차 지분 빗장 푼 中 '유화행보'...배터리⋅게임 '사드 뒤끝'은 언제까지?

  • Editor. 강한결 기자
  • 입력 2019.10.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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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한결 기자] 미·중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이 '우군' 형성을 위해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사태' 이후 단절된 한국과의 경제교류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가 퇴직자의 일자리까지 세심히 살핀 삼성전자의 중국스마트폰공장 가동 중단에 대해 '품위있는 철수'라고 이례적인 호평을 내놓는 등 최근 중국에 실망해 대륙을 떠나는 한국기업을 향해 이어지는 '유화' 시그널이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어서 중국 당국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현대차에 현지 법인인 쓰촨현대의 지분을 100% 매입하라고 제안했다. 쓰촨현대는 2012년 8월 현대차가 쓰촨난쥔자동차와 지분을 50대 50으로 나눠 설립한 합작 회사로, 버스·트럭 등 대형 차량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해외기업이 현지에 진출하려면 중국회사와 합작형태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특히 외국 기업은 합작회사의 지분을 50%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했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법인에 대해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어 의사결정에 제한을 받아왔다.

사드사태 이후 롯데가 중국에서 철수한데 이어 삼성전자가 중국내 휴대폰 공장을 폐쇄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베이징현대의 매출액이 2016년 20조1287억원에서 지난해 11조438억원으로, 동풍위에다기아의 매출액이 2016년 9조7996억원에서 지난해 4조6481억원으로 감소했다. 결국 현대자동차는 올해 초 베이징현대 1공장에 이어 둥풍위에다기아 1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중국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안은 한국기업에 대한 유화책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해외기업의 유출을 막고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기업에 잇따른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2016년 이후 3년간 국내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것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한중 경제교류 복원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 비록 중국 정부가 현대차에게 쓰촨현대의 지분을 100% 매입하라고 제안했다지만, 경영난에 시달리는 쓰촨현대에 대한 책임을 현대차에 떠넘기려는 한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이유에서다.

만약 이러한 우려가 의혹으로 끝나더라도 산업계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위기감에 휩싸인 중국이 급히 일본과 무역분쟁을 겪고 있는 한국에 화해 제스처를 취했지만, 실직적인 '당근책'은 없다는 것이 산업계 전반의 중론이다.

대표적으로 사드보복 이전까지 중국시장에서 호황을 누렸던 게임업계의 경우 일련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조치)' 이후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국내 게임업계의 대부분이 중국시장을 겨냥해 모바일 게임에 공을 들여왔지만, 사드사태 이후 2년반가량 한국게임은 단 한 종의 판호(허가권)도 발급받지 못했다. 사실상 대륙 수출길이 막힌 셈이다.

수익창출이 막막해진 게임업계는 활로모색을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가운데 모바일 게임이 주력원인 넷마블의 경우 넥슨과 엔씨소프트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넷마블은 최근 국내 렌털시장 1위 사업자 웅진코웨이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며 수익 다변화에 나섰다. 이종 산업 간 인수에 대해 시너지 불확실성 우려도 있지만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인수를 통해 안정적인 자금확보를 이루면서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엔씨소프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기업과의 전략제휴를 통해 눈길을 모은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의장이기에 가능하다는 평가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의 경우 자국 기업과 해외 기업을 차별하는 정책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에는 차량 가격의 30%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전기차 배터리 3위 기업 BYD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BYD의 늘어난 순익 절반이 정부 지원금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전기차 대당 7900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반면 한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를 향해서는 여전히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2017년 1월부터 지금까지 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계는 중국의 제재와 더불어 유럽의 추격으로 위협받고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 국내업계는 동유럽으로 눈을 돌린 상태다. LG화학은 2017년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고,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해 연산능력을 지난해 말 기준 15GWh(기가와트시)에서 내년까지 4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 순위. [사진=SNE리서치 제공]

삼성SDI는 2016년 8월 헝가리 공장부지를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거점으로 낙점해 이듬해 5월 제1공장을 준공했고, 추가적인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늘릴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헝가리 코마롬에 1공장(7.5GWh 규모), 2공장(9GWh)을 짓고 있다.

시장 다변화에 힘쓴 결과 국내 3사인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모두 사용량이 증가해 점유율이 올랐다. LG화학은 이달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사용량이 79.9% 늘어 시장 점유율 12.6%를 기록, 순위도 BYD를 제치고 4위에서 3위로 올랐다. 6위인 삼성SDI 배터리 사용량은 10.0% 늘며 점유율 4.4%를 기록했다. 지난해 톱10 순위권에 없었던 SK이노베이션은 전년 동월보다 8.1% 성장하며 1.8%의 점유율로 9위를 차지했다.

'사드보복' 이후 전반에 걸친 국내 산업계가 '탈중국화'와 '수익다변화', '시장다변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다. 분명 어려움도 있었지만 일부 업종에서는 성과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업계는 중국의 유화 제스처가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전제에는 중국이 경제우호 관계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선결조건이라며 신중한 입장도 만만찮다. 사드보복 이후 처음으로 손을 내민 중국의 태도가 주목받는 이유다. 대표적으로 게임과 배터리 부문에서 여전히 냉랭한 '사드 뒤끝'이 언제 해소될 것인지는 중국의 진정성 있는 자세변화를 읽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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