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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하고 파격 마케팅 펼치고…음원 플랫폼 시장 '춘추전국시대'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19.11.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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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최근 수년간의 흐름을 보면 ‘음원 플랫폼=멜론’의 공식이 점차 흐릿해지고 있다. 업계 2~3위 플랫폼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며 인지도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플랫폼 간 합종연횡이 이뤄짐과 동시에 신규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마케팅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5G 원년인 올해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맞춤형 음악 서비스’로 진화하면서 소비자의 ‘취향 저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은 미소 짓고 있지만, 업체 간 ‘출혈 경쟁’이 가속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위부터 멜론, 지니뮤직, 플로, 벅스 로고. [사진=각 업체 제공]

◆ 플랫폼 간 활발한 '합종연횡'…1인자 멜론도 좌불안석

국내 음원 시장은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에 힘입어 전체 매출의 절반이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나오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국내 음원 유통 시장 규모는 3억3000만 달러(약 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에 이어 8번째로 작지 않은 규모다.

파이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경쟁도 치열하다. 업체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 포털과 음원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협업하면서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다.

통계·분석 사이트 코리안클릭의 국내 음원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월간사용자(MAU) 점유율(7월 말 기준)을 보면 카카오의 ‘멜론’(41.2%), KT의 ‘지니뮤직’(25.5%), SK텔레콤의 ‘플로’(20.2%)가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네이버뮤직’(6.4%), ‘바이브’(3.6%), ‘벅스’(3.2%)가 뒤를 이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12월 론칭한 플로의 약진이 눈에 띈다. 통신 업계 1위 SK텔레콤의 ‘이용자 파워’를 기반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 체제 초기인 지난해 12월에는 플로의 MAU 점유율이 14.9%였는데, 7개월 만에 5% 이상 상승했다.

SK텔레콤 이용자에게는 가격 할인을 제공하거나 신규 가입자(8~10월)에게 3개월간 월 100원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잠식했다. 플로는 최근 서울 시내버스에 ‘저 이번에 갈아타요’라는 문구에다 멜론·지니 그림을 함께 그려 넣은 광고를 내보내 시장에 더욱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AI 기술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플로는 실시간 인기 차트를 첫 화면에서 제외시키고 AI 기반 맞춤형 콘텐츠로 첫 화면을 메웠다. 음원 자체를 분석하는 ‘콘텐츠 기반 필터링’도 적용한다. 음원을 장르, 분위기, 보컬 음색, 가수의 특징 등으로 분석하는 방식인데, AI 추천에서 빠질 수 있는 ‘신곡’을 포함시키는 효과가 있다. 플로는 내년 상반기 적용을 목표로 음색 추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용자가 선호하는 아티스트의 음색을 분석해 유사한 음색을 가진 다른 가수의 음악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SK텔레콤의 자체 음원 서비스 '플로'. [사진=SK텔레콤 제공/연합뉴스]

플로의 추격을 받고 있는 ‘2인자’ 지니뮤직도 지난달 CJ디지털뮤직의 음악 서비스 엠넷닷컴과 통합해 서비스를 하며 콘텐츠를 다양화했다. 엠넷닷컴 이용자들이 사용하던 아이디는 물론이고 음악 플레이리스트까지 지니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그 결과, 이달 초를 기준으로 엠넷닷컴의 유료고객 90% 이상이 자발적으로 통합 플랫폼 지니로 이용 서비스를 전환했다. 음원 플랫폼 업체의 가장 큰 과제인 ‘이용자 확보’에 성공하면서 플로와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업계 1위 멜론은 초기 SK텔레콤에서 운영했으며, 2016년 카카오가 멜론 지분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9월부터 카카오가 멜론을 직접 운영하게 됐다.

카카오의 멜론은 접속 장애로 인한 이용자 이탈,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부과, 검찰 압수수색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40%가 넘는 점유율로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다만 지난해 11월(46.2%)과 비교했을 때 점유율이 5%나 감소했다.

멜론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의 연동은 물론, 최근 10~20대에서 호응이 좋은 쇼트동영상 앱 ‘틱톡’과도 지난달부터 연동하기 시작했다. 멜론에서 틱톡 메뉴를 선택하면 틱톡과 연결돼 관련 영상을 감상할 수 있고, 틱톡에서는 ‘멜론으로 재생 기능’이 탑재돼 영상 속 배경 음악 정보를 확인하거나 직접 들을 수 있는 식이다. 이달 20일부터는 또 다른 음원 플랫폼인 ‘삼성뮤직’을 흡수해 갤럭시 유저들을 확보하게 됐다.

이밖에 네이버는 네이버뮤직과 바이브를 단계별로 통합하고, 올해 안으로 네이버뮤직 서비스를 종료할 계획이다. 바이브는 낮은 점유율에도 매일 업데이트 되는 ‘믹스테잎’이라는 이름의 개인 맞춤 재생목록으로 고객 반응을 이끌고 있다.

벅스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TV와 냉장고에 벅스 음악을 제공했고, 최근에는 AI 플랫폼 ‘빅스비’와 손잡고 연동 서비스를 시작했다. 벅스는 국내 음원 업체 중 빅스비 개발자데이에 유일하게 파트너사로 참여하는 등 삼성전자와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니뮤직은 기존 엠넷닷컴의 유료고객 90% 이상이 자발적으로 통합 플랫폼 지니로 이용 서비스를 전환했다고 밝혔다. [사진=KT 제공]

◆ 공짜로 음원 듣는 시대, 업체 간 '출혈 경쟁' 심화

이처럼 최근 음원 플랫폼 시장이 격변하면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플로가 정기 결제자를 대상으로 ‘3개월 무료 이용’ 혜택을 주면서 스타트를 끊었다. 멜론도 스트리밍 상품을 한 달 100원에 제공하는 프로모션(휴면 이용자, 신규 가입 고객 대상)을 진행한 바 있다. 한 달 정가 7900원인 ‘무제한 전곡 듣기’ 상품과 1만900원짜리 ‘무제한 전곡 듣기+오프라인 재생’ 상품을 최대 두 달 동안 월정액 100원에 제공했다.

이밖에 지니뮤직은 모바일 전용 무제한 듣기 상품을 첫 달 1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할인 이벤트를 펼쳤다. 바이브는 무제한 듣기 상품을 첫 달에 무료, 이후 4개월간 1000원에 들을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프로모션이 길어질수록 음원 업체의 손실이 커진다는 것이다.

국내 음원사는 저작권신탁단체 규정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창작자 몫을 떼어 낸다. 음원사가 65%, 저작권자가 35%를 갖는다.

규정에 따라 음원사가 프로모션을 실시해도 원가 기준으로 저작권자 몫을 분배한다. 1만원짜리 상품을 100원으로 깎아서 팔아도 저작권자 몫으로 3500원을 줘야하는 식이다. 음원사 입장에서는 6400원의 손실이 고스란히 발생한다.

음원사의 손실은 기술 투자 부재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업계에서는 음원 업체가 당장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고객을 붙잡는 ‘락인(Lock-in)’ 효과가 음원 플랫폼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점유율 확보에 힘을 기울이는 형국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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