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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99명 중 22명 암 발병' 장점마을의 비극…환경오염 질환 '역학적 관련성' 첫 인정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19.11.1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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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비료공장이 들어선 이후 주민 22명이 집단으로 암에 걸리고 이 중 14명이 사망한 장점마을의 비극이 인재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환경부가 14일 공개한 '장점마을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북 익산의 장점마을 인근 비료공장인 금강농산은 KT&G로부터 사들인 연초 박(담배 찌꺼기)을 퇴비로만 사용해야 하는데도 불법적으로 유기질 비료로 만들어 마을주민들의 암 발병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2001년 비료공장 설립 이후 2017년 12월 31일까지 장점마을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렸는데, 그 중 14명이 숨졌다.

장점마을의 비극이 인재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금강농원 폐기물.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환경부는 이날 전북 익산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에서 '장점마을 주민건강 영향조사 최종발표회'를 통해 "비료공장에서 배출된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환경오염으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장점마을 주민들이 2017년 4월 인근 비료공장인 금강농산과 관련해 건강 영향조사를 청원한 뒤 석 달 뒤 환경보건위원회가 청원을 수용하면서 추진됐다. 정부는 지난 6월 장점마을 주민의 암 집단 발병이 인근 비료공장과 관련 있어 보인다는 잠정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한 뒤 전문가 의견, 추가 연구 등을 반영해 이번에 최종 결론을 발표했다.

연초박을 유기질 비료로 만들기 위해서는 건조하는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에 법으로 엄격히 금지되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금강농산 측은 퇴비보다 유기질 비룟값이 훨씬 비싸다는 이유로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금강농산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사들인 연초박은 확인된 것만 무려 2242톤이나 된다.

주민들은 이들 대부분이 유기질 비료 원료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금강농산이 이미 폐쇄돼 정확한 사용량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한 금강농산은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발암물질을 그대로 공기 중에 배출하기도 했다.

전북 익산 장점마을 암 발병 원인. [그래픽=연합뉴스] 

이로 인해 발암물질이 무차별적으로 배출돼 마을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장점마을 내 침적 먼지를 분석한 결과 담배 특이 나이트로사민은 금강농산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담배 특이 나이트로사민,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중 일부 물질은 국제암연구소 기준 1군 발암물질로서 노출될 경우 폐암, 피부암, 간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장점마을 남녀 전체 암 발병률은 갑상샘을 빼고는 모든 암, 간암, 기타 피부암, 담낭 및 담도암, 위암, 유방암, 폐암에서 전국 표준인구 집단보다 2∼2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료회사의 탐욕뿐만 아니라 익산시와 환경부의 안일한 대처도 비극을 더욱 키웠다. 익산시는 2015년 금강농산이 연초박을 유기질 비료 원료로 사용했다는 '폐기물 실적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익산시는 10여차례 이상 금강농산의 위반 사례를 확인했으나 가동 중단이나 폐업 등의 강력한 조치는 하지 않았다.

장점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수십차례 민원을 제기했는데도 힘없는 시골 주민이라고 모두 무시해오다가 이런 처참한 결과가 나왔다"며 관련자들의 사과와 적절한 보상을 요구했다.

또한 비료공장 설립 허가를 내준 전북도, 환경에 대해 전반적 책임을 져야 하는 환경부도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장점마을 주민들은 환경부의 최종발표회를 지켜본 뒤 내놓은 입장문에서 "암 집단 발병 사태에 대한 인과관계가 밝혀져 우선 다행"이라면서도 비료공장과 행정관청의 행태를 비판했다. 아울러 주민들은 이번 사태로 지금도 6명이 투병을 하고 있다고 전하며 검찰이 나서서 이번 사건의 진실을 철저히 규명해주길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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